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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제3해법 고민하는 靑 "단계적 이행, 최대한 압축해야"

청와대가 '단계적·포괄적 북핵 해법’과 관련, 평화 체제로의 전환 등 큰 대북 보상이 걸린 결정적 국면에 이르기 전까지의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단계를 잘게 나눠 최대한 보상을 챙기려는 북한의 살라미식 전술과 선(先) 핵폐기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일괄 타결식 접근 사이에서 제3의 해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그동안 청와대는 핵 동결→핵 폐기라는 단계적 해법 틀 안에서 마지막에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및 한반도 평화 협정 등을 한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타결하는 단계적·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북핵 문제와 평화 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초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온 뒤로는 특히 일괄적·포괄적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수락하는 등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 일괄타결에 비유되는 청와대의 ‘고르디우스 매듭’ 발언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방식이 되지 않겠나”며 “더 큰 고리(북한 비핵화)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종전 선언 등)들을 자동적으로 푸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정상간 합의가 선행된 뒤 실무 협상이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인 만큼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통한 일괄타결 방식에 우위를 두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사진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사진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26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거론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김정은은 방중 기간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제기했다. 이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마다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청와대는 일괄타결 방식에 너무 무게가 쏠리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지금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검증과 폐기는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보다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건 없이 핵부터 먼저 포기하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요할 경우 북한이 아예 판을 깨고 협상장 밖으로 나가버릴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 반복해온 것처럼 단계별 접근에 중점을 둘 경우 북한이 또 보상만 챙기고 빠져나가 마이웨이를 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비핵화의 방법과 타임라인 등 원칙은 남·북·미 정상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합의를 보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면서 북한의 살라미식 전술에 말려들지 않는 제3의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북한문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북한문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요 국면마다 이정표를 제시해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지난달 31일 일본 와세다대(早稻田)대 심포지엄에서 유사한 방법을 제안했다. 문 특보는 “가장 좋은 것은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타결로, 우리 정부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이를 주장할 것”이라며 “다만 합의를 집행하고 이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런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행은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한꺼번에 줬다가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 손해인 만큼 단계별로 주고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관건은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것이다. 핵 관련 초기 조치 단계에서는 제한적인 보상만을 제공하고, 결정적인 비핵화 조치 단계에 그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보상을 걸어둠으로써 북한이 조치에 속도를 내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단계에는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통해 단기 속도전을 원하는 미국의 입장도 일정 부분 만족시킬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검증이나 사찰 등 단계적인 방식을 안 밟아나갈 수는 없다”며 “그러나 단계를 밟아나가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압축하고 빠른 시간 내에 비핵화를 이루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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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