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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재활용품 수입금지에 ‘수입 반 토막’...생계 위협 받는 노인들

“어제는 13시간이나 돌아다녀서 겨우 4000원 벌었어. 요즘 커피 1잔이 그 정도 한다며?”
 

폐지값 1kg당 110원에서 30원으로 폭락
"폐지수거 외 생계수단 없어…새벽까지 일해"
빈곤노인 지원·폐자원 수급대책 시급

지난 2일 오후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박모(75)씨. 정진호 기자

지난 2일 오후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박모(75)씨. 정진호 기자

지난 2일 서울 중구 중곡동에서 폐지를 줍던 김순덕(78·여)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6년째 낡은 유모차를 끌고 길거리를 돌며 종이박스나 빈 병 등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물상에 되파는 가격이 올해 들어 반 토막 나면서 이젠 온종일 일해도 1만원조차 벌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1kg에 110원 하던 폐지 가격이 보름 전부터 30원으로 떨어졌다. 폐지 가격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로 재활용품을 수거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으로의 재활용품 판로가 막히면서 수출은 줄었지만, 미국 등 해외로부터 폐지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초과해 가격이 폭락한 탓이다. 
 
실제로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고물상 등 수집업체가 중간가공업체에 넘기는 수도권 평균 폐지 가격은 신문지 기준 지난 1월 kg당 147원에서 지난달 110원으로 27원 하락했다. 폐골판지도 같은 기간 동안 136원에서 90원으로 46원 급락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거리에서 김순덕(78)씨가 버려진 박스를 접어 유모차에 실고 있다. 정진호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거리에서 김순덕(78)씨가 버려진 박스를 접어 유모차에 실고 있다. 정진호 기자

 
현장에서 만난 재활용 업계의 체감온도는 더 심각하다. 노인들로부터 폐지 등을 모아 압축장에 넘기는 고물상에서는 최근 매입가격이 kg당 100~120원에서 30~40원으로 떨어져 아예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김왕기(40) 대표는 “노인들에게 박스를 kg당 30원에 사서 처리업체에 50원에 판다. 1톤 팔아봐야 2만원 버는 건데 운임비, 인건비 따지면 적자나 다름없다”며 “어르신들이 폐지 가격이 너무 싸다고 하소연하지만, 우리도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노인들은 폐지 줍기 외에는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다. 폐지가격이 내려가면 몸이 불편하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식이다. 이날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대에서 만난 박모(75·여)씨는 “최근 몸이 안 좋아져서 폐지 수거하러 반나절만 돌아다녀도 힘들었는데 폐지 값까지 싸지면 아예 쉬지 않고 나와서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만난 정진호(62)씨는 “박스를 리어카 가득 쌓아봤자 5000원도 못 받는다. 수입이 너무 적어져서 며칠 전부터 오전 3시 30분까지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혈동리 환경사업소 뒷마당에 압축 재활용품 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혈동리 환경사업소 뒷마당에 압축 재활용품 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폐지를 줍는 빈곤 노인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근로자의 4.4%가 폐지 줍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2016년 전국고물상연합회는 폐지 수거 노인들을 포함한 고물업계 종사자 수를 170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한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그동안 노인 복지 일환으로 공공일자리 논의가 많이 나온 만큼, 정부가 노인 일자리 예산을 추가 편성해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폐자원 수급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재생 폐기물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등 품목별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활용품 처리업체 청목자원의 김재연 대표는 “중국으로의 재활용 수출은 막혔는데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재활용 업체가 다 문을 닫아 쓰레기 쌓이는 것을 막으려면 외국 폐기물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유럽처럼 종이류에 화려한 색을 사용하거나 코팅하는 것을 제한하면 재활용 비용이 적게 들어 폐지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며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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