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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천안함 폭침 주범' 발언 왜 했을까?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일 오전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취재단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면서 던진 이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최근 KBS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뒤 ‘천안함 괴담’ 논란이 다시 불을 지핀 시점이어서 발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정찰총국의 총국장을 맡고 있었다. 정찰총국은 한국과 해외를 대상으로 정보수집ㆍ파괴공작ㆍ요인암살 등 공작 활동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배경이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맞느냐”는 질의에 “저는 그렇게 믿는다”면서 “(폭침 당시 출동한 잠수정은) 북한의 소형 잠수정으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 김영철이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오자 천안함 유족과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날 김영철의 발언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김영철은 한국에서 천안함 폭침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의 발언은 자신에 대한 한국의 평가를 인용하는 형식이며 스스로 자기 소행을 시인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연합]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연합]

 
해당 발언은 김영철이 예고없이 남측 취재단 숙소을 찾아와 간담회를 열고 양해를 부탁한다며 꺼낸 말이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은 ‘남조선의 모략극’이란 주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때문에 김영철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농담조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한국 언론을 처음 상대하는 김영철이 대뜸 입을 열자마자 천안함 얘기를 꺼낸 건 철저히 준비한 멘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전 고려대 교수)는 “김영철은 자신이 천안함 주범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반어법을 구사했다”며 “천안함 논란으로 한국 사회를 흔들면서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공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의 이성우 회장(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은 “무슨 맥락으로서 얘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농담이라면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안기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김영철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진정한 남북화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이 기자단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배경도 눈길을 끈다. 김영철은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대한 취재가 제한됐다는 한국 취재진의 불만을 들은 뒤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말했다. 이어 “취재활동을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자고 왔다”고 덧붙였다.
 
남측 취재진은 1일 공연 당시 북측의 제지로 1명만 공연장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나머지 취재진은 분장실 안에서 TV 모니터로 공연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영철은 “국무위원장(김정은)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고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드리는 분들하고 공연을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섭섭했을 것”,“십분 이해한다” 등 표현을 썼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는 재발방지도 여러 번 약속했다.
 
평양의 봄 풍경을 취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남측 취재진의 요청하자 김영철과 동석한 북측 당국자는 “기자분들의 마음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견지에서 일정을 조정을 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철과 같은 고위급 인사가 직접 한국 취재진에게 사과를 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북한과 같은 공산 국가에선 사과는 자아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강한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철재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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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