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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룡들, 디지털 후진국 프랑스로 몰린 까닭은

구글ㆍ딥마인드ㆍ페이스북ㆍ마이크로소프트ㆍIBM 그리고 삼성전자.  
최근 프랑스에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이다. 글로벌 AI R&D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나 중국이 아닌 프랑스에 앞다퉈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수백억원을 투자하려는 이유가 뭘까. 힌트는 올해 마흔살인 차세대 리더가 사는 엘리제궁에 있다.   
 
40세 마크롱 대통령 "AI 연구 위해 정부 데이터 개방"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AI는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윤리적 혁명”이라며 “이 혁명은 50~60년 후가 아닌,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2022년까지 프랑스 내에 AI 붐업을 위해 15억 유로(약 1조 95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I 휴머니티 서밋'을 개최하며 글로벌 주요 기업 임원들과 AI 연구자들을 파리로 초대한 자리에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 휴머니티 서밋에서 향후 AI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 휴머니티 서밋에서 향후 AI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 예산은 AI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와 AI 관련 스타트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의료 데이터처럼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도 AI 연구를 위해 공개한다.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에서 AI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프랑스로 모으기 위해서다. 유럽 내 대표적인 중도 성향 리더이자 비즈니스 친화적인 마크롱 대통령의 목적은 분명하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빨려 들어간 프랑스의 두뇌(brain drainㆍ두뇌 유출)들을 파리로 불러 모으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기술 전쟁의 무대를 파리로 옮겨오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이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초반부터 기세를 잡지 못한다면 이 기술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컨트롤할 기회도, 부정적 효과에 대해 말 한마디 할 기회도 가질 수 없다”며 AI 주도권을 강조했다. 이는 수학ㆍ과학 등 기초 연구와 교육에 강한 프랑스가 한껏 길러낸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복무하는 것을 더는 가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내놓은 ‘AI 청사진’엔 프랑스의 유명 수학자이자 프랑스 국회의원인 세드리크 빌라니가 만든 ‘AI 리포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패션과 언행으로 ‘수학계의 레이디 가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라니는 2010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파리 찾은 삼성전자·구글·딥마인드·MS
파리에서 열린 AI 휴머니티 서밋을 전후로 전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파리를 찾았다. 삼성전자도 그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가 마크롱 대통령과 직접 만나 프랑스에 AI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실리콘밸리와 서울 우면동 R&D 센터에 이어 프랑스에 삼성전자의 AI 연구 거점이 생긴다. 같은 날 일본 후지쯔도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AI 관련 연구 인력을 프랑스로 모아 AI 연구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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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구에 가장 앞서 있는 구글도 런던에 있는 AI 자회사 ‘딥마인드’의 프랑스 오피스를 열겠다는 계획을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날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에도 참석했다. 딥마인드와 구글은 프랑스의 AI 연구자들과 함께 의료ㆍ과학ㆍ예술ㆍ환경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기계학습ㆍ강화학습 같은 핵심 기반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나섰다. 29일 MS프랑스는 향후 3년에 걸쳐 프랑스 내에서 AI 개발을 위해 3000만 달러(약 316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MS프랑스는 MS 프랑스는 알트란ㆍ악사(AXA)ㆍ에어프랑스 KLM 등 주요 프랑스 기업들과 손잡고 환경ㆍ교통ㆍ헬스케어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요 산업 분야에서 AI를 연구한다. 또 AI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수요-공급을 고려한 'AI 스킬’ 사업도 한다. 3년간 40만명에게 AI 스킬을 교육하고 IT 산업에 관련 신규 직업 3000개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IBM도 같은 날 향후 2년간 프랑스에서 AI 전문가 4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향후 3년간 3000만 달러를 프랑스의 AI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 [마이크로소프트]

향후 3년간 3000만 달러를 프랑스의 AI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나서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AI 투자를 끌어오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를 전후로 미국 IT 기업들은 대거 프랑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세금 회피 문제로 수년간 EU에 혼쭐이 난 구글과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구글 피차 순다이 CEO는 지난 1월 22일 "스위스에 이어 프랑스에 인공지능 센터를 오픈하고, 파리 임직원을 내년까지 700명으로 현재보다 50%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부터 프랑스에 AI 연구소를 운영 중인 페이스북도 "향후 5년간 1000만 유로(약 130억원)를 투자하고 파리에 있는 AI 연구원을 현재(60명)의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최근까지 AI 리서치 랩을 이끌던 얀 레쿤 박사는 프랑스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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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강한 프랑스, AI 연구 최고 인재풀" 
국내에선 네이버가 지난해 6월 제록스리서치센터를 인수해 프랑스에 AI 연구 거점을 먼저 만들었다. 네이버 프랑스 한석주 대표는 "프랑스는 기초과학, 특히 수학이 발달한 나라여서 블록체인과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프랑스에 많이 있다"며 "최근엔 창업 열기도 뜨거워져서 대학생 절반 이상이 창업을 희망하고 정부와 벤처캐피탈도 창업 붐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프랑스의 전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설립한 벤처캐피탈이 만든 펀드에 2억 유로(2600억원)를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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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프랑스로 몰려드는 데는 유럽의 젊은 리더인 마크롱 대통령의 선제적인 데이터 개방 정책이 한 몫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5월부터 이전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해진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한다. 최근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 정보 유출 등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유럽의 견제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AI 기술 기업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R&D 투자를 촉구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에서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은 프랑스에 AI 연구센터를 만든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에서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은 프랑스에 AI 연구센터를 만든다. [AP=연합뉴스]

데이터 보호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공공 데이터는 개방되고 접근 가능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공유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농업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EU 내 디지털 경제 및 사회발전 지수에서 16위로 낮은 편이다. ‘스타트업 국가’를 강조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AI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프랑스의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국내 AI 투자, 한국 기업만으론 역부족"
국내에선 투자 여력이 있는 몇몇 IT 대기업들이 AI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이 비교적 규모 있게 AI 연구개발 및 사업 조직을 두고 있다. 국내외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주로 이들 기업이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긴 했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이 없다. 국내 대기업 7곳이 30억씩 출연해 만든 인공지능연구원이 있지만, 규모나 예산 면에서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1630억원으로 중국의 2.7%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AI 관련 R&D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마케팅ㆍ영업 조직만 두고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공지능 왓슨의 개발사인 IBM의 경우 국내 Si 기업과 손잡고 클라우드 서비스 영업을 하면서 그 위에 한국어 기반의 AI 솔루션을 판매하는 정도다. 국내 한 IT 기업 임원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니고서는 AI 인재들이 알아서 모여드는 곳은 없다"며 “AI 인재를 모으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서로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도 큰 그림을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지능정보연구원장도 "AI 분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경쟁적으로 뛰고 있다 “며 "교육계와 정부, 기업이 함께 AI 인재 양성과 유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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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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