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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서 월 1000만원 버는 학원장되니 게임만 하던 자녀들도 뒤늦게 공부하네요”

올해 나란히 부경대에 다니는 딸 배은진(왼쪽) 씨, 박영옥 씨(가운데)아들 배도현(오른쪽) 씨가 캠퍼스에서 함께 사진 찍고 있다. [사진 부경대]

올해 나란히 부경대에 다니는 딸 배은진(왼쪽) 씨, 박영옥 씨(가운데)아들 배도현(오른쪽) 씨가 캠퍼스에서 함께 사진 찍고 있다. [사진 부경대]

박영옥(53) 씨는 방송통신대학교의 성공 신화로 불린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2000년 방송통신대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한 뒤 졸업과 동시에 일본어 학원을 차려 월 1000만원을 버는 학원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씨가 부경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경대 강의를 나가자 게임만 하던 자녀들까지 뒤늦게 부경대로 들어왔다. 딸 배은진(28) 씨는 지난해 일어교육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아들 배도현(26) 씨는 올해 일어일문학부 3학년으로 편입했다. 그 흔한 ‘공부하라’는 말 한번 하지 않고도 자녀들과 나란히 부경대를 다니는 박씨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박씨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은 2009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만난 60대 할머니였다. 그는 “일본어를 잘하는 할머니가 멋져 보여서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늘더라”며 “이듬해 방통대에 입학하면서 10년 동안 일본어 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혼 10년 차 주부로만 지냈던 그는 방통대 총무를 자처하며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3년 만에 말문이 트인 그는 2004년 졸업과 동시에 일본어 학원을 차렸다. 일본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자극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2004년 울산대 일어일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공부와 학원 운영을 병행했다. 주변에서는 방통대 출신 가정주부가 운영하는 일본어 학원이 금방 망할 것이라고 수군댔다고 한다. 예상은 빗나갔다. 치열하게 매일 공부하고, 그 노하우를 알려주자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100㎡에 불과한 작은 학원에 원생은 80명까지 늘었고, 월 수익은 1000만원에 달했다. 직장인이었던 남편이 퇴근 후 학원 청소와 잡일을 처리해주며 뒷바라지할 정도로 학원 운영이 잘됐다.  
 
박씨는 내친 김에 2009년 부경대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부경대 교양 중급 일본어 강사 활동도 병행했다. 치열하게 공부하느라 자녀들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한다. 고3이던 딸은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고1이었던 아들은 게임에만 빠져 있었다. 그런데도 박씨는 자녀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좋아서 공부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자녀들이 공부를 못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박씨가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운영하고,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 두 자녀 모두 일본어 N1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2012년 박씨는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바로 박사 학위를 딸 수 없었다. 대학교 강의와 학원 운영, 가정일까지 도맡아 한 탓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담석증 수술까지 하면서 1년간을 쉬어야 했다. 하지만 2014년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엔 대학을 졸업한 딸이 박씨가 운영하는 학원 강사로 '취직'했다. 엄마와 함께 강사로 활동하면서 공부에 관심이 없던 딸도 변하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더 잘 가르치고 싶다며 2017년 부경대 대학원 일어교육 전공으로 입학한 것이다. 누나의 변화에 아들 배도현 씨가 또 자극을 받았다. 전문대를 졸업한 배씨는 올해 3월 부경대 일어일문학부 3학년으로 편입했다.  
 
박씨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된 자녀들을 보면서 포기했던 박사 논문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박씨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올해 3월부터 대학원 수업에 나가면서 엄마와 아들, 딸이 동시에 부경대를 다니게 됐다. 그는 “아이들이 나에게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포기하지 않고 박사학위를 따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일본어 공부 하나로 내 인생은 물론 자녀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줘 뿌듯할 따름”이라며 활짝 웃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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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