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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1300개 품목 관세폭탄은 오프닝 기습공격"

“트럼프 범프(Bump, 특수)가 트럼프 슬럼프(slump)로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 뉴욕증시는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트럼프 범프’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과 무역전쟁 촉발에 ‘아마존 때리기’까지 겹치면서 뉴욕증시는 주춤한 상태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슬럼프’로 바꿔부르기 시작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이 점점 가시화하면서 월스트리트 등에 포진한 전문가들이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1930년대 역사가 알려주고 있는데, G2의 리더들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간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규모 관세폭탄을 쏘아올린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정치ㆍ경제 전문가들이 일제히 경제전문채널 CNBC와 블룸버그 등에 출연해 각자가 생각하는 무역전쟁의 문제점을 짚었다.
 
 
◆스티븐 로치(예일대 경영대 교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대표)
 
스티븐 로치

스티븐 로치

중국이 1조17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미국의 부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중국이 갖고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은 계속 큰 적자가 발생하는 정부 예산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중국이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사들이던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채권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지난해부터 자산매각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국채가 상당량이다.
 
미국은 국가적으로 저축률이 낮아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ㆍ가계ㆍ정부를 모두 포함하는 저축률이 지난해 4분기 국민총소득(GNI)의 1.3%에 불과하다. 저축은 안하면서 성장을 바라고 있으니 원(순환고리)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잉여물을 끌어들여야 한다. 중국이 우리에게 잉여물을 공급해 원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이런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는 어디서 돈을 끌어올 것인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뒤에 기술을 절도해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호도하고 과장하는 것이다.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조인트벤처 계약을 맺었다면 관련 기술을 공유하면서 성장을 모색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내가 모건스탠리에 있을 때 CICC라는 중국투자은행과 조인트벤처 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투자은행을 경영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나온 대로 벤처를 꾸렸고, 좋은 성과를 냈다. 많은 경우에 중국기업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 사안마다 조심스럽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테리 헤인스(에버코어 ISI의 정치분석 헤드)
테리 헤인스

테리 헤인스

 
무역전쟁도 아닌, 평화도 아닌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봐야할 것이 지금의 긴장은 어느 정도 계획된 것이고, 중간에 협상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책정한 뒤 상당히 많은 국가가 협상을 통해 면제혜택을 받았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진행중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슈퍼 301조를 적용해 1300개 품목에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을지라도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하고 있고, 그렇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 분명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하루만에 미국과 중국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제스처가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미국과 중국간 교역갈등은 17년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양국이 공평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을 자유무역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태를 종식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유무역을 얘기하지만 예전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미국은 이런 결점을 바로 잡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 또한 이같은 기초 위에서 협상을 추진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덤 슬레이터(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최고 이코노미스트)
 
애덤 슬레이터

애덤 슬레이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에 3400억 달러의 무역적자 가운데 1000억 달러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이를 달성하려면 미국은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50% 늘리거나,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양을 20%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중간 자유무역은 기반을 잃고, 중국의 위안화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중에 30%를 차지하는 통신기기와 전자기기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은 물론 한국과 대만에도 큰 피해가 돌아간다.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간접수출되는 부품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무역전쟁이 시작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무역분쟁이 지속돼 내년 이후에도 분쟁요인이 남아있다면 무역긴장도가 격화하면서 무역전쟁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헨리 메크비(KKR 글로벌 마크로 애셋 헤드)  
 
헨리 멕베이

헨리 멕베이

중국이 만약 저가제품을 수출하는데 그쳤다면 미국은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무역적자를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외치며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며 육성하는 제품들이 세계로 수출되자 미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식재산을 절도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무역적자의 80%는 중국과 멕시코 때문에 발생한다.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둘로 나누면 기술제품과 의류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의류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낮은 축에 속하는 노트북PC 보다는 반도체에 집중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1300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오프닝 기습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나쁜 쪽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협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우선 중국에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식재산에 대해 보다 단호한 보호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중국이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요구가 껄끄럽다면 중국은 절반의 교역이 이뤄지는 아시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유럽이다. 15∼20%의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와 유럽 등 70% 시장에 집중하면서 성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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