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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배 사주고 일자리 떠안긴 정부

정부는 해운사에 3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세금)을 대출해 배를 사게 하고, 대형 조선 3사는 매년 3000명 이상을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선·해운 발전 방안’을 5일 발표했다. 선박 수주가 느는데도 조선사는 울상이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수년째 인력 구조조정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2022년까지 매년 3000명씩 모두 1만5000명을 채용하라는 정부 목표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업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에도 대형 조선사 한 곳이 1년간 뽑은 인력은 400명에 불과했다. 정책자금 지원으로 선박 수주가 늘어도 3000명의 채용 인원을 맞추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운업 재건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추락한 국내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껏 금융기관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업체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7월부터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조성하는 정책자금 3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물론 해운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나라가 덴마크 등 여럿이다. 문제는 선박 ‘공급 과잉’으로 생긴 불황을 ‘공급 확대 정책’으로 풀겠다는 발상에 있다. 정부 자금 지원으로 선박 공급을 더 늘리면 일감이 없어 노는 배만 늘어나 해운사의 선박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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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해양진흥공사 등 정책 자금으로 중고 선박을 사들여 해운사에 현금 유동성을 지원하는 정책도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정책과 판박이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캠코에 4666억원을 출자해 한진해운 17척, 현대상선 4척 등 총 33척의 선박을 사들였지만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등 결국 미봉책이 됐다.
 
화주(화물 주인)와 조선사가 펀드를 조성해 해운사가 발주할 신형 선박에 투자하는 ‘상생 펀드’ 조성 방안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펀드에 투자할 만큼 자금이 풍부한 조선사도 없을뿐더러 해운사들의 영업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선 펀드 투자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윤현수 해수부 해운정책과장은 “정부가 해운사의 원가 절감에 도움을 주면 경쟁력을 확보할 발판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정책은 해운업계 불황이 계속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손해를 국민이 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목표로 한 신규 선박 발주 지원 물량 200여 척은 호황기를 가정해 해운사들이 필요하다고 밝힌 선박 수를 집계한 것이다. 막상 선박은 발주했지만 업황 악화로 정책 자금을 갚지 못하는 해운사가 늘면 결국 국민이 손실을 보게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조원대 세금이 들어가는 대책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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