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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문재인 정권의 군부 풍광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기습은 마력이다. 기습은 군 지휘관의 본능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의 소련 침공,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실감 나는 사례다. 북한의 6·25 남침 초기도 비슷하다. 기습은 상황의 주도권을 확보한다. 북한은 그것을 평화에도 적용한다.
 
북한 김영철(72세)은 정찰총국장·대장 출신이다. 그는 지금의 남북무대를 휘젓는다. 직책은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그의 행태는 기습적이다. 그의 표정은 퉁명스럽다. 오만함이 드러난다. 그는 무대 데뷔 때(1990년 북한 연형묵 총리의 서울 방문)부터 그랬다. 그때 북측 대표단들은 부드러웠다. “그러나 젊은 김영철 인민군 소장은 찬바람이 감도는 쌀쌀한 태도로 아무 말 없이 손만 내밀었다.”(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김대중 시대 햇볕정책의 전도·관리자였다.
 
김영철은 3일 평양의 남북 합동 공연장에도 나왔다. 그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옆에 앉았다. 사진 속에 조평통위원장 이선권도 있다. 그들의 이력은 군부 강경파다. 최고 영도자 김정은 시대에 그 둘은 대남 창구를 조율한다. 그런 인적 포진은 옛 김정일 시대와 다르다. 그때는 당료(대남담당 비서)들이 주도했다. 김용순과 김양건이다.
 
김영철은 한국 기자단에 자기소개를 했다.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천안함 폭침 때 그는 군 정찰총국장이다. 그 말은 반어적 희롱이다. 그것은 언어의 기습효과를 노린다. 그 효과는 상대에 대한 기만과 혼란 유도다. 다음 날 노동신문은 “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모략 사건”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영철의 말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진중함을 유지하려 한다. 국방부의 반응(최현수 대변인)은 장황하다. “(김영철 발언에) 공식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이 특정되지 않았다.” 그 말들은 회피하는 듯하다.
 
박보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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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출신들이 대화 공간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부는 수세적이다. 권력 내부에 송영무 국방장관의 위상은 높지 않다. 그런 탓인지 군부의 말들은 선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묵함을 선택해야 했다. 군의 언어는 질서를 요구한다. 후퇴의 어휘들도 마찬가지다.
 
군대는 통수(統帥)의 세계다. 대통령 ‘통수권’은 헌법(74조) 표현이다. 그 세계는 엄밀하면서 장렬하다. 군은 합법적 무력을 갖고 있다. 군은 국가 안위에 삶을 건다. 국방장관은 통수권을 보좌한다. 통수권자는 군의 세계를 보호한다. 정치 논리가 군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해 준다. 그것으로 통수의 세계는 건강해진다. 그것은 문민 우위 국가들의 전통이다.
 
개성공단 건설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했다. 북한 군부는 불만을 가졌다. 그곳이 군사요충지였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김정일은 이렇게 말했다. “개성은 평화의 상징이라 해가지고 군사적으로 많이 양보한 거고···. (해주 공단 문제는) 지금은 군대가 반대할 테고.” 김정일의 군부 통제는 완벽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군부의 불만을 이렇게 거론했다. 어투는 은근하면서 시위하듯 했다. 그것은 양면적 노림수를 가졌다. 한국 쪽엔 ‘통 큰 결단’을 과시하는 것이다. 북한 군부의 체면을 살린다. 김정일은 통수의 영역에 익숙했다.
 
기습은 역사에 적용된다. 거대한 역사는 기습한다. 평범한 예측을 깬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기습이었다. ‘문재인의 한반도 운전’은 절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한반도 정세는 재구축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은 여러 파생 상황을 낳았다. 5월 말 북·미 정상회담 예고는 결정적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베이징 회담은 전격적이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북한의 후견자로 재출발하고 있다. 김정은의 야심은 한반도 게임체인저다.
 
북한 비핵화는 고도의 수싸움이다. 그 게임은 곡절과 파란, 피로와 인내를 예고한다. 문 대통령은 평화와 안보의 균형을 강조해 왔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북핵과 미사일 대응 능력을 조속히 그리고 실효적으로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3월 육사 임관·졸업식) 일류 강대국들은 숭문(崇文)과 상무(尙武)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것은 역사 전개의 장엄함을 기약한다. 문재인 정권의 군부도 그런 풍광 속에 존재해야 한다.
 
그 균형 감각이 비핵화 협상의 경쟁력을 높인다. 협상 기술은 강·온의 배합이다. 강함은 군부의 영역이다. 그 속에서 유연함이 역설적으로 유지된다. 그것이 ‘한반도 운전대’의 현재·미래를 보장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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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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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