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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이 인수한 한국기업 분식회계?…증시에 '차이나 리스크'

중국지도.

중국지도.

지난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디에스티로봇(전 동부로봇). 대통령상도 받은 이 강소기업은 지난 2015년 중국 자본(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에 매각됐다. 새 경영진은 또 다른 중국계 자본, 국내 투자자와 함께 한국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건설사 삼부토건을 인수하는 과정에선 회사 안·팎으로 분식회계(회계 장부를 거짓으로 꾸밈)와 업무상 배임·횡령 등 시장 교란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일보가 4일 단독 입수한 디에스티로봇과 국내 공동 투자자 제이스톤파트너스 간의 '이면 합의서(지난해 9월 작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제이스톤이 지명하는 사람을 삼부토건 재무담당 임원으로 임명해 달라는 요구 등을 수용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200억원대 투자금을 제이스톤에 되돌려주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디에스티로봇 입장에선 특정 조건에서 갚아줘야 할 빚(우발 채무)이 생긴 것이지만, 이런 사실을 지난 22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는 기록하지 않았다. 한 회계 전문가는 "총자산 750억원대 기업에서 200억원대 우발 채무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이를 고의로 누락했다면, 분식 규모에 따라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이면 계약서'를 본 적이 없고 관련 내용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레드 캐피탈리즘(사회주의 시장경제)' 특유의 회계·기업공시·지배구조 시스템을 그대로 안고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투자자 보호 규제가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강소기업 인수하는 중국…한국 기업 M&A 4배 늘어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M&A는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금호타이어 등 대형 제조업체는 물론 게임·소재·헬스케어 등 국내 강소기업에도 중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M&A 횟수는 지난 2003~2007년 24건(인수금액 3조6000억원)에서 2013~2017년 100건(4조900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중국 자본이 국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건 기술과 유능한 인적 자원, 브랜드 가치 등을 얻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중국 자본으로의 인수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한 게임 개발업체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에 야박한 국내 벤처캐피탈보다 중국계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훨씬 사업에 도움이 될 경우도 많다"며 "업계에선 중국 투자자를 만나면, 당초 유치 목표 금액의 열 배를 부르라는 불문율도 통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M&A는 '사드 보복' 등 정치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한국에도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대엽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철강 산업의 경우 국내 도매업체들은 소매업체와의 관계를 의식해 안정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도 하지만, 중국 자본이 이들 도매업체를 인수하면 국내 산업 생태계보다는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기업 분식회계 종종 생기지만, 뾰족한 방지책 없어 '고심' 
특히 중국 자본 인수에 따라 종종 발생하는 투자자 보호 문제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은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에 기반을 둔 주주자본주의 질서가 성숙하지 못하다 보니, 회계·공시 규정을 무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9월, 중국고섬은 지난 2013년 회계규정 위반으로 상장폐지됐다. 연합과기·3노드디지털·성융광전·중국식품포장·웨이포트 등도 감사의견 거절이나 자진 상폐 신청으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된 사례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하더라도 중국 자본에만 차별화한 시장 규제를 마련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인수·합병(M&A)이 일어난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조사를 더 빈번하게 하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은 있지만, 특정 국적 자본에만 차별화한 규제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회계 투명성 강화에 나서길 기대할 수 없다면, 국내 증권사·신용평가사·회계법인 등 시장 내 감시자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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