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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문화공간 변신 폐공장, 카세트테이프 대신 예술 생산한다

철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도로 옆으로 화물 열차가 지나간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가 보니
91년 폐업시설 50억 들여 새단장
전시·작업실 조성해 작가에 대여
노동자·주민 삶의 흔적들 전시도

지난달 23일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문을 연 ‘팔복예술공장’을 둘러싼 풍경이다. 이곳은 1979년 가동을 시작한 ‘쏘렉스’ 공장 터다. 카세트 테이프를 생산하다 카세트가 사라지자 1991년 폐업했다.
 
전주시는 27년간 방치된 폐공장 건물 세 동을 사들인 뒤 전주문화재단과 손잡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주민조차 가기를 꺼리던 폐허가 예술인들의 창작공간 겸 시민들의 예술교육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991년 폐업한 카세트 테이프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경. [김준희 기자]

1991년 폐업한 카세트 테이프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경. [김준희 기자]

국비와 시비 등 50억원이 투입된 팔복예술공장은 건물과 건물 사이가 컨테이너로 이어져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 구실을 한다. 예술가 입주 공간과 전시장·카페·아트숍이 들어선 건물은 A동, 전주시가 다시 20억원을 들여 예술교육 공간으로 꾸밀 건물은 B동이라 불린다.
 
한민욱 팔복예술공장 팀장은 “애초 A동과 B동 사이가 멀어 공간이 휑했는데 중고 컨테이너 박스로 연결하니 비용도 적게 들고 외형적으로도 힘 있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1층 컨테이너에는 예술가들이 추천하는 책을 전시한 ‘백인의 서재’와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박두리(29·여) 작가는 “작업실 공간이 넓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팔복예술공장이 공모를 통해 뽑은 입주 작가 13명 중 1명이다. 그는 “서울에서 여러 작가들과 쓰던 공동 작업실은 책상 하나 겨우 놓을 정도로 좁았다”며 “그림을 그리며 미술학원 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월세와 작업실 비용 대기에도 빠듯했다”고 했다. 그는 “팔복예술공장은 작업실이 5평(16㎡) 정도로 널찍한 데다 전시장과 휴게 공간까지 갖춰 다른 레지던시(residency)보다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거주·전시 공간 및 작업실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내부에 전시된 옛 공장 자료들. [김준희 기자]

내부에 전시된 옛 공장 자료들. [김준희 기자]

이번 입주 작가 공모에는 작가 77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19~45세인 입주 작가 중에는 프랑스·대만 출신 작가 2명도 포함됐다. 작가들은 내년 2월까지 이곳에서 창작 활동을 한다.
 
팔복예술공장에는 쏘렉스 노동자들과 팔복동 주민들의 삶과 역사가 담긴 기록도 전시되고 있다. 카페 ‘써니’의 바리스타 5명, 해설사 4명, 환경관리인 1명 등 주민 10명은 이곳에서 일한다. 커피를 만드는 이희정(56·여)씨는 “공장만 있던 팔복동에 새로운 명소가 생겨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카페 안에 마련된 아트숍에선 지역 작가들이 만든 소품을 전시하고 판다.
 
오는 5월 7일까지 ‘Transform:전환하다’라는 주제로 특별전도 열린다. 입주 작가를 포함해 26개 팀, 3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유진숙(41·여) 작가는 화장실 변기마다 카세트 테이프 부속물을 수북이 쌓아 놨다. ‘하루’라는 작품이다. 한때 쏘렉스 공장 여공은 400명에 달했지만, 여직원용 변기는 건물에 고작 4개뿐었다고 한다. 이 탓에 여자 화장실 앞은 하루 종일 긴 줄이 늘어섰는데 유 작가가 이를 모티브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특별전에선 팔복예술공장이 지난해 시범 운영한 ‘창작예술학교 AA(Art Adapter)’ 출신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초대 교장은 설치미술가 전수천(71)씨였다. 팔복예술공장 측은 학교명은 바꾸더라도 ‘예술가를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그대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팔복예술공장은 전주 전체를 ‘문화특별시’로 만드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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