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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피’ 수혈한 데얀 ‘빨간 맛’은 잊었다

K리그 ‘수퍼매치’를 앞둔 수원 데얀(왼쪽)이 친정팀 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수퍼매치’를 앞둔 수원 데얀(왼쪽)이 친정팀 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 대신, 수원 팬들에게 인사 하겠다. 내가 FC서울 팬들에게 할 수 있는 건 존경심을 보여주는 일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스트라이커 데얀 다미아노비치(37·세르비아)는 올 시즌 첫 K리그 수퍼매치(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에 나서는 각오를 담담하게 밝혔다. 친정팀 서울의 팬들에게 예의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바꿔 말하면 ‘꼭 골을 넣겠다’는 굳은 각오이기도 하다.
 
데얀은 ‘K리그 판 유다’로 불린다. 지난겨울 서울을 떠나 라이벌 수원으로 이적한 그를 예수를 배반한 제자 가롯 유다에 빗댄 별명이다. 오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올 시즌 첫 K리그 수퍼매치를 앞두고 데얀은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무려 9시즌 동안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서울의 간판스타가 ‘숙적’ 수원으로 건너가 ‘푸른 피의 사나이’로 거듭난 스토리의 반향은 만만치가 않다.
 
계약이 끝난 서울이 잡지 않은 상황에서 더 뛰고 싶었던 데얀의 바람과 검증된 골잡이를 찾던 수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지만, 서울 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수퍼매치최다골 기록(7골)을 가진 그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서울에 칼끝을 겨누게 된 현실을, 서울 팬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데얀의 수원행이 확정되자 서울 팬들은 “서울의 영혼이 팔려간 느낌”이라며 허탈해했다. 시즌 초반 서울이 골 결정력 부족으로 부진하면서 “데얀의 빈자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수원 구단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라이벌 팀 간판 골잡이를 데려온 통쾌함에다, 데얀(시즌 6골)이 팀을 떠난 주공격수 조나탄(텐진 테다)의 공백까지 잘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수퍼매치 기자회견도 ‘데얀의, 데얀에 의한, 데얀을 위한’ 이벤트였다.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는데, “지난해까지 왼쪽(FC서울 자리)에 앉다가 자리를 바꾸니 느낌이 새롭다”고 운을 뗀 데얀은 “빨강에서 파랑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내 역할은 여전히 골을 넣는 것이다. 이제는 수원 팬들을 기쁘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 팀 감독도 데얀의 이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수퍼매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데얀을 데려와) 좋은 팀을 만들었으니 멋지게 이겨보고 싶다. 무승부는 의미가 없다. 무조건 이긴다”고 포문을 열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데얀이 서 감독 옆에 있으니 생소하지만, 이 또한 삶의 일부고 축구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라며 “내 목표는 데얀이 골을 못 넣게 하고 우리가 이기는 거다. 그게 내 구상의 100%”라고 맞받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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