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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진 한 장 찍는 데 1000만원 … 1년을 기다립니다

김광수 사진작가(오른쪽)가 2017년 찍은 ‘사과나무’, C-print, 280×730㎝. 가지와 열매가 땅에 닿을 듯 휘어진 절정의 생명체다. [사진 김광수]

김광수 사진작가(오른쪽)가 2017년 찍은 ‘사과나무’, C-print, 280×730㎝. 가지와 열매가 땅에 닿을 듯 휘어진 절정의 생명체다. [사진 김광수]

사진 한 장 찍는 데 평균 1000만원을 쓴다. 드는 시간은 하 세월이다. 1년 가야 몇 장 건지지도 못하는 이 수지 안 맞는 작업을 사진작가 김광수(61)씨는 즐겁게 감수한다. 지난달 21일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개막해 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사진전 ‘판타스틱 리얼리티(Fantastic Reality)’는 나무와 교감하려 몇 년을 고행한 그의 결실을 보여준다. 흐드러지게 사과를 달고 선 늙은 사과나무, 눈 속에 파묻힌 잎 떨군 감나무, 모래사막 위에 만개한 진달래는 저 홀로 흥이 나 산조 가락이라도 흥얼거리고 있는 듯 난만하다.
 
“시작은 나무 찾기입니다. 꿈틀꿈틀 하늘로 오를 듯 뻗어나간 홍매화, 붉음이 터져버릴 듯 진국인 사과를 만나러 전국을 누빕니다. 조형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나무를 찾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이죠. 제 눈을 거쳐 마음을 치는 나무를 만나면 주인과 계약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까지 그 나무는 잠시 제 친구가 됩니다.”
 
그는 수시로 나무를 만나러 간다. 나무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관계를 맺어간다. 비바람이 세차거나 기온이 내려가면 주인에게 ‘제 나무 잘 있나요?’ 안부 전화한다. 불안하면 ‘담요를 덮어주세요’ 부탁한다. 기다리면서 정이 든다. 꽃잎 하나, 열매 한 덩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지켜본다. 그가 선택한 나무만이 피울 수 있는 절정의 시간이 왔다고 판단하면 함께 할 동료와 후배를 모은다. 울타리를 치고, 흰 천을 배경으로 두르고, 모래나 눈을 깔고 4X5 판형 필름 카메라를 세운다. 사랑한 나무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는 그의 노력은 어찌 보면 연애나 우정 같다. 이런 노력으로 그의 사진은 회화처럼 피어난다.
 
“굴곡진 나무 마디에 피어난 꽃과 열매는 오직 나무만이 피울 수 있는 미학입니다. 저는 그저 주어진 시간에 살면서 감동하기 위해 시선과 발길을 옮깁니다.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식물의 삶은 실제로는 엄청난 움직임 속에 오래도록 고양되는 것이죠. 그 앞에 우두커니 서서 저의 모든 감각을 열어 대화합니다. 나무의 초상은 때로 저를 비추기도 하지요.”
 
가장 화려한 한 때를 보낸 나무는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스러진다. 최고조에 오르는 순간이 슬픈 까닭이다. 허리가 휘어지게 사과를 달고 선 나무는 열매를 모두 떨구고 쓸쓸하게 침묵하지만 다시 소생하기 위해 묵묵히 겨울을 견딘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씨가 “김광수 사진의 아름다움은 시간의 흔들림 혹은 바람의 흐느낌”이라고 한 이유다.
 
“나는 나무를 잘 모르지만 단지 피로 피운 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전국을 돌며 나무를 찾고, 기다리며 얼마나 지났을까. 이 미묘한 나무와의 관계를 미학으로 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무의 초상은 곧 나의 초상, 우리의 초상일 수도 있겠다는.”
 
6년 만에 열린 그의 개인전 개막식에는 사진계는 물론 문화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원로 사진가 육명심, 북 디자이너 정병규, 서지학자 박대헌, 가수 김수철씨 등 평소 그의 고생스런 사진 작업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먼 길 달려와 박수를 보냈다. 사진 촬영이 필요한 자리면 두말 않고 출동해 품앗이를 하는 그의 나무 같은 마음을 아는 지인들은 김광수의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살아있는 사과를 보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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