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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와 '체험하다'의 사이, 애매한 VR영화

가상현실(VR)과 움직이는 의자 및 특수 환경 장비를 갖춘 4D 영화 상영시스템(4DX)의 만남. 31일 개봉하는 영화 ‘기억을 만나다’가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건 이유다. 더 생동감 있는 영상을 볼 수 있게 입체감(3D)을 강조하다, 어느새 관객이 영화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VR 시대로 영화계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4DX관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만났다.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근원적인 질문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영화는 보는 것일까, 체험하는 것일까. 
 
 
영화관에 입장하면 일명 ‘모션 체어(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무거운 고글 형태의 관람용 장비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해야 한다. 고글을 쓰면 360도 입체 영상이 펼쳐진다. 영화관에 왔지만 대형 스크린을 단체로 관람하는 게 아니라, 홀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VR 기기만 있다면 집에서 감상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접목시킨 것이 4D 시스템이다. 영화 속 인물이 된 듯 주인공이 버스를 타면 의자를 통해 함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장면에 따라 부는 바람도, 냄새도 느낄 수 있다. 극장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면 반대편 세상이 펼쳐진다. 스크린만 응시한 채 주인공을 눈으로 쫓는 수동적인 관람자에서 내가 움직이는 대로 영화 속 세상을 볼 수 있다.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졌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 외 주변 환경을 모두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구범석 감독은 “컷과 컷을 이어 나가는 게 기존 영화라면 VR영화는 세계와 세계를 잇는 형태”라며 “프레임이 없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기억을 만나다’는 38분짜리 영화다. 지금까지의 VR 영화 중 러닝 타임이 가장 길다. 게다가 좀 더 시각적인 혹은 체험적인 요소를 강조할 수 있는 액션물이 아닌, 청춘 로맨스물이다. 뮤지션을 꿈꾸는 우진(김정현)과 배우 지망생 연수(서예지)의 첫 사랑을 그렸다. 앞서 1월에 개봉했던 28분짜리 VR 영화 ‘나인 데이즈’가 중동전쟁에서 피랍된 종군기자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룬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중화를 위해 로맨스 VR 영화를 시도했다지만, 몰입하기 어렵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중요한데, 막상 영상의 화질이 떨어진다. 우진을 눈 앞에 둔 듯 영화 속에 개입한 느낌이지만, 그의 모습이 흐릿하다. 게다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장면이 펼쳐지니 이야기를 번번히 놓치게 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VR 영화의 기술적 한계를 차치하고, 관객으로서 헷갈린다. 영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해야 할지, 수동적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서다. 관객이 주체가 되어 가상현실을 체험하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갈 수 없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VR 게임과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VR 영화가 세계적 추세라며 장밋빛 전망을 펼쳐내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어려울 듯 하다. 이 전혀 다른 콘텐트를 위한 새로운 문법이 필요할 것 같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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