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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서 살던 자장면 배달 소년, 186억 매출 사업가 되다

중학생 소년은 겨울이 두려웠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살게 된 서울 사당동 컨테이너 박스촌. 몸을 씻으려면 공중화장실 세면대에 호스를 연결해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전열기를 틀어도 벽을 통해 전해지는 냉기가 뼛속을 파고드는 듯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에는 신문 배달, 학교를 마친 후에는 자장면ㆍ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삶이 고교 졸업 때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진 않았다. 늦은 밤 공부하다 하늘을 보며 수시로 다짐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돈을 많이 버는 사장님이 되는 길밖에 없다"고.  
아이엘사이언스 송성근 대표가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송 대표가 LED용 실리콘렌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강정현 기자]

아이엘사이언스 송성근 대표가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송 대표가 LED용 실리콘렌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강정현 기자]

 
지금은 186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청년 사업가로 성장한 송성근(33) 아이엘사이언스 대표의 사춘기 시절 얘기다. 송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끼니를 챙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 보니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세계 최초 LED 실리콘렌즈 개발
 
아이엘사이언스는 세계 최초로 발광다이오드(LED)용 실리콘렌즈를 개발한 강소기업이다. LED 조명은 플라스틱ㆍ아크릴ㆍ유리 등을 렌즈 소재로 썼는데, 아이엘사이언스는 대신 실리콘을 덧씌운다. 기존 제품은 빛의 투과율이 80% 정도였지만, 실리콘렌즈는 98%에 달한다. 빛의 손실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또 열에 강하고 가벼운 데다, 금형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제조 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실리콘렌즈는 일반 조명은 물론 자동차 헤드라이트, 반도체 검사장비, 의료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지난해에는 이를 미국ㆍ이스라엘 기업에 납품하며 수출의 물꼬도 텄다. 송 대표는 “조명 B2C(기업ㆍ소비자 간 거래) 기업 ‘반짝조명’을 론칭했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LED사업에 진출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내 15%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이엘사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LED용 실리콘렌즈. 자동차 헤드라이트, 반도체 검사장비, 의료용 장비 등의 용도로 쓰인다.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아이엘사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LED용 실리콘렌즈. 자동차 헤드라이트, 반도체 검사장비, 의료용 장비 등의 용도로 쓰인다.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송 대표는 2004년 가천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일단 기업의 시스템과 생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한 학기 만에 휴학을 하고 비트컴퓨터에서 6개월간 일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계약직으로 경험을 쌓았다.   
 
가천대 입학 후 본격 창업의 꿈…교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
 
그리고 복학한 뒤 교내 창업발명대회에서 태양광 자전거를 선보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군대에서 짬이 날 때 신문ㆍ잡지를 읽곤 했는데 ‘지구 온난화’ 이슈에 관심이 가더라”라며 “앞으로는 친환경 에너지가 뜰 거라고 판단하고 태양전지를 탑재한 전기자전거를 만들어 특허출원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가천대 창업보육센터에서 13㎥ 크기의 방을 얻어 태양광 조명 기업인 ‘쏠라사이언스’를 창업했다. 아이엘사이언스의 모태다. 자본금은 지인 두 명에게 각각 250만원을 빌려 마련했다.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발품을 팔았지만 성과는 나지 않았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태양광 조명은 장점이 많지만 쓰는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살펴보니 컨트롤러가 중요했다. 주변 날씨에 따라 태양광 조명의 점등ㆍ소등 시간을 조절하고 전력 소비 패턴을 관리하는 핵심 부품이다. 당시 컨트롤러는 중국산이 대부분이었는데, 잔고장이 많았다. 내구성ㆍ효율성을 높인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해 탑재하고, 꽃ㆍ풍향계ㆍ야구공 모양 가로등 등 주변 건축물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접목한 태양광 조명을 생산하며 입지를 다져나갔다.  
 
나이 어린 핸디캡 때문에 명함에는 ‘사장’ 대신 ‘대리’ 명함 
 
물론 판로를 확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려울 때면 ‘이 정도 고생을 가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전국의 건축박람회를 돌아다니며 제품을 소개했다. 자동차에서 새우잠을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 언제든 제품을 설치하고 보여줄 수 있게끔 항상 차 안에는 항상 작업복과 장비를 구비해뒀다.  
 
영업을 뛰면서 돌린 명함에는 ‘사장’ 대신 ‘대리’ 직함을 박았다. 조명 시장은 제조업이다 보니 실무자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어린 나이에 ‘사장’이 됐다고 하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 대표는 “계약할 때가 돼서야 대리가 아닌 사장이라고 말씀드렸다”며 “다들 깜짝 놀랐지만, 금세 사정을 이해를 해줬다”고 말했다.  
 
한번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났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한 게 화근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납품업체들이 한꺼번에 ‘부품 값을 달라’며 회사로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부품 값은 한 푼도 안 깎고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대금을 지급했다. 조명 업계에서는 어린 친구가 책임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이엘사이언스 송성근 대표가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송 대표가 LED용 실리콘렌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강정현 기자]

아이엘사이언스 송성근 대표가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송 대표가 LED용 실리콘렌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강정현 기자]

 
그는 “이자를 한동안 내지 못해 집이 압류에 들어갔는데, 이때가 창업 이후 가장 큰 위기였던 것 같다”며 “그래도 납품업체들이 나를 믿고 부품을 제때 공급해줬고, 덕분에 주요 대기업 건설사에 조명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회사는 다시 살아났다”라고 회고했다.  
 
2012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태양광 조명만으로는 회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LED용 실리콘렌즈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2015년 개발에 성공한 이후 실리콘렌즈는 회사의 날개를 펴게 한 전략제품이 됐다.  

 
1인 기업에서 지금은 직원 40여명, 지난해 자체 사옥 마련
 
2008년 1인 기업으로 창업한 회사는 이제 4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으로 컸다. 2012년 37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3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의 예상이다. 지난해 생산라인과 연구소를 갖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1만6500㎡)의 사옥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속도를 높인 최신 생산설비까지 가동했다. 송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아이엘사이언스의 태양광 가로등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아이엘사이언스의 태양광 가로등 [사진 아이엘사이언스]

 
그는 “창업자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자기 회사명이 들어간 사옥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준공식을 열고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며 “어려움 속에도 회사의 미래를 믿고 버텨온 직원들에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벌며 학교에 다니느라 입학 9년만인 2013년에야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바로 가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2015년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창업 및 기술경영’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경영학ㆍ회계학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창업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서다.  
 
인터뷰 말미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 3가지는 간절함과 책임감 그리고 오기”라며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다면 창업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 게 더 행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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