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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충격, 영세업자·근로자 '을끼리 전쟁' 부추긴다

정부발 고용시장 교란 <상>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주휴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시급 1만원을 넘었다“며 ’공약 이행을 선언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또 충격을 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오종택 기자]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주휴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시급 1만원을 넘었다“며 ’공약 이행을 선언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또 충격을 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오종택 기자]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은 고용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2001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인상률인 16.4%를 기록하면서 중소 영세업자는 아우성을 쳤다. 실업률 같은 고용지표가 나빠졌고, 생활물가도 오르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 벌써 최저임금의 효과와 시장 충격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3일자로 퇴임하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을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충격이 크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자는 오른 물가를 수용하고 노조는 생산성 향상으로 답해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경영계만 임금 부담을 떠안는다? 그건 난센스다. 선진국은 분담의 원칙을 지킨다. 우리나라는 그럴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6월을 전후해 여러 고용지표로 민낯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다.
“시장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임금 지출을 줄이거나 아예 인력을 줄이고, 막판에는 폐업이라는 형태로 고용조정을 한다. 그런 충격을 덜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3조원을 일시불로 쓰고 마는 것이다. 그마저도 실태조사와 같은 기초 분석 없이 이뤄진다. 한번에 퍼붓는 정책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소득분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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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결국 힘없는 사람끼리의 싸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다.
“‘을(乙)’끼리의 전쟁이다. 이 게임을 하루빨리 종식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가파르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이 시장을 앞지르면 안 된다. 다만 과거 정권에서 지나치게 축소한 것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면 안 된다.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노동계는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률이나 1만원 요구안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같은 충격을 한 번 더 주는 것은 안 된다.”
 
시급 1만원의 대선 공약을 지키려면 노조의 주장도 맞지 않는가.
“대선 공약을 해석할 때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정액 1만원이 아니라 시장에서 통용되는 1만원의 효과를 따지는 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9036원이다. 거의 근접하지 않았나.
“그렇다. 풀타임 근로자는 엄밀히 따지면 시급 1만원을 넘었다. 최저임금 관련 제도가 개선돼 상여금이 포함되면 이미 1만원을 달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1만원 달성 선언을 할 시점이다.”
 
산입범위 확대에 노동계가 반대하는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게 노동계다. 최저임금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선 진보 진영 학자도 동의한다. 다만 현금성 복지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수당의 비중이 높다. 수당을 모두 산입하면 저소득층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내려가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제도 개선이 안 되면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겉돌 수밖에 없다.”
 
노동계 반대로 제도 개선이 안 되면 1만원 달성 선언이 가능하겠는가.
“정액으로 따져도 시급 8000원이 되면 상여금 없이 주휴수당만 합해도 1만원이 된다. 효과 측면에서 정부가 1만원 달성 선언을 하기엔 충분하다. 다만 고용 사정이 나쁘면 8000원으로 올리기 힘들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근로시간을 줄여 주휴수당 지출을 없앤 경우도 많다. 노동계는 꼼수라고 하는데.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치 임금을 주휴수당으로 받는다.)
“그걸 꼼수라고 보긴 힘들다. 시장이 법 테두리 안에서 정책에 반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휴수당을 못 받는 근로자는 EITC로 보전하면 된다. 그런데 저소득 가구는 대개 풀타임으로 일해 주휴수당을 받는다. 주휴수당을 못 받는 건 아르바이트생이다. 아르바이트와 저소득층의 노동을 혼동하면 안 된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 새로 위촉된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큰 변수가 될 텐데.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위원 추천권은 정부에 있다. 지금 상황에서 공익위원을 수락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수락하는 사람은 아마 정권과 관련된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최저임금도 확 오를 수 있다. 문제는 고용지표다. 청년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질 수 있다. 무시 못 할 부작용이 상반기에 가시화하면 올리기 힘들 것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업종 구획을 하려면 기초자료가 필요한데, 그게 없다. 경영계도 동의한다. 그래서 업종별 차등 적용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다만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한해 예외적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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