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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화 이벤트도 좋지만 북한 비핵화가 핵심이다

13년 만에 평양에 우리 가수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조용필·이선희부터 아이돌그룹 레드벨벳까지 세대를 망라한 K팝 스타들이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의 이름으로 동평양대극장 무대에 올라 북녘 동포들에게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봄이 온다’는 무대 제목처럼 이번 공연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게 되기 바란다.
 
그러나 기대와 함께 우려도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TV로 생중계하고 남북 정상이 부부 동반 오찬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 킨텍스에 2000석 넘는 초대형 미디어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예술단과 함께 평양을 찾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월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겨레말 큰사전 공동 제작’ 등 장밋빛 시나리오들을 쏟아내고 있다. 11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싶은 현 정부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본질인 북한 비핵화를 아직 의제로 확정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보여 주기식 이벤트와 홍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유념하기 바란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흐름이 한국을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북핵 합의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 우회적 방식으로 제재에 구멍을 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유엔의 제재망도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안보리가 지난달 30일 북한의 석유·석탄 해상 밀수에 가담한 혐의로 선박 27척과 기업 21곳, 개인 1명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선 핵폐기, 후 보상’이 핵심인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거론하며 북핵 문제의 ‘원샷 타결’을 주장하던 청와대가 돌연 미국이 선호해 온 리비아식 해법 대신 ‘단계적 해결’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한 직후다. 북한에 장단을 맞추다 미국과 접점을 잃고 대립각을 세우는 결과를 빚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정부가 모처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란 돌파구를 연 것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파 득세와 김정은의 전격적인 방중으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게다가 김정은은 조만간 러시아도 방문해 협상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며 ‘재팬 패싱’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카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럴수록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한·미 공조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 그 기조 위에서 주변국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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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