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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류현진처럼…프로야구판 흔드는 '19세 괴물'

강백호는 타격할 때 오른다리를 높게 들어올려 타이밍을 잡는다. 보통 레그킥을 하면 몸의 움직임 때문에 타격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지만 강백호는 하체가 탄탄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정시종 기자]

강백호는 타격할 때 오른다리를 높게 들어올려 타이밍을 잡는다. 보통 레그킥을 하면 몸의 움직임 때문에 타격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지만 강백호는 하체가 탄탄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정시종 기자]

 
류현진(31·LA 다저스)은 신인 때부터 특별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는 데뷔 첫해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고,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204개) 부문에서 투수 3관왕에 올랐다.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그해 한화는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다.

고졸 신인 홈런 1위 kt 강백호
개막전 데뷔 첫 타석서 솔로 홈런
홈런 방향·비거리·구종도 제각각
팀 성적 오르면서 홈 관중도 급증
"파워·스피드·유연성 다 갖춘 천재"
허벅지 사이즈 30인치, 볼트와 동급
3~5일 넥센 박병호와 홈런포 대결

 
그로부터 12년. 프로야구에 ‘류현진 같은’ 괴물이 등장했다. kt 위즈의 고졸 신인 강백호(19)다. 올 시즌 8경기에 나와 타율 0.333, 4홈런(공동 1위)·11타점(2위)을 기록 중이다. 안타 10개 중 6개가 장타(장타율 0.800)고, 득점권 타율은 0.571이다.
 
류현진은 2006년 4월 12일 데뷔전이던 잠실 LG전에 선발로 처음 나와 7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강백호도 지난달 24일 시즌 개막전에 나와 KIA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데뷔전 첫 타석에서 지난해 20승 투수 헥터 노에시의 시속 146㎞짜리 직구를 밀어서 넘겼다. 
 
24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kt 위즈 경기 3회 초 kt의 강백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4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kt 위즈 경기 3회 초 kt의 강백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그는 6일 뒤인 지난달 30일 두산과의 홈 개막전에서도 홈런을 때렸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소문대로 대단하다. 지금까지 모습만 보면 류현진의 신인 시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강백호의 장점으로 “천재성”을 꼽는다. 김 감독은 “강백호는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번 당한 공에 두 번 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강백호가 8경기에서 때린 홈런 4개는 타구 방향·비거리·구종이 다 다르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강백호는 고교 때 이미 ‘어떻게 공을 쳐야 하는지’를 터득했다”며 “체중 이동을 하고 자신의 존을 그릴 줄 아는 고교 선수는 강백호가 처음”이라고 극찬했다. 
 
적장도 강백호를 칭찬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파워·스피드·유연성 다 갖춘 천재”라고,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미국의 또래 선수와 비교해도 최상급”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인 강백호. [중앙포트]

인터뷰 중인 강백호. [중앙포트]

 
키 1m84㎝, 몸무게 98㎏로 단단한 체격인 강백호 힘의 원천은 하체다. 서울고 시절 허벅지 둘레가 성인 남성 허리둘레인 29인치(약 73.7㎝)였다. kt 입단 후 1인치 정도 늘었다고 한다. 육상 100m 세계기록(9.58초)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맞먹는다. 
 
이지풍 kt 트레이닝 코치는 “강백호를 처음 봤을 때는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근력도 부족했다. 파워가 강점이라지만 이제 만 19살이다. 선배들의 파워가 더 좋은 게 당연하다”며 “강백호의 강점은 강한 멘털이다. 파워는 더 좋아질 수 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보통 신인 선수가 잘 나가면 선배들 ‘시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켜보니 선배들도 강백호를 좋아한다. 이런 것도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강백호 홈런 일지

강백호 홈런 일지

 
채종범 kt 타격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와 매일 서너 시간씩 야구 토론을 했다. ‘특타(特打)’가 아닌 ‘특톡’을 했다”며 “강백호는 놀라운 응용력에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오픈 스탠스로 자세 잡은 뒤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리는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잡고 타격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타격 폼을 변형한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달 28일 SK전에서 언더핸드스로 투수 박종훈을 공략할 때 레그킥 대신 슬라이드 스텝으로 2루타를 쳤다. 영리하고,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백호 효과로 kt 타선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팀 홈런 20개로 이미 지난해(119개)의 6분의 1에 도달했다. 두산과 주말 3연전(3월 30일~4월 1일)에선 홈런 8개를 치며 2승 1패를 기록했다. 2015년 1군 진입 후 처음으로 두산에 2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종열 위원은 "강백호가 2번 타순에 위치하면서 '강백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kt 타선이 너무 강해졌다. 로하스-황재균-윤석민-유한준-박경수로 이어지는 핵타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스윙을 보이는 강백호 [중앙포토]

유연한 스윙을 보이는 강백호 [중앙포토]

 
강백호의 약점은 수비다. 고교 시절 강백호는 주로 포수를 보다 경기 후반 투수, 1루수로 나섰다. kt 입단 후 좌익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난달 25일 KIA전에서 강백호는 평범한 외야 타구에 만세를 불러 공을 뒤로 빠뜨렸다. 이후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를 좌익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기용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1일 두산전에선 4회 초 2사 2·3루에서 허경민의 타구를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이종열 위원은 "다른 신인 선수였다면 몸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수비도 공격만큼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강백호 [kt 위즈]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강백호 [kt 위즈]

 
아직 8경기뿐이라 평가하기 이르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4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 스케줄이 변수다. 장성호 위원은 “앞으로 상대는 집요하게 약점을 공략할 것이다. 레그킥을 쓰기 때문에 종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등에 약점을 보일 수 있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지풍 코치는 “선수가 한 경기를 치렀을 때 체력 소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다만 시즌 중에도 훈련을 많이 해 체력이 떨어진다. kt는 김진욱 감독 부임 후 훈련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지난해 신인왕 넥센 이정후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강백호도 큰 고비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류현진이 신인 때 잘 던지고도 동료 실수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을 때 ‘절대 동요하지 말고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코칭스태프가 행동, 운동장 매너, 사생활 관리 등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해 주고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강백호. [중앙포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강백호. [중앙포트]

 
강백호 효과로 kt 구단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홈 3연전 평균 관중은 1만5517명이었다. 지난 시즌 평균 9535명을 크게 웃돌았다. kt 경기의 TV 중계 시청률도 지난해보다 올랐다. 유니폼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유니폼 판매는 강백호가 단연 1위다. 2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kt는 경기 전 인터뷰 제한하는 등 강백호를 특별관리하고 있다. kt는 3~5일 넥센 원정에 나선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병호와 프로에서 처음 맞대결한다. 강백호는 2015년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장 홈런을 쳤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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