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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감원장 시대...금융업계, 나 떨고 있니.

김기식(52ㆍ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취임한다. 지난달 30일 깜짝 임명된 후, 김 원장은 주말 내내 금감원 간부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금감원 최초의 정치인, 시민단체 출신 원장에 금융업계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19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활동이나 그간의 칼럼ㆍ보고서 등을 참조해 4개의 주요 영역ㆍ이슈별 쟁점을 짚어봤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①나 떨고 있니, 금융그룹

김 원장 앞에 당장 닥친 문제는 하나금융그룹과 관련한 채용 비리다. 최흥식 전 원장의 불명예 퇴진과 관련된 문제다. 취임식 당일인 2일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가 종료된다. 지난달 13일부터 15영업일 동안 진행된 특별 검사를 종결할지 혹은 연장할지는 김 원장의 판단에 따른다.
 
최흥식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때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넸다는 게 언론 보도였다. 하나은행 안팎에선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이 합격선에 미달했는데도 점수 조작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최 전 원장은 결백을 주장했다. 채용 관련 연락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최 전 원장은 자신의 채용비리 의혹의 배경이 된 2013년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의 채용 현황을 특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최 전 원장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융권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인 것만으로도 문제라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는 업계나 관료 출신이 아닌, 그래서 ‘빚진’ 것도 없는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이 임명됐다. 
 
앞으로 이어질 강력한 금융권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선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업무계획’에서 “금융공공기관이나 민간 금융회사에서 채용비리가 적발되면 기관장ㆍ감사 해임 건의, 검찰 수사 의뢰 등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종료 예정인 금감원의 특별검사 결과와 현재 진행되는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고위 임원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검찰은 KEB하나은행의 인사 관련 임원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거취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공은 인정하지만 채용비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6일 KB국민은행 인사팀장을 구속했다.
 
②사실상 끝났나, 금융회사 수수료 장사

김 원장은 지난해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은행들은 11조2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2011년(14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 확대로 순이자마진(NIM)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여전히 ‘이자놀이’로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도 이에 따라 가산금리 산정 체계가 적정한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게 올해 업무 계획에 들어있다. 김 원장의 취임으로 예대마진과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감독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2016년 5월 19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감하며 발간한 의정활동 보고서에서 재직 시절 최고 성과로 대부업 최고 이자율 인하를 꼽았다. 2015년 34.9%에 달하던 최고이자율은 현재 24.9%로 낮아진 상태다. 그는 보고서에서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은 10%대로 최고이자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도 주장한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슈퍼마켓이나 편의점ㆍ약국과 같이 소액결제가 많거나 영세중소가맹점에서 갓 졸업한 가맹점에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ㆍ보험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활동에는 부정적이다. 김 원장은 보고서에서 “TV와 인터넷, IPTV에서 대부광고 전면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우리 괜찮을까, 인터넷 전문은행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은산(銀産)분리’ 완화에 반대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은 은산분리 제도의 본질을 외면하고 대원칙을 함부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의 취임에 당장 인터넷 전문은행의 증자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두 차례 증자로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카카오뱅크는 이름과는 달리 최대주주가 카카오(10%)가 아니라 한국투자금융지주(58%)다. 은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증자를 바탕으로 카카오는 전세담보대출 등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투자 여력이 있어 증자가 가능했지만, 향후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하지 않는 한 당분간 추가 증자는 어려워 보인다.
 
케이뱅크는 증자가 더 어렵다. 주주구성이 복잡하다. 2500억원 규모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출범 3개월 만에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려 했지만 중소 벤처 등 일부 주주사가 참여를 확정 짓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 
 
주요주주인 KT의 투자 여력은 충분하지만, 산업자본의 지분이 10%를 넘길 수 없다는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투자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실정이다. 이달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업 확대를 위한 발 빠른 증자는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김 원장의 취임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허가 특혜 의혹 논란이 다시 불거질 우려마저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 원장과 비슷하게 은산분리 입장을 견지한 의원들이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④긴장하나,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김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로 꼽힌다. 김 원장의 취임으로 재벌 개혁 삼각편대를 구축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시절 발의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통해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김 원장이 발의한 법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기존 최다 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와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또, 대주주 부적격 요건으로는 기존 금융 관련법과 조세처벌법 위반에 더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추가했다.
 
김 원장은 앞서 언급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기고문에서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근본 원인으로 “오랜 관치와 함께,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구조”를 꼽았다. 그는 특히 재벌 계열 2금융권은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 속된 말로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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