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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남이 모방 못 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얼마 전 어느 강연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소재한 제퍼슨 기념관의 대리석 장식이 유난히 심하게 부식돼 고민거리였는데 보강 공사를 하기에 앞서 근본 원인을 캐봤더니 의외의 결론을 얻었다는 일화다. 대리석 부식이 심한 것은 세제로 자주 닦기 때문이고, 세제를 자주 사용한 것은 비둘기 배설물이 많기 때문이고, 비둘기가 많은 것은 먹잇감인 거미가 많기 때문이고, 거미가 많은 이유는 다시 먹잇감인 나방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방이 많은 이유는 기념관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려고 인근 건물보다 야간 조명을 일찍 켜기 때문이었다. 대리석 보강 공사를 반복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직원의 근무 기강 확립을 통해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는 일화다.
 
이렇듯 어떤 문제에 직면하여 ‘왜 그럴까’ 하는 집요한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접근법을 이른바 “5 Why 기법”이라고 한다. 웬만한 문제는 다섯 번쯤 이유를 캐면 근본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자동차 회사와 같은 제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주의 사항이 있다. 대체로 두 가지인데, 첫째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근본 원인이 통제 가능한 변수여야 한다. 기념관 직원의 퇴근 시간처럼 사람이 좌우할 수 있는 변수라야지, 하늘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안 된다. 두 번째는 특히 성공의 비결을 규명하는 경우라면, 찾아낸 근본 원인이 남들이 쉽사리 따라 할 수 없어야 한다.
 
어떤 결과의 근본 원인을 알아보는 상황은 제조업 현장이 아니라도 심심찮게 마주친다. 자산 운용의 일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운용 성과가 좋으면 좋은 이유를, 나쁘면 나쁜 이유를 판별해야 한다.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을 굴려서 좋은 성과를 거둔 펀드매니저에게 흔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잘했으며 그게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는가?’ 그런데 만약 좋은 성과의 비결이 다른 펀드매니저도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좋은 성과가 반복될 가능성은 작아지고 투자자는 불안해진다.
 
필자는 우월한 성과를 유지하는 펀드를 해외에서 마케팅하기 위해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외국인 투자자와 마주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런 미팅은 시종일관 당신 회사의 펀드가 우월한 성과를 보이는 원인을 설명하라는 질문 공세로 진행된다.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장점이 없다면 지금 자랑하는 운용 성과는 행운의 결과일 뿐이라는 게 그들의 기본 생각이다. 우리 회사 펀드가 우월한 성과를 기록하는 이유는 많다. 경험 많은 운용 인력, 많은 산업을 분석해 주는 리서치 지원,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단계별 원칙, 운용 성과와 연동된 보상 체계, 실시간으로 투자 성과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열 개쯤 된다. 그러나 냉정하고 똑똑한 투자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가 왜 우월한 성과와 연결되냐고 예닐곱 번 이상 집요한 질문이 이어진다. 웬만한 비결은 당신의 경쟁 회사도 가지고 있지 않냐는 반박도 잊지 않는다. 치열한 질의응답 결과 투자자가 수긍하는 근본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로 귀결된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기업 탐방을 많이 다닌다는 점과 일시적으로 부진한 펀드매니저를 꾹 참고 지켜본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서 우월한 운용 성과의 배경에는 발로 뛰고 확인하는 습관과 구성원을 믿고 기다려 주는 기업 문화가 있다는 결론이다. 필자가 처음 제시했던 이유와는 딴판이다. 습관과 문화는 남들이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없다. 그래서 냉정하고 똑똑한 투자자들이 좋은 성과의 근본 원인으로 인정한다.
 
매사에 좋은 결과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좋은 결과를 지속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투자자의 소중한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는 좋은 운용 성과 앞에서도 겸손해야 한다. 좋은 이유를 다섯 번 이상 따져보고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자세만이 고객 자산을 보호하고 개인과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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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