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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점수는 '백순이'어도 패션만큼은 폼나게

기자
정영애 사진 정영애
[더,오래] 정영애의 이기적인 워라밸 패션(7)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지 8년 차에 찾아온 목디스크. [사진 freepik]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지 8년 차에 찾아온 목디스크. [사진 freepik]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 지 8년 차(30대 초반) 정도 되었을 때였다. 계속되는 야근과 과중한 업무 때문에 심신이 지치고 여기저기 아프면서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업무 중에 왼쪽 팔이 위로 올라가지를 않았다. 병원에 급하게 가서 MRI를 찍어봤더니 목디스크가 있다 했고, 그날로 바로 시술을 받고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목디스크는 보조 목 보호대를 하지 않는 이상 아픈지 티도 안 나고, 외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기 때문에 얼마나 기분 나쁘게 아프고 불편한지 주변 사람은 물론 남편조차 잘 모른다. (허리 디스크도 마찬가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몸이 아프니 그제야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수영,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운동하니 몸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운동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런 와중에 보니 남편은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이외에는 안 하는 사람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에라도 남편과 같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강제로 수영장에 같이 가보기도 하고, 헬스장도 같이 가봤지만, 그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눈망울로 가서는 그냥 내 주변만 서성이다가 운동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돌아오는 바람에 주말에 남편과 같이 운동을 하는 꿈은 포기해야만 했다.
 
 
숨쉬기 운동 이외에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던 남편과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사진 freepik]

숨쉬기 운동 이외에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던 남편과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사진 freepik]

 
그런데 어떤 운동도 다 하기 싫다는 남편이 골프라면 열 일을 제치고 치러 나가는 게 아닌가?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내가 느끼기엔 거의 ‘모세의 기적’에 가까웠다. 골프가 어떤 운동이기에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고, ‘그래, 사람은 잘 안 바뀌지. 나를 바꿔서 골프를 배우고 주말에 남편과 운동을 하는 꿈을 이루고야 말겠다’라는 생각에 33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골프를 배우면서 알게 된 제일 좋았던 점은 첫 번째가 화장을 예쁘게 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화장을 예쁘게 하고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 그중 골프가 그러했다. 화장을 예쁘게 할 수 있으니 골프 옷만 잘 고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골프웨어 매장을 돌아다녀 봐도 내 나이와 얼굴, 체형에 어울릴만한 옷을 찾을 수가 없어 속된말로 '맨탈붕괴'의 단계까지 갔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예전 직장의 패턴 부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캐주얼을  접목한 골프웨어 브랜드를 신규 출시하는데 팀장으로 와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였다. 그래서 여성복에서 잠깐 골프웨어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때 골프웨어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골프웨어는 평상복보다는 활용 빈도가 적기 때문에 가격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처음 골프에 입문할 때 일반 의류를 입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여성 옷차림 규제는 거의 없지만, 라운딩을 자주 하다 보면 전문 골프웨어를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18홀 라운드를 하려면 적어도 7~9km를 걷거나 골프 카트를 타야 하기도 하고, 추울 때는 소재가 보온성도 좋으면서 땀을 배출하고 통기성(바람이 잘 통하는 기능)이 좋아야 하고 더울 때도 땀을 빨리 흡수하고 말리는 기능이 있어야 운동이 끝난 후에도 쾌적함을 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땀으로 얼룩이 지거나 몸에 붙어서 보기 안 좋은 모습이 없도록 수입 소재를 많이 쓰고 생산 수량이 적어서 주로 국내에서 생산하다 보니 생산원가가 높아져 비쌀 수밖에 없다.
 
작년 여름이었다. 여름은 덥기 때문에 남편과 야간 퍼블릭으로 라운드를 갔다. 그때 남편은 즐겨 입는 면바지를 입고 갔는데,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칭하다가 바지의 엉덩이 밑부분이 “부~욱” 하며 찢어졌다. 다행히 야간이라 잘 안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8번째 홀에서는 티샷을 하는 곳이 계단을 올라가서 하는 높이여서 엉덩이 밑이 찢어져서 팬티가 수줍게 나와 있는 것이 안 보일 수가 없었다. 보는 나마저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남편과 야간 퍼블릭 골프장에 갔을 때 일화. [일러스트 정영애]

남편과 야간 퍼블릭 골프장에 갔을 때 일화. [일러스트 정영애]

 
그래서 그때 절실히 느꼈다. ‘골프웨어 하의는 투 웨이 스트레치(위-아래, 좌-우로 신축이 되어 속옷처럼 잘 늘어나는 원단을 일컬음)가 되는 기능성을 입어야 하는구나’라고….
 
10여년 전만 해도 골프웨어는 패턴 위주로 된, 40~50대가 입어서 젊어 보이는 스타일이 많았다.
 
 
중년 여성이라면 패턴 플레이가 되어있는, 조금은 화려한 스타일이 필드에서 젊고 예쁘게 보인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리게이츠, 까스텔바작, 페리게이츠, 해리토리골프. [사진 정영애]

중년 여성이라면 패턴 플레이가 되어있는, 조금은 화려한 스타일이 필드에서 젊고 예쁘게 보인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리게이츠, 까스텔바작, 페리게이츠, 해리토리골프. [사진 정영애]

 
하지만 요즘엔 애슬래져의 유행과 맞물려 골프복도 귀여움과 여성스러움보다는 운동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고기능성 스타일이 젊은 여성 골퍼들에게 인기가 있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보단 운동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고기능성 스타일. 블랙&화이트의 베이스 컬러에 포인트 컬러를 더해 스포티함에 집중했다. 왼쪽 위 타이틀리스트, 오른쪽 위 헤리토리골프, 아래 페리게이츠. [사진 정영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보단 운동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고기능성 스타일. 블랙&화이트의 베이스 컬러에 포인트 컬러를 더해 스포티함에 집중했다. 왼쪽 위 타이틀리스트, 오른쪽 위 헤리토리골프, 아래 페리게이츠. [사진 정영애]

 
요즘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에 따라 여성의 성을 의식하기보다는 운동이라는 근원에 맞춘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드디어 나에게 어울리는 골프웨어 스타일이 많아져 사고 싶은 옷이 많아졌다.
 
하지만 요즘엔 정말 골프가 재미있어지면서 골프웨어를 한 벌 사느니 라운드를 한 번 더 돌겠다는 생각이 들어 갈등 중이다. '백순이(골프 라운드 점수가 100점대인 여성)'어도 패션만은 폼나게 입고 싶은 건 아마도 여자의 본능인가 보다.
 
정영애 세정 올리비아로렌 캐주얼 디자인 실장 jya96540@sejung.co.kr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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