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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종말론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암세포가 위벽을 거의 덮었다. 위의 공간이 축소되고 구토와 속 쓰림이 심해진 느낌이다. 식사할 맛이 안 났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직 몇 달은 괜찮지 않을까? 하루가 즐거울수록 내게 남은 삶은 늘어갈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어머니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빌, 요새 너 몸이 더 야위어 가는 것 같아. 무슨 걱정이라도 있니?”

 
“아니에요. 백수 처지에 무슨 걱정은요. 그냥 요즘 운동을 좀 많이 해서 그럴 거예요. 저 알통 한번 보실래요.”

 
나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앙상한 몰골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알통 따위는 없었다.

 
“얼굴빛도 그렇고 요즘 나이든 티가 나. 너는 항상 앳된 얼굴이었는데. 엄마가 속상하다.”

 
“어머니, 그런 걱정을 끼쳐 죄송해요. 잠 좀 푹 자면 나아질 거예요. 어머니 브로콜리 더 주세요.”

 
나에게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심하지는 않지만,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는데 눈은 움푹 들어가 보였고 손가락은 가늘어지고 있었다.

 
모든 병원은 사람을 다 살릴 수 없다. 비트코인의 아류인 암호 화폐가 숙주처럼 생겨나 정신병처럼 도진다고 정부는 걱정한다. 이해는 간다. 그건 내가 의도한 미래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내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우울증 환자가 자살한다고 정신병원 원장을 다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자신을 자위해 본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을 생각하면서 차라리 내가 비트코인이란 걸 만들지 말 것을 하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비트코인의 미래는 온전히 세계 시민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장기적인 비트코인의 생존은 그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 가진 내재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릭과 린다와 내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건 정말 훌륭한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란 기술의 묘미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장은 아니리라. 비트코인 옹호자 중에는 컴퓨터 과학자들이 상당히 있다. 그들이 비트코인에 흥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잔틴 장군 문제'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최초의 실용적인 해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비잔틴 장군 문제'는 '그룹의 일부에 배신자가 있을 때, 혹은 정보 전달을 신뢰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올바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먼 옛날 동로마제국(비잔틴 제국)의 장군들은 별로 사이가 좋지 못해서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어떤 도시를 포위하고 '공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공격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를 결정하려 했다. 일부 장군만이 공격한다면 패할 것이 분명하므로 공격을 하려면 다수결로 합의해 적어도 과반수가 공격에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장군들은 다른 장군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한곳에 모여 회의를 열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합의를 위해 전령을 보내야 했다. 이야기를 잠깐 변형해 보자.

 
300명의 병력이 있는 비잔틴 성을 100명씩의 병력을 보유한 장군 5명이 치려고 한다고 상상해보자. 이기려면 적의 병력보다 많은 병력이 공격해야 한다. 옛날은 지금처럼 인터넷 시대에 화상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동시에 이야기할 수 없는 처지였다. 장군들은 오직 연락병을 보내어 서로 소통을 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하여야 비잔틴 성을 제대로 함락시킬 수 있을까. 만약 장군 중에 배신자가 있어 서로 신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락병을 통하여 소통함으로써 비잔틴 성을 쳐부술 공격 시간에 합의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배신자의 문제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했다. 릭과의 대화를 상기해 본다.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빌. 공격 시각은 상관없어. 모두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합의된 시각이면 되는 거야. 문제는 배신자야. 배신자는 병력을 분산시키려 하므로 이전 장군의 메시지와 다른 시각을 제시하게 되거든. 그러면 동시에 공격을 하는 게 어렵잖아. 각각의 장군이 자신의 바로 다음 장군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면 이 배신의 문제는 몹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골치 아픈 문제야.”

 
릭의 그 말을 생각하는데 그가 잘사는지 모르겠다. 살인자가 호의호식하며 산다면 그건 정당한 사회가 아니리라. 그런 생각을 하니 치가 떨렸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혁신은 위대했다. 릭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알아 네 말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의 핵심이지. 장군1 이 "8시 AM" 공격이라고 시각을 적어 서명과 함께 장군2 에게 보낸다. 장군2는 장군1의 "8시 AM" 공격시각을 보고 기억한 후 장군3 에게 전달한다. 장군3 은 배신자로, "8시 AM"이란 메시지를 찢어버리고 "7시 AM" 으로 고쳐서 장군 4에게 전달한다. 장군4 는 "7시 AM" 을 기억한 후 장군5 에게 전달한다. 장군5는 "7시 AM" 을 기억하고 병사를 이끈다. 7시 AM 에 장군3, 장군4, 장군5가 쳐들어간다. 그러나 500명이 아니라 300명이 싸우므로 지게 될 수 있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나오지 말도록 우리는 신뢰의 바다에서 서로 의지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 거야. 자 다들 마음의 등대가 있는 한 곳을 향해 보고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하자.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쳐보자. ‘우리는 비트코인을 통해 신뢰의 바다를 구축한다.’고 말이야.”

 
빙고를 외치는 우리는 마치 도원결의를 하는 동양의 삼국지 장군이 된 기분이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당시에도 린다가 릭을 상당히 불편해했던 것 같다. 릭과 신뢰의 결의를 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리라. 릭과 린다의 관계를 톰이 처음에 말했을 때 좀 더 주의하여야 했다는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젠 10년 전의 일이어서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간다. 릭과 린다가 생일 파티를 하면서 소위 비잔틴 장군의 문제는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에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깔면서 해결되었다.

 
각 장군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반드시 10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전제를 두었다. 각각 메시지는 모든 이전 장군의 메시지와 10분의 시간을 들였다는 증거를 포함하여 보내야 했다. 장군1이 "8시 AM" 공격시각을 적어 10분간 작업하였다는 증거와 함께 장군2에게 보낸다. 장군2는 "8시 AM" 메시지와 장군1의 10분 작업 증거를 보고 확신한 후 장군3에게 "8시 AM" 메시지를 보낸다. 장군2도 10분 간 작업을 하였다. 그러므로 장군1, 장군2의 메시지와 작업내용 모두를 포함하여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배신자 장군3은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나? "7시 AM" 으로 메시지를 수정하여 보내고 싶으나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속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그는 10분보다 빠르게 작업을 하여 "7시 AM"이란 메시지를 만들고 장군1, 장군2의 총 20분 작업에 해당하는 메시지 모두를 남은 시간 내에 만들어 포함 시켜 보내야 한다. 배신자로 안 들키려면 "8시 AM" 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 조건은 장군4, 장군5 모두에게 동일하게 해당한다.

 
만약에 장군3 이 "7시 AM" 으로 보냈다면, 장군 1, 2의 내용과 달라 모두 장군 3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만약 장군2 가 배신자였다면 장군 2,3,4,5 모두 7시 AM에 공격을 하게 되어 이기게 된다. 만약 장군1이 배신자였다면 7시 AM에 모두 함께 비잔틴 성을 공격하게 되므로 이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블록체인은 "이전 메시지를 포함"시킨 새로운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 포함된 이전 메시지를 변경한 경우 변경이나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장부이다. 이러한 작업 증명은 '10분의 시간을 들여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정말 그러한 작업을 하였는지를 단번에 검증해낼 수 있는 방법이기에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이다. 이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 가상화폐와 관계없이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는 기술로써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공은 최소한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용어사전 > 작업증명(Proof-of-Work)
비트코인 블록?구조

비트코인 블록?구조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비잔틴 장군의 합의 알고리즘. 블록에 들어있는 데이터의 해시값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각 블록의 헤더 데이터값을 해시함수로 계산할 수 있도록 블록 해시가 포함된다. 블록 해시를 검증해 데이터의 위변조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 해시는 Difficulty에 따라 선택된 타깃 데이터 규격을 만족해야 한다. 블록해시는 해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지므로 타깃 데이터를 가지고 입력값을 알아낼 순 없다. 즉, 블록체인 노드는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Nonce라는 임의의 값을 계속 대입한다. 임의의 Nonce값이 타깃 데이터 조건을 만족하면 블록이 생성된다. 
작업증명 알고리즘은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가 동시에 블록을 만들 수 없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작업증명을 통과해야만 블록을 생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작업증명 알고리즘은 10분당 1~2개의 블록이 생성된다.
 
아버지는 세상이 온통 비트코인 이야기라면 짜증을 부리셨다. 세계 2위의 갑부 워렌 버핏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치며 투자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워렌 버핏은 TV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나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나쁜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나의 종말이 비참해지는 느낌이다. 그는 버블이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른다. 만약 모든 가상화폐에 5년 만기 풋옵션(자산 가격 하락 시 수익을 내는 파생 상품)을 사라면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상품에 대한 숏포지션(하락 베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투자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 나는 그런 상품에 투자할 의사가 없다.”

 
금융을 아는 사람은 기술을 알까? 기술을 아는 사람은 금융을 제대로 이해할까? 내 마음의 병이 깊어 가는데 비트코인의 열기는 식지 않고 가격만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구토를 느끼는 시점에 사람들은 롤러코스트를 즐기며 멀미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정말 비트코인이 비참한 최후를 맞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 하나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비트코인이 신기루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의 모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비트코인이다. 세상이 바뀌었다면 바뀐 세상에 맞는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비트코인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더 좋은 가상화폐가 나올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그런 가상화폐가 나오기를 바란다. 블록체인 기술의 성공에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암호 화폐라는 인센티브(유인)이 있어야 사람들은 투자도 하고 사업은 번창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암호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도 있다. 수많은 암호 화폐는 그 자체의 사업에 맞게 다양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현상들을 더 좋은 길로 가기 위한 홍역쯤으로 생각하고 혁신의 전초전으로 생각하면 안 될까? 모두가 협업해서 가치를 만드는 연결된 세상에서 편리한 화폐 탄생을 여전히 염원한다. 누군가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다 바꾸고 세금을 안 낸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그런 탈세의 세상을 내가 원한 게 아니다. 나라마다 다른 규제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런 부문에 대한 논의를 본격으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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