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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어렵게 재취업했더니 국민연금 깎이네, 5만 은퇴자 한숨

경기도에 사는 박 모(66)씨는 2013년 월 13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 말 일자리를 구해 재취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에서 “2016년 받은 연금 299만원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의 소득이 연금 삭감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그 전에 받은 연금을 삭감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씨는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퇴직 후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서 노후생활을 하는데 근로의욕을 이렇게 꺾어도 되냐”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은퇴자인 윤 모(63) 씨는 2016년 3월부터 국민연금이 월 30만원 줄었다. 그 전까지는 이 정도로 깎이지는 않았으나 소득이 올라가면서 30만원이 삭감됐다. 야근과 휴일근무를 하면서 소득이 월 50만~80만원 올라가면서 삭감 기준을 초과하게 됐다. 윤 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일을 더 했는데 연금이 깎이니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고 국민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은 젊어서 보험료를 부어 노후에 받는다. 그런데 노후에 일해서 돈을 번다고 국민연금을 깎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사람이 2015년 7987명, 2016년 2만8793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4723명으로 1만6000명가량 늘었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삭감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노후 준비가 덜 된 채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사람이 많아 연금 삭감자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 소득을 따져 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월 소득이 218만원(근로소득 공제 이전 308만원, 2017년) 넘으면 삭감된다. 자영업자도 218만원(필요 경비 공제 후)이 기준이다. 게다가 자영업 소득에는 임대·금융 소득은 빼고 계산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있다. 다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의 임대소득은 포함된다. 
 218만원 기준 초과 액수를 5단계로 나눠 연금을 5~50% 삭감한다. 최대 절반만 깎는다. 어떤 은퇴자는 지난해 10월 170만1750원의 연금이 85만870원으로 반 토막 나기도 했다. 삭감 기간은 1953~56년생은 만 65세(57년생은 66세)까지 5년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근로자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건강보험·고용보험 소득 자료를 확보해서 그때그때 연금을 삭감한다. 그게 잘 안 되면 이듬해 6월에, 자영업자는 11월에 전년도 소득이 확정되면 정산한다. 거의 1년 지나서 전년에 받은 연금을 토해내라고 하니까 불신을 조장하고 근로 의욕을 감퇴시킨다. 최대 36개월 분납할 수 있다.
 
소득이 있다고 연금을 깎는 이유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돈이 가는 걸 막자는 취지에서다. 주 타깃은 연금액이 많은 공무원연금(평균 242만원, 2016년)이다. 액수가 많지 않은 국민연금(20년 이상 가입자 평균 89만원)에 적용하다 보니 불만이 크다. 2015년 7월 이전에는 첫해에 가장 많이 깎고 점차 줄이는 방식이어서 불만이 더 컸다. 고친다고 고쳤지만 원성이 여전하다.
 
그렇다고 삭감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삭감 대상자와 액수가 매달 달라진다. 지난해 열두 달 중 가장 많이 삭감된 달에 60억원이 깎였다. 1인당 평균 13만원가량이다. 5만원 미만 삭감자가 2만2606명으로 전체의 절반가량 된다. 50만원 넘게 삭감된 사람은 6420명이다. 지난해 삭감된 사람 중 만 61, 62세가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얼마 깎이지도 않은데 그리 큰 문제냐”는 주장이 있고, 반면 “별로 실익이 없는데 왜 깎느냐”는 불만이 공존한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앞선 선진국들은 삭감 제도를 폐지한 데가 많다. 캐나다·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이탈리아·미국 등이 그렇다. 핀란드·독일·네덜란드 등은 원래 삭감하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폴란드가 삭감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ILO) 산하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사회보장 정책분석 파트의 사이먼 브림블레콤 조정관은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삭감제도에 대해 “노 그레이트(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사이먼은 “소득이 있다고 연금을 감액하게 되면 누가 일하겠느냐. 또 현금으로 임금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런 제도로) 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을 깎지 말고 연금과 소득을 더해서 세금을 매기되 합이 올라갈수록 세율이 올라가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부는 60세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도록 권장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부족을 메우고, 노후 소득을 보충할 수 있어서다. 또 일하면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런 정책 기조와 연금 삭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남게 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고령사회에 역행한다”며 “연금 페널티(감액)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5년 내 연금 감액 완전 폐지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발의할 예정이다.
 
강준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감액 제도가 근로 유인을 떨어뜨리고 임대·금융소득 제외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올해 연금재정 4차 재계산에서 폐지 또는 개정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안희재 인턴기자가 기사 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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