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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부정 탈까, 국수도 안 먹고 옷도 바꿔 입고

 
한라의 아시아리그 우승 뒤에는 정몽원(오른쪽) 한라 회장(오른쪽)이 있었다. [사진 한라]

한라의 아시아리그 우승 뒤에는 정몽원(오른쪽) 한라 회장(오른쪽)이 있었다. [사진 한라]

한국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는 1996년 일본 실업팀 오지 제지에 교류전을 요청했다. 오지 제지 측은 “양 팀 실력 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라의 당시 전력은 일본으로 치면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이었다.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1982년 0-25 참패를 시작으로, 34년간 일본을 상대로 1무19패를 기록했다. 적어도 빙판에선 일장기만 보면 벌벌 떨던 시절이었다.
안양 한라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2017-2018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오지 이글스(일본)을 3-1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안양 한라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2017-2018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오지 이글스(일본)을 3-1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그로부터 22년. 한라는 지난달 31일 안양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18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파이널(5전3승제) 4차전에서 오지 이글스(일본)를 3-1로 꺾었다. 3승1패의 한라는 아시아리그 최초의 3연속 우승이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과거 한라를 문전박대했던 오지제지가 바로 오지 이글스다. 1925년 창단한 오지는 일본 아이스하키를 상징하는 팀이다.
 
선수들을 위해 직접 물을 준비하는 정몽원 회장. 서번트리더십을 실천하는 경영자다.

선수들을 위해 직접 물을 준비하는 정몽원 회장. 서번트리더십을 실천하는 경영자다.

한라 우승 뒤엔 ‘아이스하키에 미친’ 정몽원(63) 한라 회장 겸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있다. 그는 1994년 실업팀 만도 위니아(현 한라)를 창단했다. 주력제품인 에어컨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는 한 직원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 회장은 박진감 넘치는 아이스하키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외환 위기 전까지 4개였던 국내 아이스하키팀은 1997년을 지나면서 3개 팀이 해체됐다. 하나라도 남을 수 있었던 건 한국 아이스하키의 명맥이 끊기면 안 된다는 정 회장의 의지 덕분이다. 정 회장은 2003년 아시아리그 출범을 주도했고, 현재 한국 3팀·일본 4팀·러시아 1팀 등 총 3개국 8팀이 리그에 참가한다.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맡은 정 회장은 매년 한라 팀과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포함한 협회 운영에 각각 50억~60억원, 15억원을 출연한다.
정몽원 한라 회장은 파이널 4차전에 새옷을 입고 나타났다. 역전패했던 3차전 때 입었던 옷이 혹시 부정타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사진 안양 한라]

정몽원 한라 회장은 파이널 4차전에 새옷을 입고 나타났다. 역전패했던 3차전 때 입었던 옷이 혹시 부정타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사진 안양 한라]

 
경제적 지원도 만만치 않지만, 종목에 대한 애정은 그보다 더 크다. 그는 면(麵)류를 잘 먹지 않는데, 경기를 ‘말아먹을까’하는 노파심에서다. 또 파이널 4차전 때는 새 옷을 입고 나타났는데, 2-4로 역전패했던 3차전 때 입었던 옷이 혹시 부정 타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평소 “내 이름이 꿈 몽(夢) 자에 으뜸 원(元) 자를 쓴다. 꿈꾸는 건 으뜸이다”는 말을 자주한다. 우승 직후에도 선수들에게 “평창올림픽으로 일정이 빡빡했는데도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 우린 아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월드챔피언십에 잔류해보자”고 당부했다.
골리 달튼을 비롯한 한라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우승이 확정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골리 달튼을 비롯한 한라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우승이 확정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표선수 25명 가운데 12명이 한라 소속이다. 한국(세계 21위)은 전패를 기록했지만, 세계 6위 체코(한국 1-2 패)를 맞아 선전했다.
 
세계선수권 4부리그를 맴돌던 한국은 지난해 1부리그로 승격했다. 다음 달 월드챔피언십에 첫 출전한다. 한국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가 즐비한 캐나다(1위), 미국(5위) 등과 맞붙는다. 한국은 B조 8개국 중 7위 안에 들어야 월드챔피언십에 남을 수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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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