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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연령 62세, 은퇴 준비 54점 … 노후 위태로운 한국인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 79.3세, 여성은 85.4세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은퇴 연령은 62.1세였다. 예상 은퇴 연령(66.8세)보다 4.7세나 빨랐다. 
 
‘100세 시대’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단순 계산만으로 은퇴 후 ‘인생 2막’ 기간은 17~23년에 달한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후 기간은 더 늘어난다. 
 
문제는 ‘준비 없는 은퇴’를 맞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청년층의 취업난과 늦은 결혼, 수명 연장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이 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일 발표한 ‘은퇴준비지수 2018’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으로 ‘주의’(50~70점) 수준이었다. 2014년(57.2점)과 2016년(55.2점)보다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 조사는 서울·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비은퇴자 19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14년부터 2년마다 은퇴준비지수를 산정해 발표한다. 
 
자기평가지수와 재무·건강·활동·관계 등 4개 항목의 실행점수를 합산해 100점 만점에 0~50점은 ‘위험’, 50~70점은 ‘주의’, 70~100점은 ‘양호’로 나뉜다.
 
은퇴 계획의 기본인 금전적 준비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준비 상황을 보여주는 재무 항목의 점수가 2년 전 61.1점에서 67.8점으로 6.7점 높아졌다.
 
수치상으로는 나아졌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는 커진다. ‘부동산 착시’ 효과 때문이다. 재무항목의 점수가 개선된 것은 응답자의 거주 주택 자산가치 상승과 은퇴 이후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을 쓰겠다는 응답자가 늘어나서다.
 
부동산이 한국 가계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3억8164만원)에서 부동산(2억6635만원) 비중은 69.8%를 차지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는 전년 대비 1.48% 올랐다. 서울의 매매가는 3.64%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가격을 부풀렸을 수 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 노후 대비 월 저축액이나 연금 가입률 등은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며 “은퇴 준비의 질적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노후 준비의 양극화다. 재무 영역에서 준비 수준이 ‘양호’한 집단은 전체의 48.3%, ‘위험’한 집단은 32.8%를 차지했다. 2년 전보다 ‘주의’는 전체의 18.9%로 9.1%포인트나 줄었다.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뤄진 3층 연금 구조의 안전망을 짜는 데도 집단별 격차가 컸다. ‘양호’ 집단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61.4%였지만 ‘위험’ 집단은 20.8%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가입률도 ‘양호’ 집단(48.7%)은 ‘위험’ 집단(15.6%)의 3배 정도였다. 월평균 노후저축액도 15만원(‘위험’ 집단)과 64만원(‘양호’ 집단)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모아놓은 돈이 적으면 노후에 필요한 자금 조달도 어려웠다.
 
 ‘양호’ 집단은 노후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최소 생활비(199만원) 전액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에 응답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위험 ’군은 최소 생활비(192만원)의 18.7%만을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1인 가구는 은퇴 설계의 가장 약한 고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은퇴준비지수는 50.5점으로 전체 평균(54.5점)보다 낮았다. 
 
윤성은 연구원은 “기혼 여성이 은퇴 설계를 남편 중심으로 할 경우 혼인관계의 변동에 따라 노후 준비가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소득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이나 보험 등으로 미리 방패막이를 쌓아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3층 연금을 모두 보유하고 보장성 보험 가입 건수가 많을수록 노후 대비 지수가 높았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4%밖에 안 되는 만큼 나머지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을 오래 해야 한다”며 “연금에 가입했다면 중도 인출을 하지 않아야 하고, 은퇴 준비가 다소 늦은 60대는 주택연금 상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현옥·이새누리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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