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전영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 얼굴 붉히고 언성 높여야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엊그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면 우리 정부가 중국·미국과 제재위원회에 완화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필자는 “비핵화에 구체성이 없으면 국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청개구리식으로 해석했다. 지금은 김정은에게 달콤한 말 한마디보다 진실의 엄중함을 보여줄 때다. 문 교수는 과거 “한·미 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등 경솔하고 무책임하게 들리는 말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주곤 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회담을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교수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문 대통령은 이른바 진보 정치 세력의 대변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자존과 이익을 지키는 국가 대표로서 김정은에게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일 각오로 임해야 한다. 2018년 판문점에서 대좌할 두 지도자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 2007년 노무현-김정일 때와 달리 북한 핵무기를 핵심 의제로 삼게 될 것이다. 앞의 두 만남에서 김정일은 ‘핵 문제는 한국과 관계없다. 미국과 문제’라고 주장해 우리 대통령들이 침묵했다. 이번엔 문 대통령이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이다.
 
걱정되는 점은 문 대통령의 다소 혼란스러운 북핵 인식이다.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2017년 9월 14일, CNN 방송)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2018년 1월 10일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북핵을 이해한다는 건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지 메시지가 모호하다. 모호함은 담판력에 손상을 입힌다.
 
북한 핵무기는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용이라는 성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본성(本性)은 한국을 협박하거나 공격해서 한국인을 지배하고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다. 1965년 김일성이 함흥군사학원 개원식에서 “또 한 번 조선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 일본이 개입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미·일을 타격할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한 뒤 핵·미사일 개발이 시작된 역사를 상기해 보자. 김일성에서 김정은까지 대를 이어 북한 지배자들은 한국을 공산화하는 게 목적이었다. 미·일을 겨냥한 핵·미사일 개발은 배후를 차단하는 수단일 뿐이다. 북핵은 대미 방어용 이전에 한국 지배용이다. 한국을 1차 피해자, 미국을 2차 피해자로 규정해야 북핵의 본색이 보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국이 걱정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한국의 도시 곳곳을 겨냥하고 있는 단거리 핵미사일을 없애라고 요구해야 한다.
 
김정은은 평소 “우리의 핵은 민족의 생명이며 통일조선의 국보”(2013년 노동당 전원회의)라고 떠들어댔다. 회담장에서 냉혹한 웃음을 흘리며 “우리의 핵 무력은 민족공동의 전략자산으로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코앞에 있는 손바닥만 한 남조선이나 타고앉자고 핵을 만들었겠나”라고 은근히 협박할 것이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단호히 낯빛을 바꿔 “핵무기는 1차적으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흉기다. 우리 국민이 용납 안 한다. 북한 정권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니 포기하라”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북핵에 맞설 무기로 진실보다 강력한 건 없다. 핵 있는 북한과 핵 없는 한국이 도와가며 오손도손 살 수 있다는 거짓 평화론이 휩쓰는 세태다. 문 대통령이 진실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