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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현역 CEO' 정상영 KCC 회장, 직원 7명에서 자산 10조 글로벌 기업으로

'60년째 현역 최고경영자(CEO)'. 정상영 KCC 명예회장(81·사진)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는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58년, 22살의 나이에 직원 7명, 생산 설비 1대로 금강스레트공업(KCC의 전신)을 창업했다. 형인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은 당시 해외 유학을 권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건축자재 사업에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자동차 공업사를 차린 형과는 전혀 다른 독자 노선을 걸은 것이 지난 1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만우절에 창립한 기업이 거짓말처럼 창문과 유리·석고보드·단열재·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KCC의 자산 규모는 9조5000억원, 임직원 수는 5100여명에 이른다.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상영 KCC명예회장.

재계에선 정 회장을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 현장을 지켜온 사람"으로 평가한다. 특히 정 회장은 다른 대기업 경영자와 달리 사업 다각화를 이루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사업 한 곳에만 집중한다"는 경영 철학을 고수해 왔다.
 
한국 중화학 공업이 급성장하던 70~80년대는 KCC에도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됐다. 74년에는 페인트나 에나멜 등 도료 사업을 키우기 위한 고려화학을 설립해 건축용은 물론 자동차·선박용 도료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76년에는 사명을 ㈜금강으로 바꿔 국내 최대 종합건축자재회사가 됐다. 건축자재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89년에는 건설사인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금감레저 등을 설립했다. ㈜금강과 고려화학은 이후 합병을 거쳐 2005년 현재의 ㈜KCC가 되기에 이른다.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키우기보다 한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철학은 핵심 기술 국산화로 이어졌다. 87년에는 국내 최초로 D램 메모리 반도체를 메인보드에 붙이는 데 사용되는 접착제를 개발하기도 했고, 96년 물에 희석해서 쓸 수 있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2003년부터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실리콘 원료 중 하나인 모노머를 직접 생산, 한국을 독일·프랑스 등 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한 7번째 나라로 만들었다.
 
건축자재·건설업 등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한 사업 위험(리스크)은 주식·부동산 등에 대한 '똑똑한 자산 투자'로 대비했다. 증권사 뺨치는 KCC의 자산 운용 능력은 증권업계에서도 인정받는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KCC는 영업가치 이외에 부동산·주식 등 보유 자산 가치만 합해도 현재 3조6000억원 규모 시가총액을 웃돈다"며 "이런 부분은 더욱 회사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정 명예회장이 기반을 다진 KCC그룹은 2000년 이후 세 아들이 나눠 경영을 맡으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룹 총괄 경영은 장남 정몽진(57) 회장이, ㈜KCC는 둘째 정몽익(56) 사장,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5) 사장이 맡는 '2세 경영' 체제에선 기존 기업용 제품 위주 사업(B2B)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지속 추진 중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소비재 사업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KCC 관계자는 "전국 14개 '홈씨씨인테리어' 전시장과 매장을 두고 종합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지역 중소업체들을 파트너로 모집해 인테리어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 상생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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