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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비핵화 ‘그레이트 게임’ 시작됐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한과 주변 열강의 ‘그레이트 게임’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깜짝 북·중 정상회담도 열렸다. 4월 중순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사학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의 일본도 6월 초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잠깐 한눈팔았다간 저 혼자만 링 밖으로 팽개쳐질 정도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다.

 
게임의 목표는 비핵화다. 문제는 목표에 이르는 셈법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말한다.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요구한다. 우리는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 보장을 한꺼번에 맞바꾸는 통 큰 해결을 말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단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 뒤에 서 있다. 북한의 구상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 드러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다.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보상을 받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맥을 같이 한다. 러시아는 중국을 민다.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남북이 열어젖힌 비핵화 논의의 장이 돌고돌아 다시 6자회담 틀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게임의 분수령은 5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남이다. 최상의 결과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로드맵 작성에 합의하는 것이다. 최악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해 문을 박차고 나오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북·중 관계가 개선돼 중국이 제재의 뒷문을 열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두 갈래 길이 예상된다. 하나는 북핵의 사실상 용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이다. 모두 상상하기조차 무서운 상황이다.
 
4월 27일로 날짜가 확정된 남북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미의 간극을 조율해 ‘마지막’이란 말을 듣는 이번 기회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핵화 접근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이다. 이면엔 북한의 단계적 해법에 동조한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제 한·미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의 서명을 북한과의 핵 협상 타결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게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이라면 한·미가 적전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북 제재에 대해 국제 사회가 일치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핵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종(合縱)이 만들어낸 결과다. 최근 상황은 김 위원장이 합종을 깨는 연횡(連衡) 작전을 구사하는 양상이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각개 격파에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합종이 연횡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최대의 압박을 통한 비핵화 추진이다. 이를 주도하는 미국과 틈이 벌어져선 안 된다. 지금은 미국과 목소리를 합칠 때다. 정부가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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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