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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가슴에 ★ 단 대한항공 한선수

한선수(왼쪽)가 챔프전 우승 직후 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한선수(왼쪽)가 챔프전 우승 직후 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11년.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주장 한선수(33)가 최고 무대에서 최고 선수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네 번의 아쉬움 끝에 그는 가슴에 우승을 상징하는 ‘별’을 달았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0으로 물리쳤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창단 후 첫 우승을 확정한 순간, 한선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챔프전에 네 번(2010~11, 11~12, 12~13, 16~17시즌) 올라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한선수는 네 번 모두 코트에 있었다. 특히 지난해엔 2승1패로 앞서다 두 경기를 내리 지면서 현대캐피탈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그는 “지난해가 처음 준우승했던 2010~11시즌보다 더 아쉬웠다. 한 경기만 이겼으면 됐는데…. 우승까지 10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엔 부담이 정말 컸는데 올해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1차전에서 졌을 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가 너무 힘들어서 챔프전은 편하게 나섰다"고 했다. 한선수는 눈물에 대해 "눈물이 없는 편인데 만감이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얘기했다. 이번 챔프전을 치르며 '정말 하나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팀이 더 강해진 느낌이라 다음 시즌엔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입단 당시 한선수는 연습경기도 뛸 수 없는 팀 내 ‘세 번째 세터’였다. 한선수는 “신인 때는 공 줍는 게 내 일이었다. 형들이 쉴 때 개인훈련을 했다. 슈빠(브라질) 세터 코치로부터 많이 배웠는데 마침 선배들이 다치면서 기회가 생겼다. 운도 좋았고, 우리 팀과 내가 잘 맞은 덕분”이라고 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한선수. [뉴스1]

우승을 확정지은 뒤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한선수. [뉴스1]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시즌 초반 “이륙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34·슬로베니아)와 공격 템포와 한선수의 토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였다. 박 감독은 “한선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후배 황승빈에게 잠시 주전을 내줬던 한선수는 박 감독의 기다림에 부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둘의 호흡은 척척 맞아들어갔다. 가스파리니는 “한선수 토스는 마술 같았다”고 했다. 한선수는 "사실 정규시즌엔 리듬이 완전히 깨져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틴 덕에 우승한 것 같다"고 했다.
 
가스파리니는 2년간 대한항공에서 뛰었기 때문에 한국에 계속 있으려면 트라이아웃에 다시 나와야 한다. 가스파리니는 트라이아웃에 나갈 계획이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는 역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팀에 잘 어울리려고 노력한 선수다. 특별 대우를 원하는 외국인 선수도 있는데, 훈련도, 식사도 함께했다”며 “우리가 다시 1순위를 뽑을 확률(3.6%)이 낮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스파리니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2012년 결혼한 한선수는 소문난 애처가다. 군 시절(상근 예비역)에는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주말엔 가족을 위해 요리도 곧잘 했다. 큰딸 효주(5) 사랑도 끔찍하다. 챔프전 우승 후 인터뷰를 끝낸 그는 딸을 안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최근엔 식구도 늘었다. 챔프전을 앞둔 지난달 16일에는 둘째 딸도 얻었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깨비(태명)가 복덩이"라고 했다. 가족 얘기를 하자 한선수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는 "챔프전 3차전까진 아내와 아이가 산후조리원에 있었다. 마지막에 경기장에 왔는데 태중에서 배구 중계를 많이 들어서인지 갓난아이인데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고 웃었다. 
 
한선수는 이번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2015~16시즌 이후 3년 연속 연봉킹(5억원)이었던 그는 역시 FA가 된 전광인(한국전력)과 연봉 1위를 다툴 전망이다. 한선수는 "처음 FA 땐 내가 많이 받아야 후배들도 오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광인이 정도 실력이면 1위를 내줘도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 목표는 뭘까. 그는 “내년에는 정규시즌과 챔프전을 모두 우승하고 싶다”며 “욕심을 좀 내서 마흔 살까지는 선수로 뛰고 싶다”고 했다. 올해 8월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한선수에게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을 물었다. "뽑아주시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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