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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버는 만큼만 쓸 수 있게 헌법에 못박아야”

“현행 헌법은 정부의 예산안 제출, 국회의 심의 확정 등 절차적 내용에 치중하고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
 
개정하는 헌법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다. ‘헌법 개정과 재정 건전성,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97년 1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곧 40%를 넘어선다”라며 “주요국과 비교해 낮다는 주장이 있지만 국가채무는 절대 수준보다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지 확대 등을 고려하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헌법에서 ‘국가는 재정 운영에 있어서 건전성 및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와 같은 선언 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제헌헌법부터 제2공화국 헌법까지는 재정이 별도의 장(章)으로 분리돼 있었다”며 “독일·스위스처럼 헌법에 재정 관련 원칙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헌법 내 ‘세입 내 세출 원칙’을 천명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정하게 재원을 써야 국가가 지속 가능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 내 세출 원칙까지 구체적으로 담는 건 무리라고 봤다. 그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외부적 충격과 고령화·통일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는 꼭 필요한 조치”라면서 “다만 세입 내 세출 원칙을 포함하면 재정의 경기 대응적 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황엔 적자를 내서라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한 데 이런 것까지 제한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헌법 개정과 함께 재정 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해법을 두고선 시각차가 있었다. 황 교수는 “국민에게 증세를 요구하려면 낭비적 지출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는 재정관리체계의 개혁이 선결 과제”라며 “행정부 내에서 예산 사업의 사전·사후 평가를 전담하는 ‘재정관리처(가칭)’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성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원칙 없는 복지정책으로 세금이 세고 있는데 경제 관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곳간지기’로서의 정부 역할을 신뢰할 수 없다면 국회의 책임을 강화해 예산 남용을 억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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