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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젊은이들의 격정적 사랑 느껴보세요

 19세기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쥘 마스네(1842~1912)의 대작 오페라를 드디어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이 무대에 올린다. 1884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된 ‘마농(Manon)’이다. 56년 역사의 국립오페라단이 마스네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이후 무대화한 프랑스 오페라는 9편에 불과하다(같은 기간 이탈리아 오페라 41편, 독일 오페라는 17편). ‘마농’과 ‘베르테르’(1892), ‘타이스’(1894)는 칠십 평생 총 13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마스네의 ‘빅3’로 불리는데, 말년의 걸작으로 평판이 자자한 ‘타이스’는 국내 초연도 되지 않았다.  
 
‘마농’은 김자경오페라단에 의해 1979년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초연됐고 89년 같은 단체에 의해 두 번째 무대에 올랐다. 29년 만의 세 번째 국내공연인 이번 무대는 그래서 국립오페라단으로서는 획기적인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다.  
 
24일 오후 리허설에 한창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를 찾았다. 연출가는 3막 2장의 파리 생 쉴피스 교회 장면을 두 캐스팅 주역들에게 번갈아 연습시키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친 연출가 뱅상 부사르(Vicent Boussard·사진)를 만났다.  
 
마스네 오페라만의 유니크한 매력은 무엇인가.  
 
“마스네가 오페라 작곡가로서 정점을 찍은 걸작이 ‘마농’이다. 서정적인 면과 극적인 상황을 동시에 보여준다. 오페라에서 감정과 상황 묘사가 탁월하다.”  
 
마스네의 다른 작품에 비해 ‘마농’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마농’은 아베 프레보의 자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1731)를 오페라로 옮긴 작품이다. ‘베르테르’와 ‘타이스’에 비해 ‘마농’의 등장 인물들은 오늘날의 인물 군상과도 겹쳐지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마스네 당대의 19세기 음악양식은 물론 21세기에도 어울리는 선구적인 모던함을 겸비했다.”  
 
나는 ‘마농’을 2001년 봄과 여름, 프랑스 낭시 오페라극장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알랭 가리쇼와 질베르 드플로 연출로 본 적이 있다.  
낭시 공연 당시 지휘자가 이번에 당신과 함께 하는 제바스티안 랑 레싱이었기에 기억이 새롭다. 이번 서울에서 당신만의 연출 컨셉트라면. 
 
“오페라 ‘마농’이 품고 있는 음악의 아름다움이 워낙 독보적이다. 컨셉트라기보다 연출 목표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진실을 찾아 주인공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5막 내내 아미앵-파리-르 아브르라는 여행의 도상에 있는 마농의 동선을 명확히 보여주려 한다. 음악 자체가 텍스트이기에 가수들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황의 강렬함을 잊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실이라는 현재와 오페라 속 과거가 만나게끔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연출 목표라 할 수 있다.”  
뱅상 부사르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에서 연출한 ‘마농’ 공연 사진

뱅상 부사르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에서 연출한 ‘마농’ 공연 사진

 
개인적으로 ‘마농’의 구심점은 3막이라 생각한다.  
3막 1장의 축제장면과 2장의  
생 쉴피스 교회장면은 이 오페라의 속됨과  
성스러움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여겨진다.  
 
“그렇다. 3막이 이 오페라의 중심이다. 3막을 마스네는 일부러 아름답게 만들었다. 3막 1장은 반짝이를 많이 뿌렸다고 봐야 한다. 1장 말미의 가보트 장면은 마스네가 후에 붙인 음악이다. 나에게는 1장보다 2장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스네는 언제나 상황에 맞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마스네의 특별한 재능이다.”  
 
지금 아시아는 오페라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일본·중국·대만·오만·아랍에미리트에  
굉장한 오페라하우스들이 속속 개관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 한국 오페라 시장은 어떤가.  
 
“2년 전 도쿄 신국립극장 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한 적이 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 오페라 연출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가수들의 퀄리티가 워낙 훌륭해 진작부터 한국의 오페라 극장이 궁금했다. 오페라란 장르가 한국의 전통문화가 아님에도 마치 태생적 전통인 양 소화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이 전통이든 아니든 최고의 퀄리티를 원한다는 것은 전세계 공통이다.”  
 
앞으로 연출해 보고 싶은 오페라는.  
 
“벨리니의 ‘노르마’와 ‘해적’, ‘텐다의 베아트리체’다. 벨리니의 오페라 리브레토는 매우 심플한 언어적 특색을 갖고 있다. 푸치니의 ‘제비’ 또한 작업해 보고 싶다. 프랑스 오페라는 특히 발음이 중요하다. 발음 작업에만 여러 시간 공을 들인 적이 많다. 여기서 프랑스 오페라의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독일인이었지만 파리에서 활동한 마이어베어와 오펜바흐는 프랑스의 정신으로 프랑스 오페라를 작곡했기에 프랑스 오페라의 범주 안에 넣어야 하는 작곡가들이다. 그러나 베르디의 프랑스어판 ‘동 카를로스’를 과연 프랑스 오페라라 할 수 있을까? 파리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문화를 용광로로 녹여내는 도시였기에 프랑스 오페라의 여러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통 프랑스 오페라 작곡가들의 오페라연출을 한국에서 요청해 온다면 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다.” ●
 
▶국립오페라단 ‘마농’(4월 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저녁 7시 30분/주말 오후 3시)  
 
귀족 출신의 기사 데 그리외와 평민 소녀 마농의 우연한 만남과 격정적 사랑을 다룬 작품. 사치와 향락,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오직 사랑과 유희만을 욕망하는 젊고 매혹적인 마농의 짧지만 뜨거웠던 삶과 변화무쌍한 심리적 갈등이 작곡가 마스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관능적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규모가 방대하고 작품 특유의 예술적 뉘앙스를 완성도 높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무대에서는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전 5막 6장의 3시간짜리 대작을 위해 마스네의 고명한 해석가들이 서울로 집결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연출가 뱅상 부사르와 독일의 지휘자 제바스티안 랑 레싱을 필두로 뱅상 르메르(무대)·클라라 펠루포 발렌티니(의상)·귀도 레비(조명) 등 본고장 커넥션이 의기투합했다. 타이틀 롤인 마농 역에는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손지혜가, 기사 데 그리외에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와 국윤종이 더블캐스팅됐다.
 
 
글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사진 국립오페라단·©Lithuanian National Opera and Ballet Theatre ‘Manon’, Martynas Ale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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