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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카와 아야의 서울 산책] 웃음이 나오는 한국판

 웃음이 나오는 한국판
 
 최근 일본에서 극작가ㆍ배우ㆍ평론가 등 연극 관계자 10명 정도가 서울로 왔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제8회 현대일본희극낭독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일본 희극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 배우들이 낭독하는 공연이다.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도 보러 왔다.
한국 연극계가 미투 운동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태가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젊은 관객도 많이 오고 원작자와 연출가와 관객의 대화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이번이 8번째지만 도쿄에서도 한국 희극을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배우들이 낭독하는 공연이 8번 열렸다. 합치면 16번이다. 2002년부터 서로 40편씩 작품이 오간 것이다. 연극인들의 한일 교류는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도 상관없이 이어져 왔다. 연극은 그때 그때 사회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현재 뭐가 화제인지, 뭐가 문제인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아쉽게도 이런 흥미로운 기획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2016년 서울, 2017년 도쿄, 그리고 이번에 서울에서 겨우 세 번 참가했다.
 세 번 참가하면서 같은 작품인데도 일본 관객보다 한국 관객이 더 많이 웃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본 작품 중 ‘저편의 영원’이라는 작품은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시인(아버지)과 소련에 남겨진 딸의 갈등을 중심으로 그린 무거운 작품이었다. 아마도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는 조용했을 것이다. 한국판이 가볍다는 것이 아니라 연출인지 배우가 즉흥적으로 하는 건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 있다. 한국판을 본 원작자 오사다 이쿠에는 “관객의 반응이 커서 행복했다”고 했다.
 반대로 한국 희극 ‘인류 최초의 키스’의 일본판을 도쿄에서 공연했을 때 원작자 고연옥씨는 “한국에서는 관객들이 많이 웃었는데 일본 관객들이 조용해서 불안했다”고 했다. 결코 재미 없어서 조용한 것은 아니다. 일본 관객은 소리 내서 웃는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이 일본 관객에 비해 더 웃고 싶어한다고 확신한 것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나서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며 일본에서도 영화가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지만 웃을 만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국판은 코미디라고 해도 될 정도로 웃긴 장면이 많았다. 특히 주인공 우진(소지섭)의 절친 홍구(고창석)의 역할은 일본판에는 없었던 역할인데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등장한 것처럼 느꼈다. 요새 시나리오 작가들은 “이제 멜로 드라마는 투자받기 어려워서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원작에 충실한 시나리오였다면 투자받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일본영화는 잔잔해서 좋다”고 하는 한국사람도 있으나 주류는 아닌 듯하다. “밋밋하다”며 일본 영화를 별로 안 보는 한국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더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잔잔한 일본 영화도, 자극적인 한국 영화도 좋아하지만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와 같은 잔잔한 한국영화가 최근에 보기 힘든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IPTV가 어느 가정에나 있는 시대에 개봉중인 영화를 거의 동시에 TV로 볼 수 있다. 액션 영화와 같은 극장에서 볼만한 규모가 큰 영화들이 더 투자받기 쉽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영화 팬으로서는 다양한 작품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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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