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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도 전시장도 성찰의 공간이라야"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주얼리 컬렉션 ‘라크 드 노아’는 미국 LA 폴 게티 미술관에 있는 얀 브뤼헬의 그림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는 동물들’(1613)로부터 영감을 받아 진행됐다.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주얼리 컬렉션 ‘라크 드 노아’는 미국 LA 폴 게티 미술관에 있는 얀 브뤼헬의 그림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는 동물들’(1613)로부터 영감을 받아 진행됐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서울 DDP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투어전 ‘라크 드 노아(L’Arche de No<00E9>·3월 31일~4월 29일)’다. 2016년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지난해 홍콩(3월)과 뉴욕(11월)에 이어 새 봄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반클리프 아펠의 최고경영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 보스(Nicolas Bos)는 지난달 30일 열린 내한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LA 폴 게티 미술관에 있는 얀 브뤼헬의 그림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는 동물들’(1613)을 보고 테마전의 영감을 얻었다”며 “성경뿐 아니라 코란, 랍비의 문헌, 그리스와 중국의 신화에도 등장하는 대홍수의 전설은 드라마틱하다. 그 속에는 이국적인 동물과 자연과 사랑과 커플과 행복과 해피엔딩이라는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런 것들을 전부 담아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또 “공공 장소 전시를 통해 하이주얼리는 메종에 들어와야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어린이와 가족, 학생들이 많이 와서 주얼리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귀여운 암수 동물 41쌍을 형상화한 브로치(클립)와 함께,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전시 공간 역시 눈길을 끈다. 이 공간을 만들어낸 사람은 미국의 전방위 예술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77·사진)이다. 그가 뭘 하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특정하기란 아주 어렵다. 그림과 설치 미술, 실내 장식과 무대 예술, 음악과 춤, 연극과 뮤지컬과 오페라라는 경계는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1976)으로 미국 극장사에 굵은 획을 그었고, 1993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예술에 끼친 공로로 독일 십자공로훈장과 프랑스 레지옹도뇌르훈장도 받았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 거장을 중앙SUNDAY S매거진이 따로 만났다. 
 
Robert Wilson ⓒYiorgos Kaplanidis

Robert Wilson ⓒYiorgos Kaplanidis

로버트 윌슨은 풍채가 당당한, 여유있는 미(美)노년이었다. 말투와 행동은 조심스러웠지만 종이와 화이트 보드를 가져다 놓고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열정을 보였다. 뮤지컬 대사를 배우처럼 유머러스하게 연기하며 장난기도 드러냈다.  
‘빛의 예술가’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미국 건축사 강의 첫 번째 시간에 들은 ‘빛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라는 말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을 하든 빛부터 생각하게 됐다. 빛이 공간을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빛으로 어떤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빛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 이것이 나의 주요 관심사다.”  
큰 무대를 주로 꾸려온 당신에게 작은 보석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커다란 도전이었다. 보통 주얼리는 디자인이 추상적 혹은 기하학적이다. 그런데 이번 것은 자연주의적인 동물을 테마로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장인들이 만든 보석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손으로 만든 공예 작품이라는 것이다. 주얼리가 매력적인 이유도 손맛이 있기 때문이다. 장인들이 주얼리 만드는 모습 본다면 그 세심함에 깜짝 놀랄 것이다.”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나.  
“도시인들에게는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 나만의 피난처 말이다.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은 도시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DDP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왁자지껄한 도시 한복판에 있는데, 조금만 들어오면 전혀 다른 작은 성찰의 공간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는, 자연과의 시간을 느껴보는. ‘노아의 방주’도 그런 공간이 되어야 했다.”  
전시장 벽면에 박힌 수많은 LED가 어떨 때는 새벽 하늘처럼, 어떨 때는 망망대해처럼, 또 어떤 때는 저녁 노을처럼 보이는 것도 자연공간으로서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가.  
“바로 그렇다.”    
전시장에 온 관객의 움직임을 연출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동선을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은 갑자기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캄캄해지면 딱 멈춰서게 된다. 움직이다가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이 일종의 안무라고 생각했다.”    
빛과 함께 음악의 중요성도 강조했는데.  
“이번에 사용한 아르보 패트로의 음악은 일종의 명상 음악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뭐든 반대편이 있어야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조용한 음악만 계속 되는 것이 아니라 빵하고 시끄러운 것이 터져야 조용함의 의미가 부각된다. 시간의 흐름도 끊김이 있어야 의미가 생긴다. 빛도 어두움이 있어야 그 밝음을 느끼는 것처럼. 동양의 음양사상이 그렇지 않은가.”  

음양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가.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극장에서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있다.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앞에 있는 공간만 봐서는 안 되고 뒤에 있는 공간까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사에 힘이 생기고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 해석이나 물리적 존재에도 적용된다. 활을 쏠 때 단순히 활시위를 당긴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팔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서로 다른 것이 합쳐졌을 때, 그것이 힘의 원천이다. 음양, 흑백, 희극과 비극…. 그런 면에서 동물 보석들이 암수 쌍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대홍수 피한 동물 보석 보며 묘한 안도감  
전시장은 형광빛 푸르스름한 사각형 설치물 안에 꾸며져 있다. 배를 타는 것처럼 몸을 구부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촘촘히 박힌 LED 등이 천천히 색조 변화를 한다. 갑자기 장내가 어두워지면 앵무새, 원숭이, 사슴 등 41쌍의 동물들이 현란한 빛을 발한다. 커다란 배의 밑창에서 밖으로 난 듯한 작은 창들의 배치가 산세처럼 또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이다. 거센 빗소리가 잦아들 때쯤 되면 새벽 하늘인 듯 저녁 노을인 듯 희미한 여명 속에 관람객들은 대홍수에서 탈출한 듯한 안도감을 느낀다.  
 
손으로 하는 일을 잊지 말라  
아티스트로서의 자세라면 어떤 것인가.  
“내 일은 ‘이것이 무엇인가?(What is it?)’라는 묻는 것이다. 만약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하는 일이었다면,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노아의 방주’나 ‘리어왕’ 같은 것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바로 우리 스스로 질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런 아이디어를 갖게 됐나.  
“극장에 처음 갔을 때, 별로였다. 배우와 연출가가 고교 선생님이 강의하는 것 같았다. 관람객으로서 내 스스로 듣고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대사와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야 하지만, 그런 감정을 관객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유할 수는 있겠지만 다 정해주어서는 곤란하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 역시 나만의 감정을 담았지만, 관객이 나와 똑같은 것을 느낄 것이라 가정해서도 안 되고 그걸 강요해서도 안 된다. 독재자는 사절이다.”  
관객들을 동참시키는 ‘이머시브 연극’이 최근 대세라고 하는데, 관객과 소통하는 비법이 뭔가.  
“모른다.(웃음) 마사 그레이엄이라는 미국 무용가가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에 공감한다. 나는 내 본능을 충실히 따른다. 이걸 할까 말아야 할까 질문을 던질 때, 내 본능이 답을 준다. 이런 건 하지 말아야겠지 생각해도 본능은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식으로 일해 왔기 때문에 업계의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른 작업을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버드나 예일 같은, 학교에서 연극 연출이나 시나리오, 조명 등을 공부했으면 지금 같은 작품은 못 나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일을 하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걸음마도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 아닌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직접 해봐야 진정으로 익혔다고 말할 수 있겠지.”  
요즘 젊은이들은 몸을 이용하지 않고 디지털에만 빠져있는 것 같다.  
“내게 그린다는 것은 손으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다 컴퓨터로 한다. 이것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다른 것이다. 몸으로 그리는 것은 분명 컴퓨터로 그리는 것과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 시스템이 몸으로 하는 것도 꼭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마음은 지능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것이고 또 근육이 있기 때문이다. 백자를 만든 한국 사람들은 그 좋은 손재주를 꼭 간직하길 바란다. 그것을 잃으면 문화를 잃을 것이요, 문화를 잃으면 기억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반클리프 아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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