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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의원 30% 감축” … 노조 다음은 정치권 철밥통 깨기

마크롱. [로이터=연합뉴스]

마크롱.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병’ 수술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메스가 이번엔 프랑스 정치를 향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정치개혁 입법안의 골자는 프랑스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 수술이다.
 
우선 정원 감축이다. 현재 577명인 하원 의원과 348명인 상원 의원의 정원을 30%씩 각각 감축하고, 의원과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3연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표(死票)로 묻혀버리는 소수의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장치도 있다. 다음 총선부터 하원 의원 정원의 15%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의석수는 적어도 전국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혜택을 보게 된다.
 
마크롱 정부의 정치개혁안은 국영철도 노조가 정부의 복지 축소 방침에 반발해 3개월 파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나왔다. 마치 노조를 향해 “당신들만 아니라 정치권 철밥통도 깨겠다”고 선언하는 듯 하다.
 
그동안 프랑스 정치시스템은 말은 많고 행동은 느려 개혁에 실기하기 일쑤였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개혁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법안 처리가 빨라져 의회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책임성도 강해져 의회와 정치 과정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의회의 연례 예산안 처리 기간이 현행 70일에서 50일로 줄어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 개혁안은 상·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다수당이지만 상원은 제1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다. 현역 의원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치 개혁은 마크롱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는 수십 년간 프랑스를 지배한 정치체제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신인과 여성을 대거 공천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의회가 스스로 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압박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브리쉬 텡튀리에 대표는 “마크롱은 질서를 세우고 나라를 효율적이고 신속히 개혁하라는 여론에 기대고 있다. 많은 유권자가 의회의 토론은 좋은 것이지만 행동하는 것은 더 좋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시앙스포(파리정치대) 소속 정치분석가 브루노 코트레는 “마크롱이 철도와 연금 개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정치권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며 “국민들은 정치인들 역시 특권층 엘리트로 간주하고 있음을 그는 꿰뚫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마크롱과 노조와의 결투는 점입가경이다. 6월 28일까지 한 주에 이틀씩 파업하기로 한 철도노조가 3일부터 이틀간 행동에 나서면서 프랑스에선 고속철 TGV 등 주요 노선의 운행이 80%가량 취소돼 심각한 교통난이 빚어졌다. 그럼에도 평생 고용과 풍성한 연금 혜택, 가족 무료승차권 등을 고치겠다고 나선 마크롱 정부는 “국철의 현상 유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필리프 총리)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의 ‘개혁 독주’가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높아가고 있다.
 
“개혁은 좋은데, 일방 통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스테판 로제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정치의 매개체인 의회의 역할을 해치면서까지 엘리제궁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크롱주의는 신(新) 보나파르트주의(나폴레옹식 독재정치)”라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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