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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음모론자의 끝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시사평론가 김어준, 정봉주 전 의원이 동시에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1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때문이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PD와 함께 했다. “국내 유일의 가카 헌정 방송”을 표방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을 겨냥했다. 팟캐스트가 새로운 형태의 대안 미디어로 등장하던 때였다.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는 식의 농담과 독설, B급 유머 코드를 버무린 정치풍자로 사회적 분노의 배출구 역할을 했다. 정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는 MB 정부에 맞서는 투사 이미지가 보태졌다. 그러나 과도한 편파성, ‘음모론’ 프레임 등의 폐해가 컸다. 팩트보다 주장에 기반, 이른바 “합리적 의심”으로 시작하는 이들의 ‘음모론’적 접근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쫄지마, 씨바’라는 찌질한 남자들의 농담의 결사체”(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답게 이들은 여성비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성 인식은 그렇지 못한, 이중성이다. 여성 지지자들을 향해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시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시기 바란다”(김용민)는 ‘비키니-코피’ 발언을 하는 식이다.
 
대한민국을 두 달째 흔들고 있는 ‘미투’ 국면에서도 두 사람은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김어준은 내리 ‘미투 공작설’을 제기했다. 성추행 미투 폭로가 나온 정봉주는 피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도리어 자신이 정치 음모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결국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 정계를 떠나겠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에게 단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SBS ‘블랙하우스’를 통해 정봉주의 알리바이 입증에 나섰다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상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SBS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끊임없이 성추행 여부와 무관한 논란을 일으키고 사건 해결에 혼란을 준 김어준과 동조세력이야말로 미투를 음해하려는 공작세력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적었다.
 
“김어준씨도 그렇죠. ‘더 플랜’(김어준이 제작 출연해, 18대 대선이 부정개표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다큐)인가? 그것도 역시 말이 안 되는 거 가지고 음모론을 펼치고, 천안함도 마찬가지고. 자기들이 음모론을 펼치는 게 무슨 장난인 줄 알아. 그 음모론을 정당화하는 마법의 단어가 있지요. ‘합리적 의심.’ 자기들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꿰맞추는 거예요. (…) 그 형태가 아주 자극적이고 특히 여성을 가지고 노는 게 훨씬 더 자극적이니까. 클릭 수가 나오거든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팟캐스트 ‘까고 있네’의 내용이다. 젊은 진행자들이 진보진영 인사들을 도마에 올렸다가, 내부 반발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폐지 이후 ‘까고 있네’ 팀은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선의를 가장한 폭력과 케케묵은 시대정신을 까고 싶을 뿐이다. 까다 보면 어느 순간 저희도 모르게 저희가 까는 대상과 닮을 수 있다. 그런 경우 ‘우리 편’이라고 감싸지 말고, 주저 없이 까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진옥 여.세.연 대표는 “미투 운동 과정에서 그들(나꼼수)이 연기하던 위악(적인 남성성)은 연기가 아니고 실체임이 드러났다”며 “미투 운동은 위선과 위악의 교차로에 있는 남성 지배 권력의 본질을 폭로했다. 나꼼수는 MB를 구속시켰지만, 그들이 점했던 진보적 위상은 완전히 끝났다”고 썼다. ‘음모론으로 흥한 자 음모론으로 망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나뿐인가. 공작에 능한 사람은 세상이 다 공작으로 보이는 법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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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