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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을 찾아서(5)] 김정은, 직진할까 U턴할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진할 것인가 U턴할 것인가?
 
그의 선택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예약해 놓고 기습적으로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을 감행했다. 지금까지 그의 파격적인 행동을 보면 직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직진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로 나온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보여준 기만전술을 보면 U턴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평화공세를 펼치는 동안 핵·미사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체제안정을 위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결국 먼저 판을 깨고 U턴한다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에 가능성이 높을까?  
 
U턴 리스크와 직진 리스크를 비교해 보면 김정은은 U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선택의 카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과 손을 잡을 것인가, 다른 하나는 대북 선제공격(일명 코피전략)을 당할 것인가였다.
 
김정은은 참모들과 고민 끝에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절호의 기회로 잡았다. 그래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보냈고,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보냈다.
 
그리고 한국을 통해 자신의 비핵화를 의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오는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택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에 맞춰 대처할 것”이라며 “우리는 무책임한 국가(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각) 미국과 북한 당국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실무적 성격의 직접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이 김정은에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선거제도 등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희망한다. 북한도 그럴 의사가 있어 보인다.
 
김정은은 이미 미국의 입장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 베이징·단둥 등지에 북한 관리들을 만난 재미 교포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다만 비핵화 과정에서 방법과 절차를 놓고 북․미간에 힘겨루기는 예상된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북핵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리비아식 해법(선 핵폐기 후 보상)’를 주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 북·미간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듯 싶다.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 이후의 일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에 관심이 많다. 베트남은 1964년 8월 통킹 만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전쟁을 시작해 73년까지 지속했다. 75년 4월 양국 관계가 단절되고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다. 그러다가 베트남이 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하는 등 변화를 보이자 미국은 91년부터 단계적으로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했다. 그리고 미국은 94년 2월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95년 7월 국교 정상화를 발표했다. 베트남과 미국은 2000년 7월 무역협정까지 체결했다.  
지난달 13일 베트남 호찌민시 최대 중심가인 1군에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펜스 곳곳엔 일본 국기가 걸려 있다. 일본 자이카가 자금을 대고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김경빈 기자]

지난달 13일 베트남 호찌민시 최대 중심가인 1군에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펜스 곳곳엔 일본 국기가 걸려 있다. 일본 자이카가 자금을 대고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김경빈 기자]

 
베트남은 김정은에게 미국과 전쟁을 한 나라가 어떻게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는지 보여줬다. 아울러 작은 나라가 미국을 어떻게 상대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성장을 하는 모습이 그가 그리는 북한의 미래와 딱 맞았다.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미국의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을 염두에 둔 계산이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에게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투자는 한국·일본·EU의 투자까지 끌어낼 수 있다. 중․러는 말한 것도 없다.
2013년부터 설립한 경제개발구 22곳이 그들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이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이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투자와 무역액이 급증했다.
 
베트남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각) 하노이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주석 초청 국빈만찬에서 쩐 다이 꽝 국가 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베트남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각) 하노이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주석 초청 국빈만찬에서 쩐 다이 꽝 국가 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이 U턴을 하기는 이미 늦었고 많이 와 버렸다. 굳이 U턴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U턴 리스크보다 직진의 이익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직진하는 과정에서 신호등이나 장애물로 멈추거나 속도가 떨어질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다 서다 반복하겠지만 결국 목적지에는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초보운전자’인 그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 주면 된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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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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