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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부활' 꿈꾸는 푸틴, 곧 김정은 손 잡아줄 것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앙포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앙포토]

4월 27일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과 5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우고 러시아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맞댄 14개 국가의 하나로 6자회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옛 소련 시절 북한 정권의 수립에 결적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오늘날 러시아에 북한은 서방 세력과의 완충지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어떤 방식, 수준으로든 현재 상황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리용호 외상이 4월 중순쯤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때 김정은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현 상황과 반서방 행동을 살펴보면서 그 역할을 전망해본다.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온 러시아. 국경 주변에 완충세력을 두는 것이 핵심 외교 과제였다 .국경을 맺댄 14개국의 하나인 북한을 보는 러시아의 시각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종윤 디자이너]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온 러시아. 국경 주변에 완충세력을 두는 것이 핵심 외교 과제였다 .국경을 맺댄 14개국의 하나인 북한을 보는 러시아의 시각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종윤 디자이너]

 
확장의 러시아를 지정학으로 바라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는 건국 이래 끊임없이 동서로 영토를 확장해 왔다. 이에 따라 길어진 국경선은 러시아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 적대적인 세력과 국경선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국경 밖에 완충 국가를 두는 것은 러시아 외교의 주요 과제가 되어왔다. 북한도 그런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행동 패턴을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바라 보는 것이다. 지정학은 소련이 무너진 지금,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반서방 정책과 팽창주의, 북한 감싸기의 근본에 지정학에 있는 셈이다.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경제제재에 층층이 눌린 러시아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서방의 견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내란 지원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지난해 7~9월엔 사이버전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며 미 의회의 경제제재가 추가됐다. 
 영국에 거주하다 독극물로 쓰러진 러시아 출신의 전직 이중간첩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왼쪽)과 딸 율리야. 이 사건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심각한 외교전을 불러왔다. Approved by the Row (Rich Phillips) 6/3/2018

영국에 거주하다 독극물로 쓰러진 러시아 출신의 전직 이중간첩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왼쪽)과 딸 율리야. 이 사건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심각한 외교전을 불러왔다. Approved by the Row (Rich Phillips) 6/3/2018

 
독살 미수 사건으로 대서방과 외교 참사 
올해 들어선 독살 미수 사건으로 전대미문의 외교 참사까지 맞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에 거주하던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 율리야 부녀가 신경가스 공격을 받자 영국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 결과 지난 23일 러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맞추방으로 맞섰지만 지난 26일엔 미국이 60명의 러 외교관을 내쫓고 친서방 14개국이 추방 대열에 합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도 보복에 나섰다.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공격에 동원된 러시아군의 군사 로봇 플랫폼-M. 러시아군 워게임에 참여하는 등 공식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공격에 동원된 러시아군의 군사 로봇 플랫폼-M. 러시아군 워게임에 참여하는 등 공식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러시아, MD·시리아 놓고 신냉전 축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런 상황을 ‘신냉전’이라고 불렀다. 사실 신냉전은 2012년 미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동유럽 배치 갈등이 발화점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사태로 불꽃이 튀었다. 불똥은 이어서 시리아 내전으로 번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은 미국은 사실상 방관으로 일관했다. 지극히 제한된 개입만 했을 뿐이다. 
 
러시아 전폭기 Tu-22 M3기가 시리아의 IS목표물에 폭탄을 퍼붓고 있다. 이 전폭기의 날개는 전폭 34m, 길이는 42m다. 유도?비유도 고폭탄과 kh-22대함 미사일을 장착한다.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5000㎞가 넘는다.  [사진제공=유튜브 화면 캡쳐/리아 노보스티]

러시아 전폭기 Tu-22 M3기가 시리아의 IS목표물에 폭탄을 퍼붓고 있다. 이 전폭기의 날개는 전폭 34m, 길이는 42m다. 유도?비유도 고폭탄과 kh-22대함 미사일을 장착한다.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5000㎞가 넘는다. [사진제공=유튜브 화면 캡쳐/리아 노보스티]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공군력·미사일·특수부대·로봇 무기 등을 앞세워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보호하는 대리전을 대대적으로 치렀다. 이를 통해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반아사드 반군을 무력화했다.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 헬리콥터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 헬리콥터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로봇 등 수많은 신무기체계를 실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은 시리아에서 글로벌 패권 국가가 아닌 ‘세력균형’의 한 축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러시아의 대형 IL-76 수송기가 지난 3일 시리아의 흐메이밈 러시아 공군 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왼쪽 전투기들은 최신형 Su-34전술 폭격기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의 대형 IL-76 수송기가 지난 3일 시리아의 흐메이밈 러시아 공군 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왼쪽 전투기들은 최신형 Su-34전술 폭격기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경제 사정 좋지 않은 러시아 
사실 러시아의 경제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주요 수출품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등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도전적인 자세를 계속 보인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서방과 냉전을 치르던 소련이 무너진 지도 27년이나 된 지금 ‘신냉전’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이렇게 공세적으로, 저돌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지정학
이를 두고 여러 전문가는 이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지정학의 눈으로 러시아와 푸틴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초당파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벤 스테일 국제경제실장은 지난 2월 12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지정학의 눈으로 러시아를 봐야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서구의 충돌은 지정학 때문이지 이데올로기 탓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다.  
스탈린, 완충지대 확보 위해 동유럽 위성국가로 
기고문은 1945년 5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한 직후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닷차(별장)에서 점령지 지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새롭게 확보한 동유럽이라는 완충지대가 미래에 서유럽에서 또 다른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나타나더라도 소련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서다. 하지만 소련의 공화국인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캅카스 지역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련에 적대적인 터키와 이란과 완충지대 없이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16세기 이후 동서남북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온 러시아에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지키는 일은 지정학적 숙명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 원조 프로그램인 마셜플랜을 알리는 포스터. 유럽 각국 국기가 바람개비 모양으로 배열돼 있고 미국 국기가 바람개비의 방향타로 묘사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 원조 프로그램인 마셜플랜을 알리는 포스터. 유럽 각국 국기가 바람개비 모양으로 배열돼 있고 미국 국기가 바람개비의 방향타로 묘사돼 있다.

 
미, 마셜 플랜과 나토 창설로 소련 서진 막아  
이후 스탈린은 계속 서유럽을 위협했고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마셜 플랜을 내세웠다.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은 48년 3월 132억 달러(현재 가치로 13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원조로 부흥을 돕는 ‘마셜 플랜’을 가동했다. 딱 한 해 뒤인 49년 4월 4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를 창설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서진을 막는 서방의 핵심 안보축으로 작동해왔다.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러시아, 입술 잃고 이가 시리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통일 독일은 서독처럼 나토 회원국이 됐다. 그 뒤 1999년부터 과거 스탈린이 완충지대로 여겼던 중동부 유럽은 물론 소련의 일부였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발트 3국까지 나토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는 한때 두툼했던 입술을 잃고 찬바람에 이가 시린 신세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열린 '자파드 2017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 훈련이 서유럽에 대한 전면적인 기습공격 훈련이라는 주장이 나토에서 나왔다. [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열린 '자파드 2017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 훈련이 서유럽에 대한 전면적인 기습공격 훈련이라는 주장이 나토에서 나왔다. [TASS=연합뉴스]

 

푸틴, 서방의 국경 압박에 저항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그 날 동베를린의 KGB 지국에서 기밀서류를 소각하느라 바빴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블라디미르 푸틴은 2000년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자 나토가 더욱 동진해 국경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적 자존심 회복도 필요했다. 서방의 끈질긴 경제 제재를 무릅쓰고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전쟁을 지원한 것은 이 같은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비롯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러시아 대사관 앞 거리가 2015년 모스크바에서 의문의 저격을 당해 사망한 러시아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의 이름을 딴 '보리스 넴초프 플라자'로 지난 1월 바뀌었다. 러시아는 이를 서방의 정치적인 압박으로 여긴다. [EPA=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러시아 대사관 앞 거리가 2015년 모스크바에서 의문의 저격을 당해 사망한 러시아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의 이름을 딴 '보리스 넴초프 플라자'로 지난 1월 바뀌었다. 러시아는 이를 서방의 정치적인 압박으로 여긴다. [EPA=연합뉴스]

러에선 이데올로기보다 지정학이 더 중요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비교문화와 지역 연구학과’ 교수인 미하일 수슬로프도 지난 1월 발표한 ‘러시아 세계라는 개념: 포스트 소련 시대 지정학적 이데올로기와 영향권의 논리’라는 논문에서 같은 궤도의 주장을 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 지정학이라는 담론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다”라며 “현재의 러시아연방을 넘어 더 넓은 지역에서 발언권을 강화해 ‘러시아의 세계’, 즉 영향권을 확장하는 것이 향후 20년간의 러시아 국가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권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온 권위주의적 내정과 세계화에 대항하는 반서구적 대외정책을 현재의 서구 모델을 갈아치울 대안체제로 적극적으로 수출해 ‘러시아의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게 푸틴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러 극우파, 지정학적 역습으로 서방 압박 주장 
러시아의 지정학 이론가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90년대부터 러시아의 지정학적 역습을 주장해왔다. 그는『지정학의 근본: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1997)』라는 저서에서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과거의 영향력을 재건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동맹세력을 확장하고 일부 지역은 병합할 것을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서유럽이 만든 정치·경제·안보 질서인 ‘대서양주의’와 자유주의를 분쇄하고 러시아인이 고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건설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극우 민족주의 성격에도 러시아 군대·경찰은 물론 대외정책 엘리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러시아 합동 참모군사대학 교재로도 사용됐다. 2000년 집권 이후 대내적으로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론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끊임없이 반기를 들며 세력 확장을 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은밀한 속셈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병 전술수송 등을 맡는 러시아군의 밀 M-8 다목적 헬기가 지난해 9월 열린 자파드 2017 훈련에서 경보병의 공중강습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병 전술수송 등을 맡는 러시아군의 밀 M-8 다목적 헬기가 지난해 9월 열린 자파드 2017 훈련에서 경보병의 공중강습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푸틴, 서유럽 전면 침공 수준 군사 훈련 
심지어 푸틴은 유럽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과거 소련 수준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야심까지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1월 7일 ‘러시아가 나토를 대상으로 전면 침공 수준의 모의 훈련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4~20일 러시아 서북부와 이웃 나라인 벨라루스에서 열렸던 ‘자파드(서쪽) 2017년’ 훈련을 가리킨다. 워게임으로 진행된 이 훈련은 야전훈련만 짧은 기간 공개됐으며 푸틴 대통령도 참관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함께 벌인 자파드 207 훈련. 왼쪽에 러시아판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불리는 S-300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이동식수직발사대(TEL)에 실려 전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은 9K33 Osa 단거리 전술 지대공 미사일이다. 진격하는 러시아 지상군을 미군 등 나토 연합군의 전투기나 미사일 공격에서 보호하는 무기체계다. [TASS=연합뉴스]

지난해 9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함께 벌인 자파드 207 훈련. 왼쪽에 러시아판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불리는 S-300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이동식수직발사대(TEL)에 실려 전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은 9K33 Osa 단거리 전술 지대공 미사일이다. 진격하는 러시아 지상군을 미군 등 나토 연합군의 전투기나 미사일 공격에서 보호하는 무기체계다. [TASS=연합뉴스]

 
지상군 보호 지대공 미사일 부대도 동참
당시 훈련은 보병·전차·포병이 결합해 야전 시너지를 내는 전통적 보·전·포 합동훈련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평이다. 공병부대가 장애물을 제거하면 보·전·포 부대가 화력과 기동력으로 진격로를 확대하는 기본 훈련에 다양한 병과 작전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형태였다. 공군기의 지상 공격과 카모프 Ka-53 공격용 헬기의 근접 타격에 이어 밀 M-8 다목적 헬기의 보병 전술수송과 경보병 공중강습이 이어졌다. 러시아판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불리는  S-300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이동식수직발사대(TEL)에 실려 전선을 따라 움직였다. 9K33 Osa 단거리 전술 지대공 미사일도 함께 이동했다. 그 뒤로 연료와 탄약 등 보급부대가 따랐다. 
 

겉보기로는 여러 병과의 소부대가 모인 훈련이었고 러시아 국방부도 민병대 공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훈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나토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는 사실상 러시아 전군을 동원해 기습작전으로 서유럽을 유린하는 전면전의 정밀 축소판 훈련이었다고 지적했다. 동원 병력과 훈련 영역, 수준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는 설명이다.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의 군 사령관인 리호 테라스는 “자파드 2017 훈련은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과의 갈등 상황을 모의 훈련함으로써 러시아가 신속 대응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벌인 것이 분명하다”라며 “나토는 이런 러시아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모스크바 마네즈나가 광장에서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집회 및 음악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모스크바 마네즈나가 광장에서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집회 및 음악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첨단무기 개발을 발표했다고 러 관영 매체 스푸트니크 영문판이 보도했다. 스푸트니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해 비행거리에 제한이 없는 순항 핵미사일과 무인 수중드론을 개발했으며 최고 속도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칸잘도 지난해 12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MD라는 방패로 러시아의 기존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하자 이를 뚫을 창날을 새롭게 갈았다는 이야기다. 푸틴은 이를 발표하며 “이제는 우리말을 들어라”라고 외쳤다. 러시아는 더는 90년대의 허약한 모습이 아니며 이젠 ‘공포의 균형’까지 깨뜨릴 수 있는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춘 군사 강국임을 강조한 셈이다. 
 
현재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14개 국가의 하나가 북한이다. 북핵 문제는 푸틴의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서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지정학적인 요인이다. 서방 세력에 맞서 러시아 국경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주요 전선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통일이 이뤄지면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러시아로서는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결코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을 주요 요인이다.   
3월 25~28일 베이징을 찾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더욱 굳건히 손을 맞잡고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과 5월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4월 중순쯤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때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러시아에 대한 외교에 박차를 가할 때다. 푸틴의 의도와 지정학적 인식을 더욱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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