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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깝고 값싸고 맛있다, 일본에 빠진 한국

 
서울 종로 종각역 12번 출구와 맞닿은 골목길엔 온갖 주점·커피점이 밀집해 ‘젊음의 거리’로 불린다. 저녁이 되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이 경쟁하듯 불을 밝힌다. 최근 특이한 변화는 스시·이자카야 등 일본식 음식점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젊음의 거리에서 보신각으로 100여m엔 일본 스타일이 아닌 업소를 손에 꼽을 정도다. 4~5층짜리 건물 전체가 일본 음식점으로 채워진 곳도 10채 정도 됐다. 일본풍의 긴 처마와 난간 아래 간판도 일본어로만 쓰여 있어 일본 도쿄의 신주쿠(新宿)에 있는 건물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한국이 일본에 빠졌다. 현해탄 너머로 날려 보낸 한류(韓流) 못지않게 일본열도가 한국으로 되받아치는 ‘일류(日流)’ 바람이 거센 것이다. 종각을 비롯해 서울 홍대입구·강남역·연남동 주요 번화가엔 일본 음식점들이 넘쳐난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일식으로 분류되는 점포 수는 지난해 4698개로, 2013년(3348개) 대비 40%가량 늘었다. 이화현 대신부동산 대표는 “종각역 주변 음식점 중 25% 정도는 이자카야 등 일본식인 데다 새로 가게를 하려는 셋 중 하나도 일본식 음식점을 계획하고 점포를 찾는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의 음식뿐 아니라 여행·책·직업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출판시장도 마찬가지다. 『우사기의 일본 가정식 한그릇』 『일본 도자기 여행』 등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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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지난 1년간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에 대한 연관 감성어를 분석해 본 결과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글(27.2%)보다 긍정적인 글(45.2%)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로 한·일 양국 간 외교 관계에 여전히 한랭전선이 펼쳐져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한국 사회의 ‘일본 소비’ 증가엔 원-엔 환율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11년 9월 1561원까지 올랐던 100엔당 가치는 최근 10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여러 도시로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티켓 값이 싸진 것도 한몫했다.
 
1일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지난해보다 23.4% 늘어난 151만2100명이었다. 이는 중국 관광객(134만8700명)보다 많은 수치로, 외국인 중 최대다. 일본 여행 붐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으로 가려던 한국 관광객마저 일본을 찾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일 두 나라의 의식이 독도와 같은 과거사와 분리해 각자의 좋은 문화를 서로 소비하고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준호·김영주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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