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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만원 혜택 더줄테니 중기 가라? 3가지 착각

정부발 고용시장 교란 <하>
정부가 3·15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지 20일도 안 돼 땜질을 시작했다. 신규 취업자에게 혜택을 몰아줘 재직 중인 청년과 소득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서다. 2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의 내일채움공제 신청 자격을 재직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지원금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접근 잘못된 청년 일자리 대책
①‘1035만원 혜택’ 주장 수치 과장
②초봉 아닌 장기 격차가 더 문제
③중기 경쟁력 키울 핵심 방안 빠져

정부, 대책 낸지 20일도 안돼 땜질
‘재정 지원 만능주의’ 생각 버려야

 
소득 역전은 지엽적인 문제다. 청년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진짜 문제는 정부의 접근 방식 자체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3·15 대책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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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숫자가 과장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새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이 연 1035만원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1035만원은 청년내일채움공제 800만원, 소득세 감면 45만원, 교통비 지원 120만원, 전·월세 보증금 대출 지원 70만원을 합한 액수다.
 
우선 내일채움공제는 새로 만든 제도가 아니다. 2016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원래는 2년형만 있었다. 청년이 300만원을 내면 정부가 1300만원을 보조해 주는 형태다. 연 기준으론 본인 부담이 150만원, 정부 부담이 650만원이다.
 
이번에 3년형을 신설했다. 본인이 600만원, 정부가 2400만원을 부담한다. 연간으로 본인이 200만원, 정부가 800만원을 내는 셈이다. 2년형보다 지원액이 150만원 늘었지만 본인 부담도 50만원 증가했으니 늘어난 혜택은 연 100만원이다.
 
소득세도 원래 3년간 70% 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걸 5년간 100%로 확대했다. 늘어나는 혜택은 연 24만원이다. 교통비는 교통이 열악한 지방 산업단지에 재직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 전·월세 보증금 저리(1.2%) 지원 역시 대출받을 일이 없는 사람에겐 득 될 게 없다.
 
둘째, 복지 정책일 순 있어도 일자리 대책은 아니다. 정부의 구상엔 ‘청년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건 돈 때문이다. 돈을 주면 중소기업에 갈 것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건 내일채움공제의 실패가 증명한다. 좋은 제도라면 너도나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194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시작한 내일채움공제 집행률은 지난해 55%(1077억원)에 그쳤다. 올해도 2월 말까지 10%를 간신히 넘겼다.
 
초봉의 격차를 좀 줄여준다고 대기업을 원하는 사람이 중소기업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손진원(32)씨는 “연봉이 3800만원인데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15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이 차이가 더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은 49만7000원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이 격차는 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커진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에 머무르면서까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건 한국 노동시장에서 첫 일자리가 매우 장기적인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선택이 평생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안정된 직장에 가려 한다는 의미다.
 
3·15 청년 일자리 대책 주요 내용

3·15 청년 일자리 대책 주요 내용

셋째, 진짜 핵심이 빠졌다. 김시은(27)씨는 1년 반 정도 중소기업에 다니다 한 공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했다. 김씨는 “다니는 동안 ‘어렵다’ ‘문 닫겠다’ 앓는 소리만 들었다”며 “당장 월급이 적은 것보다 희망 없는 내일이 싫었다”고 말했다. 청년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건 당장의 소득 격차 때문만은 아니다. 잠재력이 있는 곳, 회사와 함께 커 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엔 중소기업을 성장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를 어떻게 국내로 유턴시킬지, 첫 선택이 평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구조개혁 방안도 빠졌다. 명색이 일자리 대책인데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빠져 있다는 의미다.
 
청년 일자리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건 노무현 정부 때다. 이후 네 번의 정부를 거치면서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재정을 투입하는 식의 대책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KDI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보고서만 10여 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는 구조개혁에 관한 방향성과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 제도 개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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