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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넌 양말이니, 신발이니? 삭스 스니커즈

올봄 도대체 양말인지 신발인지 모를 신발이 거리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삭스 스니커즈’(socks sneakers)다. 이름 그대로 마치 양말 밑에 운동화 밑창(솔)을 붙인 것 같은 모양이다. 
지난 2월 출시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삭스 스니커즈 '크레이지1 ADV SOCK'.

지난 2월 출시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삭스 스니커즈 '크레이지1 ADV SOCK'.

 
시작은 또 '발렌시아가'부터다. 지난해 '트리플s'로 투박한 어글리 슈즈 트렌드를 만들어 내더니 이번엔 양말을 닮은 삭스 스니커즈 '스피드 러너' '스피드 트레이너'로 다시 한번 히트작을 냈다. 2017 리조트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이 신발은 심지어 런웨이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다.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에 상품이 나온 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편집매장 10꼬르소 꼬모의 남호성 과장은 "삭스 스니커즈의 시작은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러너였다"며 "아직도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모양에 처음엔 "이상하다"고 평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까지 삭스 스니커즈를 속속 출시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발목 부분에 작은 글씨로 브랜드 명을 새긴 삭스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발리아의 디자인 철학과 결을 같이하는 브랜드 '베트멍'은 아예 스포츠 양말을 그대로 본딴 디자인에 신발 좌우를 표시하는 'right(오른쪽)' 'left(왼쪽)' 글씨를 새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발렌티노'는 지난해 락스터드를 장식한 삭스 스니커즈에 이어 올해는 발등에 특이한 모양의 구멍이 뚫린 부츠 스타일의 모델을 내놨고, '펜디'는 지난해 처음 삭스 스니커즈를 내놓은 후 올해는 여기에 더해 매쉬 소재의 스타킹을 신은 것 같은 모양의 부츠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

아크네 스튜디오

아크네 스튜디오

배트멍

배트멍

펜디

펜디

발렌티노

발렌티노

이 신발에 대한 브랜드 관계자들의 평가는 "나오자마자 모두 팔려서 못 팔 지경"이다. 첫 번째 입고 물량은 이미 완판된 지 오래고, 조금씩 들어오는 추가 물량도 블랙의 경우 매장에 들어오는 대로 팔려나가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신는 이의 평가 역시 호감 일색이다. 지난 3월 초 발렌시아가의 삭스 스니커즈를 산 박현정(36)씨는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착화감이 너무 편하다"며 "같은 컬러를 하나 더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삭스 스니커즈, 시작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 울트라 플라이니트.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 울트라 플라이니트.

삭스 스니커즈의 인기를 발렌시아가가 견인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이런 형태의 신발이 등장한 것은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그 원류를 찾아야 한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운동화의 착화감을 높이고 무게를 가볍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2012년 나이키는 '플라이니트'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한 줄의 실로 짠 니트 형식의 갑피를 가진 운동화를 출시했다. 플라이니트 루나 시리즈를 시작으로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이 신발에 붙어 있는 디자인의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 울트라 플라이니트' 등을 내놨다.
아디다스 NMD 시티삭.

아디다스 NMD 시티삭.

아식스 퓨즈토라.

아식스 퓨즈토라.

이에 질세라 아디다스 역시 지난해 7월 '프라임니트' 소재를 적용한 슬립온 스타일의 'NMD 시티삭'을 내놨는데, 매장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완판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두 달 뒤엔 튜블라 밑창을 부착한 '튜블라 둠삭'을 내놨고, 올해 2월엔 아예 양말을 그대로 신은 것 같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탑 삭스 디자인의 '크레이지 1' 모델을 선보였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관계자는 "삭스 스니커즈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발이 편안해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다"며 "일반 스니커즈와 비교하면 판매 개시 후 빠른 속도로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처음 삭스 스타일의 러닝화 '퓨즈토라'를 내놓은 아식스의 이강은 마케팅팀 과장은 "쿠셔닝, 경량성 등 운동화가 가지는 기본 기능에 신고 벗기 쉬운 편이성까지 갖췄고 여기에 애슬레저룩이 강세인 요즘 패션 트렌드에도 부합해 고객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삭스 스니커즈의 인기에 스니커즈와 같은 브랜드의 양말을 함께 신어 그 모습을 흉내 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올봄 새로 출시한 프라다의 스니커즈 '클라우드 버스트'와 프라다 로고가 새겨진 양말을 함께 신는 경우다.   

스니커즈와 같은 브랜드의 양말을 매치해 마치 삭스 스니커즈처럼 연출한 프라다 모델들.

스니커즈와 같은 브랜드의 양말을 매치해 마치 삭스 스니커즈처럼 연출한 프라다 모델들.

프라다 스니커즈와 삭스

프라다 스니커즈와 삭스

스니커즈를 사면서 양말을 마치 세트처럼 함께 사서 신는다. 검은색 신발에 검은색 양말을 페어링 하는 게 기본이지만 회색이나 남색 양말을 신기도 한다. 편집매장 10꼬르소 꼬모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프 시몬스와 아디다스의 협업 스니커즈는 아예 스니커즈를 사면 어울리는 양말을 증정한다. 
패션잡지 아레나의 성범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삭스 스니커즈의 인기를 "최근 패션계를 주도하고 있는 '애슬 럭셔리'의 영향"이라고 했다. 애슬 럭셔리란 애슬레저와 럭셔리를 합친 말로, 럭셔리 브랜드에서 스포츠 웨어를 재해석해 선보이면서 나타난 트렌드다. 스포츠 브랜드가 만들어낸 신소재와 기술을 사용하되 브랜드 DNA에 맞게 디자인에 변화를 주다 보니 나타난 신발이란 설명이다. 남호성 10 꼬르소 꼬모 과장은 "(삭스 스니커즈는)처음엔 리미티드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20~30대 남성들에게 관심을 받았다면 이젠 성별·나이 상관없이 패션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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