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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도 외면하는 한국당, 홍준표 축소 지향 정치 탓?

[SPECIAL REPORT] 갈팡질팡 한국당 어디로
“보수세력의 대표로서 많은 국민으로부터 보수 가치가 부정되고 보수 기반이 와해한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임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에서 공개 반성문이 나왔다. 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가 신보수주의 혁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내놓았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한국 보수진영이 궤멸한 가장 큰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 앞에 거듭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언론 네 곳만 반성문을 보도했다. 한국당의 반성은 더는 ‘뉴스’가 아닌 시대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한국당에선 논평에 대해 사과하는 논평을 내는 일도 벌어졌다. 홍지만 대변인이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검찰 발표를 두고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은 후였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은 우리가 만든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지 못했던 무기력함을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당 관계자는 “반성문까지 반성해야 하는 당이 돼 버렸다”고 자조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당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3월 넷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는 응답층은 24%였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14%에 그쳤다. 보수층 3명 중 1명(34%)만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해 대선 이후 소폭 오르긴 했지만 10개월째 10~14%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래픽 참조>
 
한국당의 총체적 부진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보수 정치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은 것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홍 대표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보수 지지자 중에선 “아무리 보수지만 홍 대표는 도저히 못 찍겠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우선 거친 언사와 독선적 당 운영으로 당을 추스르기는커녕 분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 대표로부터 들을 거친 말을 저어해 공개적으로 목소리 내길 꺼리는 분위기인 당에서 그나마 쓴소리를 하는 중진은 나경원·유기준·이주영·정우택 의원 등 4선 이상이었다. 홍 대표는 이들에게도 ‘연탄가스’라고 했다.
 
홍준표. [연합뉴스]

홍준표.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로 뛰었다가 낙천한 박민식 전 의원은 “홍 대표의 뜻에 맞춘 각본대로 공천 과정이 진행된 것이 유감”이라고 했다. 홍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안상수 창원시장은 “시민과 당원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꼴찌 수준의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는 것은 사천(私薦)이자 부정 공천”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앞서 창원시장 후보로 홍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온 조진래 전 경남도지사 정무특보를 공천했다.
 
정작 자신은 올 1월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이 됐다. 명분은 보수의 ‘텃밭’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었다. 홍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결과적으로 김부겸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하지 않은 건 홍 대표가 대구에 버티고 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선 그러나 비판적이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엄동설한에 당원들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당 대표로서 험지에 출마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압박을 피하기 위해 미리 대구를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때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인천 등 6개 광역단체장을 지켜 내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던 홍 대표가 최근엔 비판적인 중진들을 향해 “다음 총선 때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 말한 것도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선은 2020년인데 비해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여서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 패해 물러나더라도 곧 있을 당권 선거에 재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 공천을 통해 우호 세력을 더 구축하며, 자신은 다시 대선 후보로 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홍 대표가 TK 등 보수 성향 유권자만 보고 정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과거 JP(김종필)의 자민련처럼 한국당이 TK 정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연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라 지지층을 한정하려는 것이란 주장이다.  
 
이른바 ‘축소지향형 보수 정치’(윤평중 한신대 교수)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자신에게 도전자가 될 법한 인사 영입을 꺼리거나 미적대는 걸 보면 시장에서 팔리는 보수 정치를 공급하는 게 아니라 홍 대표 체제 구축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윤 교수는 “상황이 변하고 있지만 한국당 지도부부터 기득권 지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인다”며 “이는 보수가 자멸하라고 재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6년 총선 이후 한국당이 TK 쪽으로 치우쳤다. “과감히 깨치고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은 “홍 대표 체제로 들어오면서 94석이 116석으로 늘어 명실상부 제1야당의 위치를 회복했고 개헌 저지선도 확보했다”며 “친박 핵심이라는 분들이 정치 전면에서 빠지게 한 것도 홍 대표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민주당의 호남 같은 영남을 사수하고 강한 우파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장은 인기가 없지만 건강한 우파를 재건하려는 용기 있는 노선”이라고 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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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