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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가난한 화가, 비싼 그림값, 그리고 추급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이중섭(1916~56)의 소 그림은 그의 자화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나온 ‘소’는 참 슬픈 그림이다. 이전의 힘찬 소 그림들에 비해 소가 여위고 지친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막 소싸움을 마친 것인지 이마에 붉은 피가 흐르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간신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중섭이 극심한 빈곤 때문에 52년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 보내고, 전시회가 실패로 돌아가 가족과 다시 합칠 꿈이 무너진 후, 정신병원을 드나들던 말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작가가 지독한 가난 속에 그린 ‘소’는 지난달 47억 원에 낙찰되어 이중섭 작품 중 최고가를 찍고 역대 한국 근현대미술 경매가 6위에 올랐다. 미술계에는 흔한 아이러니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 포랭이 그린 풍자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경매장에서 신사들이 그림 한 점을 놓고 10만 프랑에 낙찰됐다고 환호한다. 그런데 초라한 행색의 아이들이 멀찍이서 그걸 보고 말한다. “우리 아빠 그림이네.” 미술가가 뒤늦게 말년이나 사후에 인정을 받아 그 그림 값이 폭발적으로 뛰더라도, 소장자만 이익을 보고 정작 노쇠한 작가 자신이나 그 유족은 아무 혜택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다시 팔릴 때마다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음악·영화·문학과 달리 미술작품은 한 번 팔리면 끝인 것이다.
 
이중섭 ‘소’

이중섭 ‘소’

그래서 프랑스는 일찍이 1920년에 추급권(Droit de suite)을 법제화했다. 추급권은 미술가가 타인에게 판 작품이 또 다른 이에게 재판매될 때 그 대금 중 일정 비율을 작가나 저작권을 가진 유족이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006년 유럽연합(EU) 전 회원국에서 추급권의 도입이 완료됐고 재판매 금액의 0.25~4%가 작가나 유족에게 돌아간다. 추급권이 인정되는 기간은 저작권이 유지되는 기간인 작가 사후 70년까지다.
 
장 루이 포랭의 풍자화

장 루이 포랭의 풍자화

 
추급권은 미술가나 그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의미도 있지만 소장 이력을 투명하게 해서 위작 시비를 줄이는 장점도 있다. 지난 12월 열린 문체부의 ‘미술정책 종합토론회’에서도 추급권 도입이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법제화될지는 미지수다. 오늘 정부는 ‘미술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한다. 과연 어떤 대책이 나올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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