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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징역 24년...18개 혐의중 16개 유죄 선고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량(징역 30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국내 권력형 비리사건의 피의자 중에선 가장 높은 형량이 나왔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62)씨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및 정유라 승마 지원 등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18개 혐의(뇌물수수·직권남용 등) 중 16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대통령이 이 나라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공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6일 1심 선고공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공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6일 1심 선고공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초래한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 51명에 대한 1심 선고가 모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최씨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데다 형량이 무거운 뇌물 혐의 중 상당수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총 18개의 혐의 중에서 박 전 대통령의 단독 혐의는 없었다. ‘공범’ 최씨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 연루자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종국엔 ‘정점’인 박 전 대통령에게 연결되는 구조였다. 
 
 그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4개가 최씨와 겹쳤다. 이날 선고 때 재판부가 ‘최서원(최순실의 개명후 이름)’을 총 170차례나 언급한 것도 그래서였다.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동일 재판부가 내린 이날 박 전 대통령 판결은 당초 예상대로 ‘데칼코마니’가 됐다. 재판부는 “이런 사태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누어 준 피고인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유죄를 선고받은 12개 혐의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형의 배경에 뇌물죄 인정이 결정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5개 뇌물 혐의 중 3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뇌물수수액이 230억원 이상이라고 재판부는 적시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22)씨에게 승마 지원(72억원)을 하게 한 혐의에 대해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광범위하고 막강한 권한이 작용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70억원, 이후 반환)을 내도록 한 혐의, SK그룹에 재단에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에 대해서도 “면세점 특허 등 그룹 현안 등에 대한 도움을 대가로 지원을 요구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두 개 뇌물 혐의는 최씨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동계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하고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의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세윤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세윤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연합뉴스]

뇌물 혐의 이외에 다른 혐의들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에 대해 재판부는 “기업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危懼心ㆍ염려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켜 ‘묵시적 해악’을 고지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현대차, 포스코, KT, GKL 등에 대한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도 ‘일부 무죄’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ㆍ예술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도 유죄가 인정됐다. 또 KEB하나은행에 최씨의 측근인 이상화 전 독일지점장을 본부장에 임명하도록 요구한 혐의(강요),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14건)을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도 유죄였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데 대해선 두 재판부의 인식이 동일했다. 하지만 삼성이 최씨측에 지원한 말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었느냐를 놓고는 판단이 엇갈렸다. 이 부회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삼성 측에 있다고 봤으나 이번 재판부는 최씨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마 세필의 가격과 보험료(약 36억원)를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인정하면서 “최씨가 말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 전 부회장의 최종 형량을 가를 수 있는 말 소유권에 대한 최종 판단은 향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나올 전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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