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슈추적] 200억 투자한 미 싱크탱크, 靑 인적청산에 사라질 위기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가 2010년부터 운영하는 대북 정보분석 사이트 38노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가 2010년부터 운영하는 대북 정보분석 사이트 38노스.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은 국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6ㆍ25 참전 포병장교였고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두개의 한국』저자인 돈 오버도퍼 당시 교수가 2006년 이 대학 인사들과 워싱턴에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던 게 지금의 SAIS 부설 한ㆍ미 연구소(USKI)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워싱턴에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며 여ㆍ야 정치인들을 설득해 4억원을 마련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를 통해 정부 출연금을 공동연구비 명목으로 확보했다.  
 
이후 USKI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2년 대미 경제정책 홍보를 위해 설립된 한국경제연구소(KEI)와 함께 워싱턴에서 한국 공공외교의 거점이 됐다.  
 
그런 USKI가 청와대가 주도하는 인적 청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지원 예산은 오는 6월부터 지급이 중단된다. 지난 12년간 약 200억원을 투입해 키워온 USKI와 관련된 공공외교 네트워크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USKI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청와대는 8일 USKI에 대한 개입을 부인했다. 하지만 USKI 측이 언론에 공개한 KIEP 김준동 부원장의 e메일(“11월 2일 KEI와 USKI와 관련해 (청와대의) 이태호 통상비서관과 정책실장실 홍일표 행정관에게 USKI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며, 홍 행정관 측은 이 사안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과감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한다”)에선 개입 흔적이 역력하다.  
 
김준동 KIEP 부원장은 “11월 2일과 9일 (청와대에) 두 차례 보고를 했다”며 “국회가 지적한 구재회 소장의 장기 재직문제와 관련해선 ‘학교 절차를 존중해 점진적으로 교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행정관님은 ‘개혁방안이 중요하지 인사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제껴놓으라’고 하는 등 이번 예산지원 중단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해명은 KIEP 자체적으로 예산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청와대 설명과 같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이사장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이사장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 및 구재회 소장 등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지난 4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와 면담 후 발리 나스르 SAIS 학장에게 “이번 일은 청와대 내부 한 개인이 정책이나 원칙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적 아젠다로 주도된 것이라고 말해준 복수의 소식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사관 측은 USKI 고위 직원(구재회 소장)의 업무 실적에 대해 한국에서 불만족스러워 한다는 분위기를 설명하자, 한국이 그같은 공격을 반복하는 데 미국 인사규정상 귀책사유는 주장하는 측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어떤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갈루치 이사장은 또 “나는 고위 직원(구재회 소장)을 교체하고 연구소 운영 가이드라인을 지시하는 메시지들을 받았다”며 “한국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자금 지원이 끊길 것’이라고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구재회 한미연구소(USKI) 소장

구재회 한미연구소(USKI) 소장

구재회 소장은 7일(현지시간)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이학영 의원이 국회 예ㆍ결산 심사과정에 ‘인적 개혁’을 요구하기 전 홍일표 행정관과 이학영 의원 보좌관이 이미 사전 협의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며 “갈루치 이사장이 결정하면 관련 내용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 교체를 포함한 USKI 개혁 논의는 KIEP에 앞서 홍 행정관과 이학영 의원측과 먼저 있었다는 주장이다. 구 소장은 "예산을 문제삼아 지난해 모든 지출내역을 담은 엑셀 원자료까지 보냈더니 항목별로 다시 정리해 보내라고 하더라"며 "결국 그만두라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김기식 당시 정무위 간사는 2014~15년 KIEP 예ㆍ결산 심사 과정에 “USKI가 한ㆍ미 관계, 한반도ㆍ북한 연구를 한다는 데 사실 연구는 안 하면서 매년 20몇억을 주는 사업이 아니냐”며 “한국학 전공 학생들 네트워크 쪽으로 지원하는 게 낫다”고 운영 개선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나온다. 결과적으로 KIEP가 USKI 예산을 끊고 SAIS 대학에 한국학 교육만 지원하기로 한 방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또 KIEP가 USKI 운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을 주도해 2016년 USKI가 이사회(현 갈루치 이사장, 주용식 중앙대 교수,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 의원, 송호창 전 의원, 서진교 KIEP 박사)를 구성하도록 했다. 2017년부터는 이학영 의원이 여당 정무위 간사를 맡으면서 “인적구조 개혁”으로 목표를 구체화했다.  
 
USKI 측은 “지난해 10월 갈루치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방한하면서 국회의원을 만나 점진적 개선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하지만 올 들어 다시 3월 말까지 구 소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강경한 요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소장이 지난 2월 ‘다른 6명의 직원이 직장을 유지하도록 안식년을 가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KIEP가 청와대와 협의한 이후 ‘예산을 담당해온 제니 타운 부소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구 소장의 안식년 타협안까지 거부되자 “한국이 제시한 개혁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모두 거부했다. 별도로 발리 나스르 SAIS 학장 역시 “대학 규정 및 미국 노동법 등에 따른 귀책 사유없이 기부자의 요구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고 KIEP에 통보했다.  
 
이에 지난달 말 KIEP가 소속된 총리실 경제ㆍ인문ㆍ사회연구회는 이사회(이사장 성경륭)를 열어 오는 6월부터 USKI 예산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한반도 전문가 200여 명을 연결해 구축한 북한 정보 및 대북정책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38노스는 구 소장과 함께 퇴출 요구를 받았던 제니 타운 부소장이 2010년 국무부 관료로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등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 북한 위성사진 전문분석가 커티스 멜빈 등과 출범시킨 웹사이트다. 출범 당시엔 멜빈의 북한 핵 시설을 포함한 핵·미사일 개발 동향에 초점을 뒀었다.
 
이후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 특사,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 피터 헤이스 노틸러스 연구소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북핵뿐 아니라 권력구조, 경제, 농업개발 등 매년 수백건 관련 분석 보고서와 칼럼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끈 갈루치 이사장의 합류로 조엘 위트 등과 함께 대북 대화파의 산실로 불린다. 실제 조엘 위트는 수전 디마지오와 함께 북핵 정상회담 국면이 열리기 직전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 등 북한과 반관반민 1.5트랙 대화에 참여했다. USKI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허접한 수준 보고서'만 생산했다고 하는 데 38노스가 도대체 한국의 어떤 연구소와 비교해 허접하다는 건지 청와대가 직접 설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세종=심새롬 기자 jjpol@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