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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의 공익적 효과 높이려면] 제보자 생활고 문제 해결이 급선무

현행법 테두리에서는 현재 직장에서 버텨야…재취업 돕고 보상금 상한 높여야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1급기밀](왼쪽)과 [더 포스트].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1급기밀](왼쪽)과 [더 포스트].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아시아의 북동쪽 끝에 가면 아에록(AEROK)이라는 섬이 있다. 기후도 좋고, 주민들이 친절하고 부지런하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아래와 같은 일이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①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가동하는데, 원전에 필요한 부품의 성능을 조작해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다. 원자력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원이 비리를 보다 못해 외부에 알렸다.
 
② 많은 사람이 믿고 신뢰하는 적십자사가 에이즈와 간염·말라리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유통하다 적발됐다. 적십자사의 내부 직원이 이를 언론에 고백했다.
 
③ 군대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부재자 투표에 조직적 부정을 저지르다 장교 한 명이 양심선언을 해 외부에 알려졌다. 그제서야 군대 내에서 조작이 쉬운 영내투표를 중단하고 영외투표로 바꾸었다.
 
④ 국방을 책임지는 공군의 전투기를 구입하는 사업 선정에서 어느 핵심 인사가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특정 기종의 선택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위해 시험평가 과정과 결과 보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이것 역시 내부고발자가 진실을 밝혀, 2000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말도 안 될 것 같고,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21세기 문명국가에서 버젓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부조리와 부패 하나하나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내용 같지만, 실제는 발생하고 있다. 아에록은 코리아(Korea)다. 잠시라도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Korea’를 거꾸로 뒤집어 ‘Aerok’으로 표기해 보았을 뿐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일들이다.
 
이런 비상식적 사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부고발자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30대의 젊은 직원이 양심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면, 원자력발전에 관한 부패는 드러나지 않고 오늘도 치명적인 불량 부품에 의해 작동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실제 잘못되면,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후유증으로 시달리며 그 고통을 대물림하게 되는데 말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아직도 반경 30km가 죽음의 땅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보다 큰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반경 100km에 이르는 주변 땅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부패를 통제하기 위해 법을 강화하는 등 어느 정도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부패는 점점 안으로 파고들고 은밀하게 숨어들고 있다.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부고발을 장려하는 것이다. 이것이 은폐된 부패를 적발하고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내부고발 활성화로 부패 예방
만일 부패를 통제하는 데 내부고발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우리가 동의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의 현 상황에서 내부고발을 장려하고 그 효과를 사회가 향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내부고발의 공익적 효과란 일차적으로 부패의 예방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를 줄여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깨끗한 나라에서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부패가 있는 곳에서 내부고발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서 부패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전략이다.
 
내부고발 활성화에 한국은 현재 몇 가지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내부고발자들이 사회·경제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필자가 만나 본 내부고발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초를 겪는다. 우선 그들이 내부고발을 한 후 가장 먼저 겪는 현상은 내부고발을 결행한 날부터 주위에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조직의 기밀을 누출하거나 직무태만을 이유로 해고 처분되거나, 출퇴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좌천된다. 심지어 과거에는 내부고발자들이 형사고발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내부고발자가 거대 조직에 맞서서 3~4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해야 한다.
 
권위적이고 소집단 중심의 가치관을 보유한 한국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들은 조직의 배신자로 간주되기 일쑤다. 당사자가 조직에서 위험 인물로 간주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현상까지 목격된다. 공익제보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데도 말이다. 심지어 공익제보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제보 행동으로 공공 조직의 예산을 절감하거나 낭비분을 회수할 수 있게 하면, 20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들이 공익제보의 대가로 받은 평균 보상액은 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이 직장을 잃거나, 법정 싸움을 여러 해에 걸쳐 하거나, 경제적으로 실제 파산의 위협에 놓인 사람에게 보상이 될 수는 없다. 공익제보자보호법이 명목적으로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제보자들 대부분은 직장을 잃고 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들에게 주는 보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처럼 1750억 원까지 지급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기여의 수준에 따라 훨씬 더 많은 보상금을 그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상의 기준을 기존의 절감액이나 회수액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예방효과’를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혹자는 거부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스포츠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마당에, 내부고발로 자신을 희생해 사회를 개선시킨 사람들에게 보상액 인상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또 하나의 전략은 정당한 내부고발자들을 외부의 다른 공공기관에 재취업 할 수 있도록 기회와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30여개 지방정부와 320여개 공공기관에는 감사부서가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방정부와 공기업은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러한 조직의 감사를 개방형으로 채용하게 하고, 여기에 내부고발로 공익에 기여한 사람은 10% 이상 가산점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부고발을 감행해 어떤 조직에서 해고되더라도 국가적으로 다른 직장을 보장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양심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또 그런 사람들을 감사부서로 채용하게 된 기관들도 더욱 긴장하게 될 것이다.
 
2차 보복에 시달리거나 퇴사하기 일쑤
크게 보아 공익제보자보호법은 현재까지 내부고발자가 기존 조직에서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항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2차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하게 된다. 이들에게 기존의 조직에 계속 붙어 있으라고 하는 법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그들이 기존의 조직 내부가 아니라 조직 외부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은 그들이 양심선언을 결행한 날을 ‘하늘이 무너져 내린 날’로 묘사한다. 수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번민하다 많은 고초를 감수하고 행동을 하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날을 기점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호하는 수준에 비례해 한국 사회가 청렴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으로 생각한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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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