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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 이현구 전 까사미아 회장] 홈퍼니싱도 ‘패스트 패션’ 비즈니스다

6평짜리 선물가게 키워 36년 만에 1837억원에 매각…여행·사회공헌으로 인생 2막
 
사진:인성욱 기자

사진:인성욱 기자

“이별은 이토록 감미로운 슬픔입니다(Parting is always such sweet sorrow-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저는 다시 만날 것에 대한 감미로운 기대로 오늘 이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지난 3월 13일 이현구 전 까사미아 회장은 자신이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운 까사미아 임직원들과 헤어지면서 이렇게 이임사를 맺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목이 메었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근무 연수가 긴 일부 직원들도 눈물을 훔쳤다. 까사미아는 2월 신세계에 1837억원(주식 681만주, 지분율 92.4%)에 전격 매각돼 이 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잘 키운 딸을 시집 보낸 기분입니다. 시댁 식구들에게 주눅 들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까사미아 인력의 질은 신세계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직원들의 몸에 체화된 암묵지(暗默知)의 수준이 대단히 높아요. 까사그램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많이 시켰거든요. 과거 까사미아에 새로 온 임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놀라곤 했습니다.”
 
구성원은 5년 고용승계
사진:인성욱 기자

사진:인성욱 기자

까사미아 신임 대표는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널 대표가 겸직한다. 신세계는 이 전 회장과의 합의에 따라 까사미아 직원을 5년 간 고용승계하기로 했다. “M&A를 할 때 고용승계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5년이 좀 파격적이기는 하죠. 이번 협상을 맡은 직원들에게 고용승계 기간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최우선 조건이 고용승계라고 했습니다. 사실 5년 전부터 큰 회사들에서 제의를 받았는데 심지어 고용승계를 1년만 하겠다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당장 돌아가라고 했죠. 5년이면 사실상 고용을 보장 받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근무 성적에 따라 그 기간이 10년이 될 수도 있고 이들 중에서 사장이 나올 수도 있어요. 앞으로 복리후생 수준이 높아지고 실적이 좋아지면 급여도 올라가겠죠. 신세계는 기업문화가 좋은 회사입니다.”
 
신세계는 3년 전에도 이 전 회장에게 M&A를 제의했었다. 당시 CJ와 사모펀드도 까사미아에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그땐 한번 제대로 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가 선진국 형으로 바뀌면서 리빙 시장의 파이가 커졌어요. 그러자 대기업들이 가정용 가구 시장에 속속 진입해 경쟁이 치열해졌죠. 물량 쏟아붓기 경쟁이 벌어져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저로서는 물량 경쟁이라는 리스크를 안아야 했는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수술을 받아 의욕이 꺾였고 건강도 안 좋아졌어요. 때마침 신세계에서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제시했고, 결국 가족들과 상의해 회사를 정리했습니다.” 수술을 하면서 조직검사를 했는데 암은 아니었다. 그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건강을 회복하려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정리한 감회가 어떻습니까?
 
“우리 나이로 올해 고희입니다. 저의 분수랄까, 그릇 사이즈를 알기에 과욕 부리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신세계도 까사미아라는 괜찮은 브랜드를 인수할 만한 절박한 사정이 있었으니 서로 윈윈한 셈이죠. 까사미아 만한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신세계가 이 문제를 자본력으로 푼 거죠. 서로 궁합이 잘 맞았어요. 협력 업체로서도 매출이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10~20년 된 거래처들이라 섭섭해 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익률 10%가 성공의 관건
 
신세계는 5년 안에 까사미아 매출액을 4500억원으로, 10년 후 1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합니다. 이런 목표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매출 목표는 달성할 겁니다. 1조원 정도는 신세계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러나 1조원어치 팔아 200억원 남기는 회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익률이 10% 선은 돼야죠. 이케아가 이 수준입니다. 이케아나 ‘일본의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 같은 회사처럼 싸게 팔면서도 이익을 많이 내는 그런 회사가 돼야 합니다.”
 
영업이익률이 10% 나는 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홈퍼니싱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합니다. 가정용 가구의 ‘업의 본질’은 패스트 패션 비즈니스입니다. 스피드가 생명이에요. 세계 최대의 의류 브랜드 자라처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출시한 후 아니다 싶으면 퇴출시키고 빨리 다른 신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인터넷 시대라 까사미아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대로 베껴 1주일이면 미투 제품이 나옵니다. 그래서 물류도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말은 쉬운데, 그래서 말하자면 어떤 가구를 만들어야 하나요?
 
“품질은 기본이고 우선 디자인이 남달라야 합니다. 둘째 가성비가 뛰어나야 돼요. 품질과 디자인은 좋은데 가격이 높으면 가격 저항을 받게 되죠. 마지막으로 회사 내부 시스템-개발·생산·판매·물류 등 일련의 밸류 체인이 잘 구축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은 “까사미아는 재고 관리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번에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실사하면서 물류창고의 재고를 조사했다고 한다. 약 3만개의 제품을 조사했는데 100개가량 차이가 났다. 0.3%의 오차. 신세계 측이 이렇게 격차가 작은 경우는 자기네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제품 이력관리 시스템과 매뉴얼이 잘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까사미아가 영업이익률이 독보적으로 높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잘나갈 때 영업이익률은 15~17%에 달했다. 그러나 영업력이 약해 지난 5년 간 매출액은 답보 상태였고 영업이익률은 9%로 떨어졌다. 그의 보수적 경영 스타일도 한계로 작용했다.
 
까사미아에는 노조가 없다. 무노조 경영의 ‘비결’에 대해 그는 솔선수범했고 구성원들에게 오너라고 으스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이 끝나면 직원들과 골뱅이를 안주로 생맥주를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눴습니다. 대륙을 횡단하는 경우 아니면 해외 출장 때 비즈니스석은 거의 타지 않았고 담당 직원이 잡아주는 호텔에 묵었습니다. 식사는 ‘여기서 제일 좋은 식당을 예약하라’고 해 같이 다녔고요. 또 근무시간에 방문을 늘 열어 놓아 있는 그대로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검소하고 허례허식을 하지 않아 많이들 따랐죠.”
 
신세계가 홈퍼니싱 시장에서 성공할까요?
 
“내부 시스템을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신세계는 유통을 잘 아는 회사지만, 임대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백화점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까사미아를 피비 브랜드(private brand)로 확보해 독자적 유통망에 얹은 겁니다. 백화점 옷은 창고에서 꺼내 진열만 하면 되지만 가구는 배달을 해줘야 합니다. 영업뿐 아니라 개발, 생산, 물류까지 이 4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돼요. 하나라도 잘못되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승부는 온라인 쪽에서 날 겁니다. 신세계가 온라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거예요.”
 
‘미투’ 막으려면 先의장등록제 도입해야
 
정부에 기대하는 건 뭔가요?
 
“가구회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입니다. 2세에게 경영 승계하려면 애로가 많습니다. 대부분 주식 팔아 세금을 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경영권을 잃게 되죠. 이런 규제도 풀어야 합니다. 모방 제품이 범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의장등록을 하려면 1년이 걸려요. 광속으로 세상이 변하는 시대 1년을 어떻게 기다립니까? 선의장등록 제도를 도입하면 등록 신청을 받고 심사는 천천히 해도 됩니다. 선심사 기간엔 다른 회사가 베끼지 못하도록 권리를 보호해 주고요.”
 
회사를 매각하려는 기업주에게 조언을 주시죠.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처럼 M&A 시장이 체계화돼 있지 않습니다. 회사는 잘나갈 때 팔아야 합니다.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다 주춤하고 업황이 시들할 때가 매각의 적기입니다. 그래서 직관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가치를 올리려면 브랜드 파워를 기르고 특허 등 기술을 축적해야 합니다. 특히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산업은 브랜드력이 강해야 합니다. 창업주 또는 오너의 건강도 변수입니다. 2세의 적성과 ‘깜냥’도 봐야 돼요. 작은 회사만 물려줘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게 행복해지는 길일 수 있어요. 분수에 맞는 작은 회사를 맡아 의욕적으로 키울 수도 있거든요. 어쨌거나 일반적이고 평범한 회사는 팔기가 쉽지 않고 매수 측이 싸게 사려 합니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파이가 계속 커질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 진입하는 회사도 늘어날 거고요. 적자생존, 결국 승승장구하는 회사와 망하는 회사로 나뉠 겁니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출신이다. 젊은 시절 몸이 안 좋아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 와세다대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도쿄에서 인테리어 숍에 꽂혔다. 부인이 하던 6평짜리 선물가게에서 둘이 사업을 시작했다. 2년 후 까사미아 브랜드로 신세계에 납품했다. 그 시절 검품원이 점퍼 차림의 그가 사장인 걸 알고 놀란 일도 있다. 30여년 만에 그 회사를 신세계에 좋은 값에 팔았다. 신세계는 과거 그가 몸담았던 삼성그룹의 일원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까사미아 중국 공장이 있다. 그동안 250회가량 상하이 출장을 다녔지만 그는 시내 관광 밖에 못했다고 한다. 새벽 비행기로 떠나 종일 회의만 하고 다시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상하이서 불과 몇 시간 거리의,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황산도 못 가봤다고 했다.
 
‘세컨 라이프’에 대한 구상을 들려 주시죠.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살려고 합니다. 매주 하는 성경 공부에 등록을 했고, 집사람과 여행도 다닐 참입니다. 돈을 벌었으니 사회공헌도 해야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무슨 재단을 만들기보다는 잘 운영되는 좋은 재단에 기부를 할까 합니다. 병이 나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아이들도 돕고 싶어요.”
 
까사미아는 이탈리아어로 ‘나의 집’이라는 뜻이다. 인생 2막은 사회에 환원하며 살겠다는 ‘귀거래사’이다.
 
 
이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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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