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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정책 잘하는 건 인정하는 합리적 모습 보여라”

[SPECIAL REPORT] 정치학교 출신 2030이 본 ‘보수 부활의 길’
29일 열린 좌담회에서 위기에 빠진 보수의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 중인 청년들. 이들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운영하는 정치학교를 수료한 젊은 보수들이다. 왼쪽부터 정승우·김경동·김신애·김인호·임승호씨. 지지 정당은 달랐지만 참가자 모두 ‘보수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를 고치는 동시에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혀 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신인섭 기자]

29일 열린 좌담회에서 위기에 빠진 보수의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 중인 청년들. 이들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운영하는 정치학교를 수료한 젊은 보수들이다. 왼쪽부터 정승우·김경동·김신애·김인호·임승호씨. 지지 정당은 달랐지만 참가자 모두 ‘보수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를 고치는 동시에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혀 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신인섭 기자]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약세다. 당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위기에 빠진 보수가 부활할 방법은 없을까. 중앙SUNDAY는 두 보수 정당이 운영하는 정치학교 출신들과 함께 보수 정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9일 오전 서울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두 정당의 정치학교 출신인 김경동(36)·김신애(37·여)·김인호(29)·임승호(24)·정승우(39)씨가 참여했다.
 
 보수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정승우=일단 매력이 없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한창일 땐 보수를 지지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에겐 그냥 옛날 얘기다. (국민을)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김경동=보수가 늙었다. 늙었다고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4대 강도 새로운 물이 들어와야 맑아진다. 기성 정치인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김신애=국정농단 사건 이후 청년들은 보수를 혐오했다. 청년들이 당을 떠났다. 건물로 치면 골조까지 없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이든 뭐든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김인호=보수는 대중화된 언어소통에 미흡하다.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중들에겐 멀게 느껴진다. ‘자유’ 등의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다. 

▶임승호=매력도 없고, 노력도 없다. 방법도 모른다. 과거를 반성한다지만 그 반성이란 게 국민에게 와 닿을 정도도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정승우=국정을 이끌어 갈 최소한의 지지는 유지했을 것이다. 지금은 폭삭 망했다. 집을 지을 에너지가 없다.

▶임승호=국정농단 사태란 결국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보수 전체의 실패다. 그간 보수는 민생과 거리가 멀었다. 민심을 듣지 못한 일들이 누적된 게 지금이다.

▶김신애=태극기 시위주도자조차 이제는 좌파·우파 프레임에 관심 없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시대가 달라졌다. 여야를 떠나 아직도 과거 이념 프레임에 갇힌 정치인이 다수다.

▶김인호=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보수·진보가 10년씩 번갈아 집권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일반 국민은 보수를 보면 ‘소리 지르고 호통치는 모습만 생각난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는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싸움도 호통보단 냉정한 팩트와 데이터에 기반을 둬야 한다.

▶김경동=내가 경험한 보수정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직적인 조직이다. 그 어느 조직보다 위계·서열의식이 강하다. 일단 보수정당 내부부터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더 낮아질까.
▶김신애=바닥은 찍었고, 이제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다. 내부에서 볼 때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재건됐다. 하지만 외부에선 그런 게 안 보일 거다.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경동=어제 바른미래당 청년정치학교 2기 입학식이 있었다. 입학생 중엔 배달 일 하는 분부터 유명 로스쿨 출신까지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젊은이가 제대로 된 보수정치를 갈구하는 게 아닌가 한다.

▶임승호=바닥은 쳤다. 사실 지금까지 보수는 거의 해체 수준 아니었나. 중요한 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이냐다.

▶김인호=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얼마큼 올라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 보수가 당리당략을 떠나 공동체 자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도 잘하는 부분은 인정하는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신애=젊은 보수는 어찌 보면 망한 집 자식과 비슷하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시작하고 배운다. 경제부문만큼이라도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승우=과거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주는 존재란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보수=나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를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청년의 신선함뿐이다.
 
 2004년 ‘천막당사’ 시절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를 구해 냈다. 지금 보수를 구해 낼 만한 사람이 있나.
▶임승호=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어법이 세련되고 보수의 현실에 대한 반성을 한 다음 자신의 신념을 말한다. 하지만 소위 ‘큰 것’은 없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세연 의원이 역할을 해줄 듯하다.

▶김경동=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청년 모임인 여의도 이순신 아카데미도 김세연 의원 같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다. 당을 떠나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 같은 초당적인 그림이 필요하다.

▶김인호=자유한국당의 김용태 의원이나 유승민 공동대표 같은 분은 할 말은 하면서도 젊은 사람과 말이 통할 것 같은 느낌이다.

▶김신애=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번이신 송희경 의원 같은 분은 어떨까. 사람들을 조화롭게 이끄는 모습에서 ‘한국의 메르켈’을 본다.
 
 보수가 다시 진보에 맞설 만큼 힘을 갖추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임승호=이번 지방선거(2018년 6월)에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음 총선(2020년 4월)에선 다를 거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쌓이고, 우리는 이런 정치를 한다는 걸 유권자에게 명확히 보여주면 된다.

▶정승우=‘샤이보수(Shy 보수·지지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보수 지지자들)’란 말처럼 보수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 한다. 지금도 샤이보수는 많을 것이다. 물론 샤이보수라도 일시적으로 진보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런 분들을 다시 모셔 와야 한다. 첫 단추는 이번 지방선거다.

▶김인호=2년 뒤 총선에는 이번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을 거다. 다음 대선(2022년 3월) 무렵에는 진보진영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거다. 물론 (현 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만 노리면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결국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모인 것 아닌가. 준비를 잘해서 제대로 지지받았으면 좋겠다.

▶김신애=과거 보수는 기초·광역의회 등 지방선거의 중요성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거의 ‘얼라들이 알아서 해라’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자체가 결국 정당 지지율의 결과 아닌가. 작은 것부터 다잡아야 한다.
 
 보수가 부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정승우=포용성이다.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다. 지금 보수가 적폐로 몰려 고초를 겪지만 집권하면 복수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김경동=100% 동의한다. 보수 전체가 각서를 써서라도 그런 일은 막아야 한다. 결국 국민 돈으로 무의미한 피를 흘리게 하는 일 아닌가.

▶김신애=보수는 엘리트주의를 내려놔야 한다. 반에서 1~5등만 하다 보니 30등, 40등의 아픔은 무시한다. 돈 잘 버는 남편도 이혼당한다. 지금 필요한 건 아내 같은 세심한 정치다. 큰 것만 챙기는 하드웨어 정치 말고, 소프트웨어적인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인호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보수나 진보 모두 마찬가지다. 의원 세비나 보좌진으로 대변되는 각종 특권을 보수 정치인이 먼저 내려놔야 한다. 그리고 (보수정당은) 제발 브랜드마케팅을 잘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참 잘한다.

▶임승호=어젠다 세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개헌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어젠다는 현 정부가 내놓고, 보수는 이슈 주도는커녕 반응만 겨우 내놓는다. 그러다 보니 ‘발목만 잡는다’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보수정당의 대표라면 무엇부터 하겠나.
▶정승우=청년 공천을 대폭 확대하겠다. 당장 득표에선 불리할지 모르지만, 당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김신애=당과 당 대표 스스로 약점과 강점을 분석해 오픈하겠다. 그다음에 단점을 메워줄 인재를 공개 모집하겠다. 당내 구조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가꾸겠다.

▶김인호=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세력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예를 들어 당원 2000명 이상이 공감하는 안건은 최고위에서 당론으로 검토하는 제도 등을 도입하겠다.

▶임승호=공천제도를 손볼 것이다. 지금처럼 각 지역 당협위원장이 공천하는 구조는 결국 그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 뿐이다. 지역 유지 아들이 갑자기 공천받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당내 정치학교를 발전시키겠다. 북유럽의 정치 선진국처럼 10대 때부터 정치학교에 다니는 당원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30대 장관도 나오는 거 아닌가.

▶김경동=당장 큰 조직을 바꾸긴 어렵다. 차라리 당에 일종의 자회사를 만들자.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수직적 위계가 강한 보수정당으론 여러 가지 시도가 어렵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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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