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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이게 얼굴이야 거죽이야" 성형이 웃기다는 개콘

지난 25일 개그콘서트 한 장면 [사진 KBS]

지난 25일 개그콘서트 한 장면 [사진 KBS]

[노진호의 이나불?] 성형한 게 웃기나…막 나가는 개그콘서트
 
재밌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웬만한 개그는 살아남기 힘든 요즘이다. 그래서 공개 코미디 쇼도 씨가 마르고 있지만, KBS2 '개그콘서트' 만큼은 지상파에서 굳건히 버티고 서 콘텐츠 다양성을 높이고 '오버그라운드' 개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적지 않은 방송계, 개그계 인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개그콘서트'를 응원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들이 선보이는 개그를 보자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외모 비하, 노출, 여혐 등 사회적 인식을 왜곡하고 특정 대상을 조롱하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지난 25일 개그콘서트만 봐도 그렇다.
 
성형 조롱, 외모 비하 일삼는 개콘
이날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꽃길밴드'에서는 아버지로 설정된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딸 몰래 보자기를 둘러싼 한 여성을 만난다. 그러다 딸이 이를 목격하게 되는데, 딸은 아버지에게 "어떻게 이 얼굴로 바람을 피울 수 있느냐. 못생겨도 한참이나 못생긴 아빠는 바람 같은 거 못 필 줄 알았다. 이 여자 누구냐"고 묻는다. 그때, 갑자기 무대 뒤로 등장한 개그맨 셋이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답한다. "니 엄마다 옹헤야, 성형했다 옹헤야, 돌려깎기 옹헤야." 이는 '성형' 행위 자체를 웃음거리로 조롱하며 여성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개그콘서트 한 장면. 강유미가 극중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로 개그맨 박휘순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 KBS]

개그콘서트 한 장면. 강유미가 극중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로 개그맨 박휘순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 KBS]

 
또 다른 코너 '뷰티잉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의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빗대 우스운 상황을 꾸몄다. 여자친구 역을 맡은 강유미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송병철'에서 '박휘순' 등으로 바뀔 때마다 "이게 얼굴이야 거죽이야"와 같은 막말을 쏟아낸다. 수차례 뺨도 때린다. 자녀와 개그콘서트를 즐겨본다는 한 시청자는 "개그콘서트 개그 소재가 죄다 외모 비하, 남성 조건 비하다. 20여년 전 김미화가 나와서 코미디를 하던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며 "어린 시청자들이 '못생기고 뚱뚱하면 사회악'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밑도 끝도 없이 그저 노출만 하는 것도 '개그콘서트'의 식상한 레퍼토리다. '복숭아 학당' 코너에서 개그맨 류근지는 "운동을 너무 많이 했더니 부작용이 생긴다. 어깨가 넓어지고, 힙업이 되고 얼굴이 V라인이 된다"며 옷을 벗고 노출을 시작한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맥락 없이 이두박근과 복근을 한동안 자랑한다. "유치원생들도 같이 보는데 민망하다. 나오는 곳마다 왜 계속 벗고 나오냐(권**)" 같은 의견이 잇따르는 이유다.
 
개그콘서트 한 장면. 류근지가 맥락 없이 노출 개그를 하고 있다. [사진 KBS]

개그콘서트 한 장면. 류근지가 맥락 없이 노출 개그를 하고 있다. [사진 KBS]

 
이러한 비판에 '그럼 무엇을 소재로 개그를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개그 소재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더 큰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개그가 특정 소재에만 의존해 수준 낮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특히 그 소재가 특정 대상을 조롱하고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는 데 동조한다면 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SNS나 1인 방송도 아니고, 공공재인 전파로 불특정 다수에게 송출하는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쇼라면 더더욱 그렇다. 희극인들에게 너무 가혹한 요즘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 시리즈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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