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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 시민 신해철 … 그 치명적 매혹

책 속으로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돌베개
 
이제 와서 얘기지만, 내가 서강대 철학과에 간 것은 순전히 신해철 때문이다. 무척이나 낯 뜨겁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는 내내 영화와 음악에 미쳐 있던 내가 유일하게 사 모았던 한국 뮤지션이었으며, 그런 그가 심야 라디오에서 들려줬던 논리적이면서도 실없는 탈권위적 발언들은 뇌가 무럭무럭 자라나던 시기의 내게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신해철의 오랜 지인이자 음악평론가인 강헌이 쓴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를 읽기 전까지, 나는 내 십대 시절에 늘 신해철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저자가 머리말에도 썼듯이, 이 책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잊혀갈 그의 존재와 음악이 지니는 의미와 매혹을 다만 며칠이라도 유예하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프루스트적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카세트덱에 꽂은 ‘넥스트’의 첫 앨범 ‘Home’을 처음 듣고 충격에 휩싸였던 초등학생 시절의 어느 저녁부터, ‘Monocrom’을 듣고 숙연해져 다시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고등학생 시절의 일까지 하나둘 눈앞에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마왕이라 불렸던 가수 신해철. 『신해철』은 가수뿐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면모도 조명했다. [중앙포토]

마왕이라 불렸던 가수 신해철. 『신해철』은 가수뿐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면모도 조명했다. [중앙포토]

여섯 개의 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뮤지션으로서의 신해철이 한국 음악계에서 지닌 의의와 뮤지션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신해철을 함께 다루고 있다. 신해철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평가를 내린 웹진 등을 비판하면서 “신해철 앨범에 가해지는 가장 일반적인 공격은 장르의 ‘백화점식 진열’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 다음,  앨범을 예로 들며 이러한 ‘백화점식 진열’이 “발라드로 온 앨범을 도배하던 주류적 접근에 대한 도발이고 도전이었”음을 지적하는 부분, 그리고 (애인이 있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없다고 하는 라디오 게스트들을 두고서) “그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몰고 가려는 사회적 음모 행위를 차분하게 규탄했다”라고 하는 부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흥미로운 사연들도 빼곡하다. 대표적인 예가 그의 가장 유명한 노래일 ‘그대에게’에 얽힌 사연들인데, 이 노래가 실은 “외동아들이 벌이는 밴드 놀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눈을 피하고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네 문방구에서 산 멜로디언과 스펀지로 뮤트시킨 통기타를 이용해 하룻밤 만에” 완성시킨 노래라는 사연은 깜찍하면서도 짠하다. 그 외에도 신해철의 밴드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욕심과 거듭되는 실패, 그리고 한국에서 왜 밴드가 성공할 수 없었는지, “록 밴드를 향한 이 땅의 무의식적인 적의”는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설명한 대목은 한국인이자 록 음악의 팬인 내 가슴을 저리게 했다. 말미에 수록된 강헌과 신해철의 첫 인터뷰 완전판, 그리고 끝내 실현되지 못한 쥬크박스 뮤지컬 ‘The Hero’의 초고는 팬들에게 늦게 배달된 선물이다.
 
살아갈수록 ‘잡종’이 드문 세상이라는 걸 느낀다. 다들 한 우물만 파라고 한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죽도 밥도 아니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한다. 이곳저곳의 우물을 닥치는 대로, 내키는 대로 파보기로 한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꿈을 계속 한번, 밀어 붙여보기로 한다. 그래도 된다. 나는 그걸 누구보다도 신해철에게서 가장 먼저 배웠다. 그랬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황유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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