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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이 한마디가 페북을 '악마'로 만들었다

“우리는 플랫폼이지 미디어 회사가 아니다. 제3자가 우리 플랫폼에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책임이 없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2016년 말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멘토이자 초기 투자자였던 로저 맥너미에게 던진 말이다. 이 발언은 페이스북의 악용 우려에 대한 당시 저커버그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자리에는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함께 자리해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미국대선개입, 인종차별적 광고 게재 등 플랫폼 악용에 대한 맥너미의 경고에 대해 “구조적 문제가 아닌 예외적인 경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로저 맥너미는 지난 3월 20일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국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에 출연, 저커버그와 나눴던 이 대화를 언급하며 ‘정중한 묵살(Polite but dismissive)’이라고 표현했다.
 
이 발언이 있은 후 1년이 조금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며 그 수는 87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세계 언론을 상대로 밝혔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컨퍼런스콜 자리에서다.
 
저커버그는 이에 앞서 “러시아의 인터넷 조사 기관(IRA)이 2016년 미 대선 방해를 목적으로 가짜 계정 수백 개를 구축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했던 개인정보 유출과 페이스북의 정치적 악용이 심각한 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페이스북, 문제 확인하고도 은폐
 
지난 달 17일 트럼프의 대선 활동을 지원했던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 명의 정보를 불법 수집해 활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캐나다 국적의 데이터 분석가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처음 폭로한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지난 달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디언 인터뷰 영상 캡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처음 폭로한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지난 달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디언 인터뷰 영상 캡처]

2014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한 애널리티카는 미국의 유권자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 알렉산더 코건이 성격테스트 앱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사들였다. 무려 27만 명 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27만 명과 친구를 맺은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함께 불법 수집했고, 이를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유리하도록 활용했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것이다.
 
맥너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러한 문제를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쯤 뒤에 인지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은폐했다. 2011년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규제 기관인 연방무역위원회(FTC)와 맺은 ‘본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유용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개선할 여지가 있었지만 개선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정보 악용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난 3월 30일 뉴스 사이트 버즈피드가 보도한 페이스북 부사장 앤드루 보스워즈의 ‘추악한 메모(The Ugly)’ 에도 잘 드러난다.
 
“어쩌면 우리의 툴(페이스북)을 이용한 테러리스트의 공격 때문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연결할 것이다.”(2016년 6월 18일)
 
필리핀 두테르테, 댓글부대 운용 의혹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페이스북이 전세계 정치권에 끼친 현실적 영향력이 조명 되고 있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남아시아의 정치에서 페이스북이 문제가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민주주의가 취약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페이스북이 어떻게 악용돼 왔는지 보도했다.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돈을 주고 댓글부대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지난해 7월 말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여론조작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약 500명 규모의 사이버 부대를 운영, 자신에 대한 지지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최근에는 미 대선 때 문제가 됐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모기업인 스트래티직 커뮤니케이션랩(SCL)이 필리핀 대선에 직접 관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일 SCL이 두테르테에게 ‘범죄와 싸우는 전사’라는 이미지를 씌워 당선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뉴스웹사이트 래플러의 CEO 마리아 레사는 실제로 페이스북에 개설된 26개의 두테르테 지지 계정을 찾아냈다. 그에 따르면 해당 페이스북 계정들은 대부분 대선 준비 기간에 만들어졌고 이들은 두테르테에 비판적인 언론인, 시민단체 등 반정부 인사를 겨냥해 조직적인 댓글 공격을 가했다. 댓글로 가짜 여론을 형성한 것이다. 
두테르테 당선 후에도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사이버 공격을 자행했다.
 
레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2016년 8월 페이스북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간부 3명과 만나 논의했지만 간부들은 이 문제를 웃어 넘겨버렸다고 FT에 증언했다.
 
미얀마에서는 페이스북이 극우 종교 단체에 이용돼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 1월 미얀마의 불교 신자들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인정하라는 UN의 권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얀마의 우익 불교단체 마바타가 페이스북에 올린 증오관련 게시물은 2017년 자행된 로힝야족 탄압에 영향을 끼쳤다. [AP=연합뉴스]

지난 2015년 1월 미얀마의 불교 신자들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인정하라는 UN의 권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얀마의 우익 불교단체 마바타가 페이스북에 올린 증오관련 게시물은 2017년 자행된 로힝야족 탄압에 영향을 끼쳤다. [AP=연합뉴스]

가디언은 지난 3일 디지털 분석가 레이먼드 세라토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세라토는 극우 불교단체 ‘마바타(Ma Ba Tha)’의 게시물 1만5000여 건을 분석했고 인종 청소가 자행된 지난 8월을 전후로 마바타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내용은 주로 무슬림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저커버그 역시 지난 2일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에서 선동적인 메시지를 확산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동남아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이 페이스북 유저
 
동남아시아에서 유독 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것은 페이스북이 정부와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리핀 정부는 지난 11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루손 섬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억명의 인구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역의 주요한 정보제공 수단이 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동남아시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억명의 인구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역의 주요한 정보제공 수단이 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필리핀 모바일 공급업자들은 페이스북의 무료 저용량 버전을 패키지로 묶어 휴대전화와 함께 판매한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에서 페이스북 계정 보유율은 인터넷 보급률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인 ‘인터넷월드스태츠’에 따르면 2017년 12월 말 기준 미얀마의 인터넷 사용자 1800만 명 중 16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인터넷 사용자 6700만 명 중 약 6200만 명이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억 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페이스북이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샌드버그, “신속히 대응 못한 것은 실수”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5일(현지시간) FT를 통해  페이스북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내가 그 책임을 지고 있다”며 “애널리티카 관련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애널리티카 관련 폭로가 처음 보도된 17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21일에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중앙포토]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중앙포토]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3일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는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던 러시아의 IRA의 여론조작이 여전히 시도되고 있다”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내 러시아가 운영하는 가짜 계정 270여 개를 폐쇄 및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이트의 운영 방식이 개인정보 유출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이용한 회원검색 기능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타사의 앱이 사용자의 체크인, '좋아요'와 같은 정보를 승인없이 가져갈 수 없도록 보안을 강화했으며 보안 담당자의 수를 2만명으로 늘릴 것도 약속했다.
 
유럽연합, 내년 의회 선거 앞두고 소셜미디어 규제
 
유럽 연합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상의 가짜 뉴스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FT에 따르면 줄리언 킹 유럽연합 집행위 안보 담당 위원은 마리아 가브리엘 디지털 경제 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의회 선거 기간 중 소셜미디어 기업을 통제할 “명확한 계획”을 요구했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내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치적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할 방안을 내놓으라고도 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선거를 대비해 소셜미디어 상의 가짜뉴스를 규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 5월 유럽의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선거를 대비해 소셜미디어 상의 가짜뉴스를 규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는 선거 기간 중 법원에 허위 콘텐트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권한을 주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은 혐오 게시물을 차단하는 ‘헤이트 스피치 법’을 통해 명백하게 불법이거나 인종 차별적 내용이 담긴 콘텐트를 24시간 안에 제거하지 않는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 475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관련해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영국 하원 역시 당초 CEO인 저커버그가 직접 런던을 방문해 사건에 대해 소명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마이크 슈로퍼가 26일(현지시간) 출석키로 했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페이스북 전 부사장, “페이스북이 사회 작동방식 파괴...자녀에겐 페이스북 사용 금지”
페이스북의 임원진들은 페이스북의 본질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페이스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가디언은 ‘왜 소셜미디어 경영진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페이스북 전직과 현직 임원들 누구도 정상적으로 페이스북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계정에 공개된 게시물이 거의 없으며, 친구 수 등 기본 정보도 비공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2010년 페이스북을 떠난 숀 파커 공동 창립자는 작년 말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해 “양심적 이용 거부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어떻게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관심을 소비하게 만들까에 집중한다”며 “이는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7~2011년까지 페이스북 부사장을 지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역시 작년 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학술대회에서 “페이스북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사회의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사회적 담론과 협력은 없어지고 잘못된 정보와 거짓만이 남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소셜미디어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으며 자신의 자녀에게는 페이스북을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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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