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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처럼 살기보다 일단 저지르는 게 청년 정신

[CEO 탐구]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의 새로운 3기를 이끌 공동대표로 지난달 16일 취임한 조수용 신임 대표이사(45)는 여러모로 화제의 인물이다.
 
NHN의 마케팅·디자인을 담당했던 네이버 인맥 출신으로 컨설팅전문회사 제이오에이치를 창업해 독립한 뒤 광고·디자인·건축에서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두 번이나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2016년 카카오 브랜드디자인 총괄부사장으로 합류한 후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미니 등 새로운 서비스의 안착을 주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카카오의 도전정신을 대변하듯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을 강조했다. 카카오의 미래를 짊어진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신인섭 기자]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신인섭 기자]

 취임 소감부터 들어보자.
“(잠시 생각하더니) 그동안 이런 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업의 CEO는 자기 개인의 삶보다 많은 사람을 대표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지명 소식을 듣고 마냥 기쁘지만 않았고… 처음엔 부담감에 내 인생에 큰일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재미있게 일하는 ‘끼’가 카카오 창업 유전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네이버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작용한 게 아닌가.
“NHN 시절부터 알았던 사이지만 오히려 창업 이후에 내게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선호보다는 CEO추천위원회에서 미래 리더십에 맞는 사람을 고려해 나를 지명한 것으로 안다. 브라이언(김 의장)이 소신껏 일을 해보라고 위임해줘서 어깨가 더 무겁다.”
 
 공동대표를 맡은 여민수 대표와 업무 분담은 어떻게 되나.
“역할을 나눠서 맡는 게 아니고…. 분야는 다르지만, 업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공동 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둘이 상의해서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라 생각한다.”
 
 유명 디자이너 출신이다. 기업 경영과는 다른 길이었다.
“이미지를 다루는 단순한 레이아웃 디자인에서 벗어나 특정한 컨셉과 창의적인 상황을 만드는 일을 쭉 해왔다. 그런 면에서 경영과 디자인은 일맥상통하지 않나.”
 
 취임 이후 미래 발전계획인 ‘카카오 3.0’을 내놓았다.
“카카오톡만 하더라도 만들어진 지 8년밖에 안 되는 신생 서비스다. 이미 출범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길로 가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기업은 어떤 서비스를 완성했다고 선언한 후 매출 확대에 몰입하는 순간 꿈이 멈춰버린다. 내년 이후 달라질 시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청년처럼 미래의 꿈을 항상 꿔나가기 위한 것이다.”
 
 평소 브랜드를 중시해왔다. 카카오 경영에 어떤 브랜드 철학을 담을 것인가.
“브랜드는 마치 삶과 같다고나 할까.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려면 그대론 안 된다. 괜찮게 보이려면 그렇게 보일 만한 시간과 증거가 필요하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창업 이후부터 내재된 브랜드 가치의 실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카카오가 추구해온 가치는 무엇인가.
“카카오에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창업 유전자가 담겨있다. 뭐랄까, 나는 그것을 ‘끼’라 부르는데, 독특한 분위기가 넘쳐 흐른다. 예컨대 실시간 전송 속도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의 이름을 정할 때도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란 이름을 주저 없이 택했다.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진지하고 엄숙한 사무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친구에게 설명하듯 재미있게 뭐든지 해보자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카카오 서비스와 캐릭터들마다엔 이런 위트가 담겨있다. 그런 ‘장난기’ 같은 게 카카오를 대표하는 유전자다. 모범생처럼 살기보다는 돌다리를 너무 두드리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청년 정신이 바로 그게 아닐까 싶다. 카카오가 창업 이후부터 쭉 이뤄왔던 그것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오래 가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다. ”
 
 
인간 감성 담긴 서비스는 살아남을 것
 
내 마음속의 우상인 인물이 있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존경한다. 건물을 멋있게 짓는 차원을 넘어서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삶의 고민에 치열했던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서비스 역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기술이나 미학적 측면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명감과 철학을 우선한다.”
 
 기술 진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자칫 인간이 소외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있다.
“인공지능시대를 다룬 영화 ‘그녀’를 보면 주인공 직업이 손편지 써주는 일이다. 첨단 기술 시대에도 편지를 손글씨로 써야만 진심이 전해진다는 아이러니가 담겨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온갖 기술로 뒤덮여도 인간 자체의 아날로그적인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보는 시대지만 스크린 속의 책을 실물 책의 질감과 똑같이 보이게 하려고 온갖 기술이 동원되지 않나. 결국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감성이 담긴 서비스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기발한 발상의 아이콘으로 꼽혀왔다. 그 원천은 무엇인가.
“기발함이란 세상에 없는 희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힘이다. 무엇이 본질인지를 알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것을 버리게 된다. 버리는 용기야말로 바로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다. 평범한 것 중에서 필요 없는 것을 버렸더니 그때 드러나는 것이 기발한 것이 되더라.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의 철학이다.”
 
 생활신조로 삼는 말은.
“‘비겁하게 살지는 말자’라는 말을 종종 되뇐다. 좀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돈을 버는데 집착하지 말고, 쪽 팔리게 살지 말자는 이야기다.”
 
 
틈날 때마다 요가, 영화·재즈음악 즐겨
 
퇴근 후 일상생활이 궁금하다. 남다른 취미가 있을 법하다.
“시간 날 때마다 요가를 한다. 2년째 수련하고 있는데 마음이 맑아진다.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도 좋아한다. 볼 때마다 관점을 다르게 해서 본다. 처음엔 스토리에 집중하고, 두 번째 볼 때는 촬영감독의 관점에서 영상에 집중하고, 그 이후엔 대사나 음악에 집중해서 보는 식이다. 최근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Youth)’를 4번이나 봤다. 볼 때마다 모든 게 새롭게 보이고 들리더라. 팻 매트니의 기타연주와 같은 재즈 음악도 즐겨 듣는데, 음악도 그런 식으로 듣는다. 처음엔 느낌에 집중하고, 다음엔 베이스·드럼 등 악기별로 나눠서 다른 음감을 느껴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새벽 1, 2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다. 대표이사가 된 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려니 죽겠다. (웃음)”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서인국 연세대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추천한다.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란 구절이 인상적이다. ‘맛있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 둘 다 모두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맛있는 것 하나를 가지려 해도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하질 않나. 네이버를 뛰쳐나와 창업한 것도 실은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내내 과연 뭘 해야 행복해지는가를 놓고 고민하게 되더라.”
 
 창업을 2번 해본 선배로서 인생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편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그런 일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하다 보면 잘 안 풀릴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내가 원해서 택한 일 아닌가’라며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창업했을 때도 괜히 바보짓 하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하곤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부끄럽게 보일지 몰라도 내가 믿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것, 그게 있어야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위안이 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나온다.”
 
[글씨로 본 이 사람] 역동적이며 긍정적인 성격
조수용 대표 글씨

조수용 대표 글씨

조수용 대표는 글씨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국내외 유명인의 친필을 분석해온 필적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두뇌 반응이 활발하고, 역동적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가로 선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로 올라가는데 이는 긍정적인·낙천적 성격의 소유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씨체로, 전반적으로 긴 가로 선은 인내심·지구력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글자 사이 간격이 넓은 것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정보통신(IT)·벤처 기업 경영자와 잘 어울린다고 풀이했다. 정주영·이병철 회장의 글씨를 보면 ‘ㅁ’자의 윗부분은 열려 있고 마지막 부분이 굳게 닫혀 있다. 열린 사고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조 대표는 ‘ㅁ’자 마지막 부분이 열려있다. 돈에는 그리 욕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조수용 대표이사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1999년 프리첼 디자인센터장
2003년 NHN 마케팅·디자인 총괄부문장
2010년 제이오에이치 대표이사, 매거진B 발행인
2016년 카카오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
2017년 카카오 공동체 브랜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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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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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